마지막이다. 이제는 물러설 곳도 없다. 김병현이 월드시리즈 7차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밥 브렌리 애리조나 감독은 4일(한국시간) 6차전을 승리한 뒤 "7차전을 위해 김을 아껴뒀다"고 밝혔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김병현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김병현으로서는 팀을 위해 보답할 때가 왔다. 감독의 용병술에 미국 언론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지만 4차전에서 악몽같은 홈런 2방을 얻어맞고도 5차전에 마무리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김병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정규시즌 동안 타자를 압도하며 경기를 끝내던 모습이 신뢰를 얻었기에 7차전 마무리로도 김병현이 꼽히는 것이다.
월드시리즈 7차전은 정규시즌과 다르다. 6차전까지의 경기와도 다르다. 이기면 영웅이요 지면 역적이 되는 이분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경기다. 김병현으로서는 다시 한 번 중압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하는 투수도 수두룩하다. 뛰어난 자질을 갖췄지만 운이 없어서, 또는 감독의 믿음을 잃어버려 마운드를 밟지 못하는 투수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면에서 김병현은 행운아다. 한국과 미국의 여론은 "어린 투수가 너무도 가혹한 경험을 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용서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어찌보면 김병현이 빚을 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최종 7차전서 경기를 마무리하는 데 성공한다면 김병현은 이번 시리즈 최고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휴먼 스토리'의 주인공을 꿰차게 된다. 홈런 3방을 허용한 것 '정도'는 쉽게 잊혀진다.
7차전은 커트 실링과 로저 클레멘스가 선발로 예고돼 있다. 애리조나는 실링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므로 완투를 기대하기 힘들다. 다시 한번 김병현에게 'SOS' 신호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2살 어린 나이에 최고의 무대에서 가장 큰 시련을 맞보고 있는 김병현. 2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마지막 기회에서는 '핵잠수함'의 진가가 발휘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