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왕과 기사이야기

세월이 거꾸로 흐르는 상춘(常春)의 땅 물은 거꾸로 흐르지 못하듯 세월도 마찬가지다. 이는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샤르별은 반드시 자연의 법칙이 우선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무한이론이 정착(定着)된 4차원 문명세계에서 초자연적이고 초월적인 현상들은 얼마든지 일상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다. 세월을 거꾸로 먹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을수록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현상으로 살아가는 샤르별의 존재들.. 나이를 먹을수록 싱싱한 젊음을 자랑하며 세월을 잊고 사는 선경세상의 신선들이었기 때문이다. 샤르별에서 살아가는 선인들은 평균수명이 350세에 이르러 불로장생을 누리고 있었다. 샤르별은 우주시간으로 나이를 계산하므로 샤르별의 나이는 지구의 나이와 연계해서 생각할 수 없다. 샤르별 선인들은 오래 산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몸이 늙지 않고 병들지 않으면서 싱싱한 젊음을 누리다가 삶을 마감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현상이었다. 고차원의 정신세계에 도달할수록 수명은 늘어나는데, 삶과 죽음의 경지를 초월한 러우들은 350세 천수를 누린 후 450세 갱생수(更生壽)를 맞이하면 비로소 불로불사의 존재로 화신(化身)하게 된다. 불로불사의 화신들은 불로불사의 세상으로 떠나서 모여 살며, 세상과 교류하며 살아 있는 영혼들을 보살핀다. 결국 샤르별의 선인들은 불로불사의 화신들이 지켜주고 보호하는 세상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었다. 지구에는 높은 산마다 산신령이 살고 있고 인간세상을 지켜준다는 전설이 있는데 아마도 샤르별의 불로불사 신선들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샤르별에서 불로불사의 화신은 러우의 마지막 꿈이다. 아무리 세상을 관통한 도통자(者)러우라도 450세 갱생수(更生壽)를 넘기지 못하면 육신을 불살라 영혼의 세상으로 떠나고, 450세갱생수를 넘기면 불로불사의 화신이 되어 불로불사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것이다. 러우는 지구 언어로 풀이해서 도통자(道通者)라 부를 수 있었는데, 학문이나 정신수련의 최고경지에 도달하면 러우의 칭호를 얻게 된다. 러우는 무한이론의 최고 경지를 달통한 우주박사(宇宙博士)라고 호칭할 수도 있지만, 지구의 단편적 지식의 전문가인 박사와는 그 학문적 깊이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러우의 존재들은 이미 물질적 지배에서 벗어난 탈바꿈의 존재가 되어 영과 육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초월적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소개할 수 있었다. 러우의 경지에 들면 육신의 계산법으로 삶을 지탱하지 않고 영혼이 소유한 무한잠재력(無限潛在力)으로 하늘과 땅의 이치를 펼쳐가고 초월적 삶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르별에는 무한이론과 고차원의 정신세계를 수련하면서 세상의 미련을 모두 던져 버리고 러우의 경지에 입신하려는 대기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깊은 송림이 우거진 밀림 속의 피라미드 정신수련원에서 생활하는데, 러우의 경지에 입신(立身)한 자들이 벌이는 초능력 잔치는 언제 봐도 신비하고 황홀한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송림의 피라미드 수련원의 본래 명칭은 엄이주피 수련원이었다. 엄이주피 수련원에 러우의 대기생들이 많이 몰려드는 이유는 우주기운이 증폭되는 천관문의 장소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러우의 입신은 아무나 그 뜻을 세울 수는 없었고, 세상 미련에 대한 모든 욕망을 차단한 후 속세와 등을 지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길이기도 했다. 세상과의 모든 인연을 끊는다는 것은 아무나 세울 수 있는 결연한 의지가 아니었고, 현실을 버리고 미래를 얻고자 하는 집념이 아니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인고의 길이기도 했다. 지구 인류들 중에도 높은 각성(覺性)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고행과 마음수련에 전념하는 수행자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방법과 제도는 다르지만 서로 지향하는 목표는 비슷할 것이란 견해를 가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엄이주피 수련원에는 그렇게 세상과의 인연을 등지고, 외롭게 자신의 의지와 결투를 벌이면서 러우의 경지를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는 모습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러우의 도를 걷고 있는 수도자들 틈에 끼어서 엄이주피 수련원에서 정신세계 수련에 몰두하고 있던 어느 날, 깊은 송림의 물가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한 장면이 나타났다. 한 나이 든 선녀가 옷을 벗은 후 알몸으로 물가의 풀밭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이 든 선녀의 몸이지만 그 싱싱함과 탱탱한 살결은 만개한 꽃의 도도함이 빛났다. 몸의 어느 한 구석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한참 물오른 화초처럼 싱그러움이 빛나는 몸매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아름다운 알몸으로 우주활력무인 신선무에 열중하는 모습은 지나가는 산짐승이라도 반할 만큼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이 든 선녀가 열중하고 있는 신선무는 최고 고난도의 기교巧)를 요구하는 오디바 춤이었다. 오디바 춤은 200년 이상 우주활력무를 춘 춤 경력을 쌓아야 가능한 춤이었다. 과연 나이 든 선녀가 환상적인 오디바 춤에 열중하는 장면은 아무데서나 쉽게 구경할 수 없는 큰 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오디바 춤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분간 못할 만큼 무아의 경지에서 긴 시간 이어졌고 격정을 이기지 못한 선녀 무희는 끝내 깊은 물 속을 향해 물개처럼 알몸을 던졌다. 물 속에 뛰어 든 오디바 무희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때 나는 무한한 궁금증과 함께 속으로 조금씩 걱정이 밀려오기도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수 km나 떨어진 물 위로 오디바 무희의 모습이 나타났고, 물 밖으로 몸을 내민 무희는 마치 물 위를 미끄러지는 모습으로 날렵하게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물 속으로 잠수했다가 다시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오디바 춤의 연속으로 수중무용의 신기를 펼쳤다. 바닥까지 환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 속에서 신기(神技)의 수중무용솜씨를 연출하는 그녀의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인어가 물을 희롱하는 것 같았고, 복숭아 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피부는 18세 소녀가 천진무구하게 물장난을 치는 장면을 연상케 만들었다. 멍하니 나이 든 선녀의 춤추고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샤르비네에게 물었다. "혹시 저 선녀의 정체를 샤르비네가 알고 있소?" 샤르비네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나이는 몇 살이고 무엇을 하는 선녀라오?" “나이는 250세로 알려져 있고 샤르별에서 춤꾼 선녀로 유명하지요. 결국 춤으로 도통한 러우라고 소개할 수 있는데 이름은 카비나나디라 부른답니다." “250세의 무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데.... 터질듯 탱탱한 몸매와 조각처럼 늘씬한 팔등신의 체형... 신선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남을 것 같군요." “그래서 카비나나디를 연모하는 신선들도 많아요. 하지만 이미 주인이 있는 몸이라 신선들의 마음만 설레게 할 뿐 짝사랑의 연정만 소모하지요. 샤르앙도 벌써 마음이 반한 표정이네요?" "잠시 그랬던 것 같아요. 샤르별의 선녀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저토록 미끈하게 잘 빠진 알몸의 선녀는 흔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드오.""그래요. 같은 선녀의 눈에도 반할 정도인데 정상적인 눈을 가진 신선들의 눈에는 얼마나 매혹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겠어요. 샤르앙이 카비나나디 선녀에게 반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카비나나디 선녀는 멋진 알몸으로 춤추고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물가로 나온 후 나뭇가지에 걸어 둔 선녀복을 멀쩡하게 차려입기 시작했다. 선녀복은 속옷을 받쳐 입지 않는 외겹 통옷이며 입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잠깐 사이에 선녀복으로 갈아입은 카비나나디가 구름 위를 걷듯 가벼운 몸짓으로 우리들 앞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선녀의 알몸도 아름다웠지만 천의무봉天無縫솜씨로 지어진 선녀복을 입고 있는 선녀의 모습도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우리들 앞에 다가온 카비나나디가 신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 "사랑스런 영혼들아, 구경 잘했니?” 샤르비네와 나는 엉겁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례를 올리고 "네." 하고 함께 대답을 했다. "호호호. 귀여운 것들. 구경 잘했다니 기쁘구나. 다음에 또 인연이 되면 더 좋은 구경 보여줄게." 그녀는 시야에서 안개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카비나나디가 시야에서 멀리 사라질 때까지 나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멍한 기분이었다. 샤르비네도 이름으로만 듣던 춤꾼의 신들린 춤 솜씨를 직접 목격하고 정신이 나가버린 표정 같았다. 아무튼 깊은 송림의 물가에서 운 좋게 좋은 구경거리를 만나 구경을 잘한 후 샤르비네는 나를 이끌고 우무시 꽃들이 안개처럼 만개한 숲속의 풀밭으로 안내했다. 우무시 꽃은 사랑의 불꽃이란 의미가 깃들어 있는 꽃 이름이었으며, 꽃의 크기는 사과꽃 정도 되는데 꽃 색깔은 흰색과 보라색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섞여 있었다. 우무시 꽃은 풀밭 위에 구름바다처럼 활짝 피어 있었고, 꽃의 향기는 온 숲속을 진동시킬 만큼 황홀했다. 우무시 꽃향기는 사랑에 취하게 만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신선과 선녀들이 사랑을 즐기고 싶을 때는 우무시 꽃 덤블을 찾아가는 습성이 있었다. 우무시 꽃 덤불에는 꽃 이파리 같은 아주 작은 나비 떼들이 떼 지어다니며 꽃들을 희롱하고 있었는데, 샤르비네는 그러한 우무시 꽃 덤불사이로 내 손을 이끌고 들어갔다. 꽃 덤불 사이로 들어가면 구름에 몸을 가린 듯 눈에 잘 띄지 않았는데, 샤르비네는 그곳에서 수스바라는 춤을 추자고 제안했다. 수스바춤은 사랑의 춤이었는데, 신선과 선녀들이 음양의 조화로써 사랑의 감정을 나눌 때 추는 춤이었다. 수스바 춤을 추는 사이에 저절로 음양조화의 감정으로 취해가기 시작하고, 직접 몸을 섞지 않고도 행복한 사랑의 감정을 북돋아주는 춤이었다. 춤을 출 때는 그 춤에 맞는 음악이 들려오는데, 음악은 다른 데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착용한 전자벨트에서 저절로 울리며 들려왔다. 전자벨트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의 종류는 많은 테마가 있었는데, 신선들이 여러 가지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우주선율의 음악들이었다. 수스바 춤을 출 때 듣는 음악은 수스시비란 이름의 음악이었는데, 그 뜻을 굳이 해석하자면 사랑의 음률이었다. 샤르비네와 함께 수스시비 음악을 들으며 수스바 사랑의 춤을 추는 기분은 너무 황홀하고 달콤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우무시 꽃 덤불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무아의 경지에서 수스바 춤을 출 때는, 숲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도 조용해지고, 불어오는 바람조차 멈추고 정적을 지키는 것 같았다. 수스바 사랑의 춤은, 춤추는 당사자들만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곁에서 구경하는 구경꾼들의 기분이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수스바 춤은 샤르별의 신선과 선녀면 누구나 즐기는 사랑춤이었는데, 숲속의 풀밭을 지나다 우무시 꽃 덤불이 피어 있는 장소가 발견되면 그 속에는 반드시 여러 쌍의 신선과 선녀들이 수스바 사랑춤을 추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쌍들은 옷을 입은 채 수스바 춤을 추고 어떤 쌍들은 옷을 벗고 알몸으로 춤을 추는 경우도 있었다. 수스시비 음악을 들으며 수스바춤에 도취되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황홀해지면서 신선과 선녀가 함께 옷을 벗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알몸이 된 신선과 선녀들은 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었는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선남선녀가 우무시 꽃덤불 사이를 오가며 수스바 사랑춤에 매료되어 가는 장면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었다. 이처럼 샤르별의 신선들은 춤을 좋아하는 영혼들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몸매는 젊어지고 아름다워지며 만년청춘의 삶을 즐기는 비결이 춤을 좋아하는 습성들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들의 시선과는 아랑곳없이 흥에 겨워지면 저절로 옷을 벗고 알몸으로 춤추는 샤르별의 신선들. 그 아름다운 정열을 불태우면서 불로 장생하는 모습들이 한없이 부럽게 느껴지곤 했다. 지구의 인류들은 나이가 들면 늙는 것이 순리요. 늙으면 병들고, 병들면 죽는다는 현상을 하늘이 부여한 진리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그 말이 진리라면 지구의 인류들은 누구나 나이의 순서대로 생을 마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 곁에서 세상을 떠나가는 영혼들은 나이의 순서와 상관이 없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뜨기도 하고 젊은이가 늙은이보다 먼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이치는 나이의 순서와는 무관하다는 진리를 하늘은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즉 나이는 우리 몸을 병들게 하고 죽음의 절망으로 이끌고 가는 악마가 아니다. 나이를 먹는 것이 죄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지구의 인류들은 늙고 병들게 되는 원인이 나이 때문이라고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나이를 억울하게 만든다. 나이는 그냥 쌓아지는 삶의 경륜이 아닐 것이다. 나는 샤르별의 존재들이 살아가는 이치를 살펴보면서 나이는 육신을 병들게 하는 원흉이 아니라 영혼을 성숙케 만들고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닫게 만드는 훌륭한 삶의 밑천이란 사실을 발견하곤 했다.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는 영혼,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움을 더해 가는 육신, 나이가 들수록 거룩함을 더해 가는 삶... 그래서 우리 지구 인류들은 앞으로 나이가 늘어남을 한탄하지 말고 자랑스러워하고 스스로 대견해 하는 풍토를 조성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선천적으로 음양의 조화를 통해 삶의 이치를 펼치려고 노력한다. 샤르별의 존재들이 즐겨 추는 수스바 사랑춤은 음양의 기운을 서로 북돋우면서, 선녀들은 신선들에게 땅의 기운을 증폭시키고, 신선들은 선녀들에게 하늘기운을 증폭시키면서 음양의 기운이온 세상에 가득 넘치게 만든다. 그러한 기운으로 샤르별의 존재들은 나이와 상관없는 상춘(常春)의 삶을 즐기며 선경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젊어지고 성숙해지고 신선으로서의 품위가 격상되어지는 4차원 문명세계의 선경세상... 이제 머지않은 날에 지구에도 큰 빛의 기운이 감돌아서 지구 인류의 삶을 신천지(天地)로 안내할 것이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밝은 달밤이면 샤르별에서 알몸으로 춤추는 선녀들이 눈앞에 선연하고, 그때 함께 춤추던 샤르비네나 아름다운 선녀들이 금세라도달빛을 휘감고 나타나 함께 춤을 추자고 제안할 것만 같다. 우주 끝 샤르별에도 지금처럼 환한 달빛이 온누리를 비추고 있을지, 정원의 부드러운 풀밭에서는 아름다운 선녀들이 나타나 우주활력무를 추면서 우주 에너지를 수련하고 있을지, 한없이 그리운 마음으로 달빛을 쳐다볼 때가 많았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5 <샤르별의 자연, 문명과 신선 인류들> - 박천수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