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갑 김문수입니다. 경기도 양주 정성호입니다. 안산시을의 김현입니다. 성남중원의 이수진입니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이동주입니다. 안산시갑의 양문석입니다. 경기 광주을의 안태준입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앞에 모인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소속 의원·당선자 26명이 돌아가며 자기 지역구와 이름을 말했다.
‘검찰의 술판 회유’ 의혹 규탄 기자회견을 위해 하나둘 모이던 상황에서는 서로 밝게 웃으며 “고생했다”고 당선을 축하했고, 얼싸안기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한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는 “2017년 대선 때부터 (이재명과) 함께했다” “우리는 형제”라며 ‘진명(진짜 친명)’의 우애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치 검찰이 야당 이재명을 탄압하고 죽이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려 한 수사 농단이자 중대 범죄”라며 “국정조사·특검까지 추진해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측이, 검찰이 술자리에서 진술 조작을 종용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22대 총선 당선자들이 국회도 개원하기 전부터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19일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정치 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을 구성했다. 단장은 민형배, 간사는 박균택이 맡기로 했다. 주철현은 사건조작진상조사팀장에, 김용민은 이번 의혹에 연루된 검사들의 탄핵을 추진할 특검·탄핵추진팀장에 각각 임명됐고, 김승원이 팀장을 맡은 검찰개혁제도팀에는 김기표, 김동아, 이성윤 등 법조인 출신이 합류했다.
진상 규명 전부터 특검과 검사 탄핵 추진까지 상정한 대형 조직을 만든 것이다.
여러 초선 당선자가 검찰과 벌이는 ‘전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한 셈인데, 이 사건 당사자는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지난 15~16일 페이스북에 ‘이게 나라냐? 수감자들, 수원 검찰청에 모여 술판 벌이며 진술 조작 연습’ ‘이재명 죽일 허위 진술 연습시킨 수원지검. 그런 일 없다고? 그러면 CCTV와 출정 기록 공개하라!’ 등의 글을 잇따라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온 뒤 민주당 의원·당선자들이 일제히 수원지검으로 몰려간 것이다.
특히 18일 수원지검·대검찰청 앞에서 잇따라 열린 기자회견 참석자들 면면을 보면 민주당 ‘신주류’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은 이번 국회에 비로소 ‘진명’들로 의원단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초선 당선자만 12명이 참석했는데, 성남시·경기도 인연인 이재강(경기 의정부을), 안태준(경기 광주을), 모경종(인천 서병),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라인인 김동아, 대선 경선 캠프 출신인 김우영(서울 은평을), 이연희(충북 청주흥덕)가 참석했다.
또 이재명 체제에서 특보·당직을 맡은 김문수(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박희승(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 등 친명 인사가 다수였다. 총선 막바지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던 양문석(경기 안산갑), 김준혁(수원정)도 참석했다.
정성호·이학영·김민석·김성환·박찬대·강득구·장경태 등 현역도 친명·지도부가 다수였다.
당 관계자는 “뜻을 함께하는 의원·당선자들이 알아서 참석한 것”이라며 “예상보다 많이 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별다른 동원령 없이도 당선자들이 적극적으로 ‘이재명 호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이 지난해 체포 동의안 표결 때 ‘가결파’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호위 무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걸 실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정식과 정무직 당직자는 일괄 사의를 표했다. 강선우는 “총선 승리 후 당을 재정비하고, 총선 민심을 반영해 개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새 당직 인선도 이 신주류 친명 중심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