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울기 위해
지금, 울지 않는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고
매미의 시절이 갔노라고
섣불리 엽서에다 쓰지 말 일이다
몸속에는 늘 꼼지락거리며 숨 쉬는 게 있는데 죽어도 죽지 않는
그게, 바로 흔히들 마음이라고 부르는 거란다
-『중앙SUNDAY/시(詩)와 사색』2023.11.03 -
가을은 사색(思索)이라는 말과 자주 어울립니다.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한걸음 더 들어가 깊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껏 즐길 수도 있고요. 사색은 말 그대로 어떤 대상이나 주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일. 다만 진정한 의미의 사색은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색(索)은 동아줄을 뜻하는 말이자 동시에 찾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어떤 것을 깊이 생각한 끝에 나아갈 방향을 찾는 일. 썩지 않을 질기고 굳고 곧은 줄을 하나 부여잡는 일. 이것이 사색의 온전한 의미인 것입니다.
눈을 감고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그러다 이내 바른 마음을 하나 떠올리고는 행동으로 옮겨도 좋겠습니다.
〈박준 시인〉
Bagatelle No.3: Dreaming Tears in a Crystal Cage · Ezio Bo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