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매우 깔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그렇지 못했는데,
A씨는 가족들의 그런 점이 늘 불만이었지만,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건 나니까 내가 치우면 되지란 생각에
항상 정리 정돈과 청소를 도맡아했었죠.
그러던 어느날,
A씨는 회사에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녹초가 된 채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 A씨를 반겨주는 것은
엉망으로 흩어져 있는 신발들과 빈 택배 상자들이 널부러져 있는 현관의 풍경이었죠.
순간, 참을 수 없이 분노가 치민 A씨는 가족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요.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어!!!
내가 언제까지 니들 뒤치닥꺼리만 하면서 살아야돼!!!
그 날 저녁 집안 분위기는 매우 암울했고,
회사원 A씨의 마음 속은 자괴감과 우울감으로 가득했습니다.
에너지 관리도 능력이다.
고시 공부가 힘든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만약 저보고 하라고 한다면, 저는 이 이유 때문에 못한다고 할 것 같습니다.
참아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거죠.
그리고 참는다는 것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걸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의 에너지를 소모시킨다는 역기능 또한 불러일으킵니다.
네, 참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Roy Baumeister의 한 실험에서는
공복 상태의 실험 참여자들을 불러놓고,
한 그룹에게는 순무를 먹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맛있는 쿠키와 순무를 함께 준 후, 오직 순무만 먹을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리고나서, 두 그룹에게 어려운 과제를 시켰더니,
쿠키를 못먹고 참아야 했던 그룹에서 더 빨리 과제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죠.
먹고 싶은 걸 참는 과정에서 이미 일정량의 에너지가 소진돼 버린 겁니다.
먹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것들,
이런 걸 참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소모시킨다는 거죠.
가뜩이나 공부를 위한 에너지도 많이 필요한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참아내는데도 그에 못지 않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취미 많고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똑똑하고 암기력이 좋더라도 고시 패스하기가 쉽지 않겠죠?
에너지가 남들보다 배 이상은 필요할테니까요.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 일시적으로는 카타르시스로 인해 기분이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는 반드시 상처를 입게 되고 이런 식으로 관계에 균열이 가게 되면,
갈등과 다툼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기분 나쁜 일들이 벌어지게 되겠죠.
관계의 균열은 곧 깨진 항아리와도 같아서,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나의 에너지는 계속해서 새 나가게 될 겁니다.
반면, 에너지가 충분한 상태에서는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어도,
일정량의 에너지를 소모함으로써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내가 기분 관리에 성공한다면, 일터든, 가정이든 좋은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겠죠?
환경이 우호적이고, 관계가 원만할 때는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비유하자면, 항아리가 튼튼해서, 물이 낭비되지 않고 잘 보존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겠죠.
나의 에너지통(멘탈)을 지키는 일은,
끊임없는 기분 관리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꿔나감으로써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내 멘탈 항아리가 아무리 튼튼하다고 한들,
그 속에 물이, 즉, 에너지가 안 차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죠?
정신건강을 위한 두번째 과제가 바로 상시적인 "에너지 충전"입니다.
첫번째 과제, 즉, 단단한 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감정 조절에 필요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합니다.
그렇게 소모한 에너지는 당연히 다시 채워 넣어야겠죠?
심리학에서 에너지 충전의 공식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좋은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내가 뭘 할 때 행복하고, 뭘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알고 있어야겠죠.
※ 하지만 사람들은 은근히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구체적으로 잘 생각해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시간은 약이다라는 말처럼,
그냥 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일종의 저속 충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이건 "급속 충전"에 가까워요.
시간이 약이라면, 행복한 시간은 그야말로 "명약"이거든요.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저는 가기 싫은 데 가야만 하는 장소에서 감정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더라고요. 이미 그 자리에 있는 걸 참는 것만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쓴 탓인 거 같습니다.
일하는 것도 에너지 소모. 참는것도 에너지 소모. 직장인들은 이러니 퇴근하면 녹초가 될수밖에 없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언제나 업될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어봐야겠어요
좋은 밤 되세요
아! 무명자님이 좋아하시는 취미는 뭐가 있으신가요? ^^
마지막 그림에 있는 리스트가 제 것입니다. ㅎㅎ
@무명자 아!! ㅎㅎ. 미안한데 입히기라면 누구에게 입히는건가요? ^^
@둠키 제가 하는 게임에서는 게임 내 캐릭터한테 스킨을 사 주면, 게임 캐릭터의 외향이 변하거든요. 스킨이 매우 다양해서, 콜렉션 모으는 맛에 게임을 해요.
@무명자 아이구. 귀찮게 질문드렸는데 감사해요
그렇군요. 저는 촌스럽게 게임캐릭터 티셔츠를 사셔서 다른사람에게 선물하는줄 알았어요 ㅎㅎ. 민망해라. 아주 좋은 하루 되세요
제 지금 직장에서의 모습같군요. 다들 시키는 것만 하고, 안시키면 누가 나서서 정리정돈조차 안하고. 좀 영리하게 생각좀 했으면.
감사합니다. 부서장때문에 기분 몹시 더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에너지관리 잘해야겠네요! 마누라랑 행복한 시간들로 더 잘 버텨봐야겠습니다ㅎㅎ
아 이거 와이프 보여줘야겠어요!
혹시 무명자님 올려주시는 글들 책으로도 출판이 되어 있을까요?
일부는 <내향인을 위한 심리학 수업>에 게재되어 있고, 또 일부는 올해 상반기에 나올 책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무명자 감사합니다!
상반기에 나오는 책도 꼭 까페에 올려주세요!
에너지 관리 정말 중요한것같아요 나이들수록 갖고 있는 에너지의 70%정도만 쓰라는말이 왜 있는지 느끼게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