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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 장 십절마제(十絶魔帝)의 죽음
"……."
"……."
당문우와 후금량의 눈길이 허공에서 정면을 부딪쳤다.
일순, 당문우는 후금량의 눈빛에 자신의 모든 것이 투시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때, 후금량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사적의 셋째 아들이냐?"
"그렇소."
당문우의 대꾸는 냉랭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는 후금량을 무섭게 노려보며 반문 했다.
"당신이 후금량이오?"
순간, 후금량의 뒤에 서 있던 두 아들의 얼굴에 노기가 잔뜩 떠올랐다.
"건방진 놈!"
"감히 천승의 지존께 그런 망발을 함부로……"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표정들이었다.
당문우는 피식 웃었다.
"왜? 한 번 덤벼보시지 그래? 너희들의 막내동생인지 누군지는 그래도 제법 용기가 있는 편이던데……"
"네놈이 정말!"
좌측에 서 있던 후금량의 둘째 아들 후위종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불쑥 나섰다.
"당문우! 네놈의 혓바닥을 잘라놓고 말겠다!"
쐐애액-!
그는 양손을 부채처럼 활짝 펼치며 당문우의 정수리를 찍어갔다.
당문우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쯧쯧…… 그런 솜씨로 어디 쥐새끼 한 마리나 제대로 잡겠느냐?"
빈정거리면서 그는 혈영장법의 마지막 초식을 펼쳤다.
꽝-!
혈영장력(血影掌力)은 여지없이 후위종의 가슴을 격타했다.
"으아악-!"
처참한 비명과 함께 실 끊어진 연처럼 후위종의 몸이 절벽 쪽으로 날아갔다.
단 일초에 승패를 결정지어 버린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본 모든 사람의 안색이 급변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휘익!
후금량의 뒤에 서 있던 검마천의 신형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찰나지간에 후위종의 몸을 안아들고 되돌아왔다.
후위종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가슴은 끔찍하게 짓뭉개져 있었다.
설사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병신이 되고말 치명적인 상처였다.
"으음……"
후금량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의 시선이 다시 당문우를 향했다.
물처럼 고요하고 얼음처럼 투명하던 그의 두 눈에 노기(怒氣)가 떠오르고 있었다.
"네놈이 감히 본좌의 막내아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둘째까지……"
"흥!"
당문우는 냉랭히 코웃음쳤다.
"당신은 단 하나 뿐인 나의 아버님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평화롭고 안락하던 우리 가정을 풍지박산을 내버렸다. 그 덕분에 나는 어머님과 두 형님과 생이별을 하게 되어 고아 아닌 고아가 되버렸다."
"……."
"그런데…… 당신은 겨우 아들 둘이 죽음을 당했다고 그렇게 분노한단 말이냐? 이제보니 당신은 염치가 전혀 없는 위인이로군?"
"……."
후금량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당문우를 바라보았다.
이때였다.
독마천을 안고 있던 도마천이 독마천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당문우에게 다가섰다.
"이마빡에 피도 마르지 않은 놈이…… 나 도마천이 네놈에게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를 가르쳐 주겠다."
"웃기지 마라!"
당문우는 빈정거렸다.
"삼척동자도 하늘이 높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도마천, 네놈은 이제서야 그걸 깨달은 모양이구나."
"네놈이……"
도마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단 한마디에 그는 천하에서 가장 무식한 놈이 되고 만것이다.
"찢어죽일 놈!"
대갈호통성과 함께 한 가닥 금빛의 도광(刀光)이 도마천의 허리춤에서 작렬했다.
번쩍-!
츠츠츠츳!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터였다.
당문우는 재빨리 신형을 날려 도마천의 공격을 피했다.
바로 그때였다.
펄럭……
그의 소맷자락이 싹둑 잘려지더니 낙엽처럼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으음…… 이런 불가사의한 빠름이라니……'
당문우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의 얼굴 표정이 저절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도마천이 껄껄 웃었다.
"제법이구나.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그저 옷자락이 베어지는 것으로 끝나다니……"
그리고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는 다시 도를 꽂더니 호기롭게 말했다.
"무기의 이점(利點)을 살려 이겼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더욱이 너같은 어린 아이에게……"
"……."
"나의 아우들을 죽인 네 솜씨를 한 번 보고 싶다! 자, 마음껏 공격해봐라!"
당문우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 도마천, 네놈은 그 말에 대해 곧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당문우는 우장(右掌)을 빙글 돌려 그대로 쭉 내뻗었다.
슈슈슉!
거대한 경력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갔다.
소림사가 자랑하는 백보신권(百步神拳)이었다.
폭풍같은 권력이 몰려오고 있음에도 도마천은 피식 웃었다.
"멍청한 놈! 그까짓 백보신권으로는 노부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그리고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대로 서 있는 것이었다.
순간, 당문우가 쳐낸 백보권력이 도마천의 몸을 해일처럼 덮쳐 버렸다.
꽈꽈꽈꽝!
고막이 찢겨질 듯한 굉렬한 폭음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그런데, 자신의 장담대로 도마천은 단지 반 걸음만 뒤로 물러났을 뿐 끄떡도 없었다.
'이…… 이럴 수가……?'
당문우는 대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맨몸으로 자신의 공세를 받아내고도 설마하니 이렇듯 멀쩡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의 그런 심중을 눈치 채고는 도마천이 기괴로운 괴소를 흘렸다.
"후후후…… 나의 금천마강(金天魔 )은 누구도 깨뜨리지 못한다."
"……."
"당문우! 삼 초 이내에 네놈의 심장에 바람구멍을 뚫어 주겠다!"
스스슷!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도마천의 신형이 환영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움직였다고 여겨지는 순간에 이미 그의 손에서는 눈부시도록 찬란한 황금색의 광채(黃金光)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번쩍! 번쩍!
황금색의 광채는 쏟아져 나오기 무섭게 거대한 강기( 氣)를 이루더니 광풍처럼 회오리를 일으키면서 곧장 당문우의 몸을 덮쳐오고 있었다.
쿠쿠쿠-!
속도의 빠름이나 위력은 물론이고 대기를 가르는 그 소리 하나만으로도 가슴 떨릴 지경이었다.
당문우의 눈에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가공하구나……!'
느낌은 느낌이었을 뿐이다.
내심 감탄을 하면서도 그의 신형은 이미 메뚜기처럼 허공으로 퉁겨지면서 바람처럼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꽈꽈꽝-!
그가 사라지는 순간, 뒤에 있던 거대한 암반 하나가 박살나며 가루가 되어 버렸다.
쿠쿠쿠쿵……
천지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처럼 굉렬한 폭음과 함께 요란스럽게 진동을 일으켰다.
'으음……!'
당문우는 가슴 속에 찬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때였다.
"네 아비가 쥐새끼처럼 피하는 것만 가르쳐 주더냐?"
비양거림과 함께 도마천의 쌍수가 당문우를 향해 맹렬히 휘둘러졌다.
콰콰콰쾅-!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땅거죽이 뒤집히면서 자욱한 흙먼지가 미친 듯이 피어올랐던 까닭인데, 금빛 찬란한 강기는 그 사이를 가르며 섬광(閃光)의 빠름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파아앗!
당문우의 신형이 거의 육안으로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옆으로 퉁겨나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도마천은 장력을 엉뚱한 곳만 때리고 말았다.
콰콰콰쾅!
장력이 격중된 곳을 중심으로 주변 십여 장 이내의 암석과 거목(巨木)들이 뿌리째 뽑히거나 가루로 변해 허공 중에 흩날렸다.
그와 함께 누런 풍사(風沙)가 일어나 한 치 앞조차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허공을 가득 채웠다.
"흐흐흐…… 네놈이 언제까지 그렇게 쥐새끼처럼 피해다니닐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도마천은 당문우를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계속 맹공을 펼쳐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문우는 계속 피하기만 했다.
츠파파파……
무영무쌍백팔밀허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옷자락 여러 곳이 도마천이 펼치는 경력에 의해 찢겨 나갔다.
참으로 위태롭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으음……'
창백해진 당문우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혀졌다.
여차하면 어디가 통째로 찢겨나갈지 모르는 판국이었다.
사실 고수들간의 싸움은 선기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라지는 법이다.
지금의 싸움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지금까지 피해다닌 것은 어떤 다른 속셈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한 번 선기를 빼앗기게 되자 당문우는 공격할 기회를 전혀 잡지 못한 채 피하는 데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파파팟!
콰아아앙!
끊임없이 천번지복의 폭음이 터지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 폭풍처럼 사위를 휩쓸었다.
상황은 갈수록 당문우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었다.
당문우는 아랫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할 수 없다. 이대로 계속 피하기만 하다가는 결국 내가 당하고 만다. 위험하더라도 모험을 하는 수밖에……'
그는 즉시 불법십완(佛法十 )의 구결을 뇌리에 떠올렸다.
불법십완은 악령성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신비의 물문선공(佛門禪功)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인 때문에 당문우는 무리를 해서라도 그 무공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천지인(天地人)…… 삼라만상(森羅萬象)의 모든 정기를 끌어모은 뒤…… 그 응축된 힘들을 장심을 통해 하나로 발출시킨다……'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의 전음이 당문우의 귓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좌삼(左三) 우사(右四)의 보행(步行)으로 건결(乾訣)을 짚은 다음 우수(右手)로 놈의 건문혈(乾門穴)을 노려라!"
"……?"
당문우는 흠칫하며 의혹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전음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슈슈슉!
섬광처럼 허공으로 뻗어나온 우수(右手)는 한창 공세를 펼치기에 정신없던 도마천에게 있어 참으로 예상할 수 없었던 기습(奇襲)이었다.
퍼퍽!
"우욱!"
도마천은 옆구리를 감싸쥐며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쿠당탕……!
그는 두어 차례 바닥을 구른 뒤에 벌떡 일어섰다.
바로 그때였다.
당문우의 귓속으로 다시 예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놈의 급소는 건문혈(乾門穴)의 삼촌(三寸) 위에 있는 태진혈(太眞穴)이다! 빨리 그곳을 공격해라!"
당문우는 더 생각할 여지도 없이 도마천을 향해 벼락같이 덮쳐가면서 그의 태진혈을 향해 탄지신통(彈指神通)을 쏘아냈다.
슈슈슈슉!
"헉!"
도마천의 얼굴이 사색(死色)으로 변했다.
태진혈은 금강불괴지신을 이룬 자신의 신체 중에서 유일한 급소이자 사혈(死穴)이었기 때문이다.
슈우욱!
당문우의 공격은 빨랐다.
비록 천하무적의 도마천이었지만 그 공격만큼은 도저히 피해낼 재간이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라!"
흑영 하나가 빛살처럼 허공을 가르며 나타나더니 당문우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꽈꽝!
"으아악-!"
당문우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그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가 절벽 아래로 가랑잎처럼 떨어져 내렸다.
바로 그때였다.
휘이익-!
절벽 아래 쪽에서 황영(黃影) 하나가 솟구쳐 오르더니 떨어지고 있는 당문우를 가볍게 품에 안았다.
탁……!
당문우를 가슴에 안고 떨어져 내린 황영은 놀랍게도 자신을 열사단주라고 밝혔던 바로 그 점쟁이 노인이었다.
"헉!"
그를 본 후금량이 헛바람을 토해내며 안색을 급변시켰다.
"너…… 너는?"
점쟁이 노인이 후금량을 응시하며 빙긋 웃었다.
"오랜만이다, 금량……"
"너…… 너…… 죽지 않았느냐?"
"죽다니? 내가 왜 죽는단 말이냐?"
"으음……"
후금량은 침음하며 검마천에게 시선을 던졌다.
"어찌된 것이오?"
"……?"
검마천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아직도 모르겠소?"
후금량은 짜증 섞인 어조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본좌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누구라 생각하오?"
"설마……?"
검마천은 불신과 경악의 눈으로 점쟁이 노인을 바라보았다.
"정녕 당신이…… 당사적이란 말이오?"
'……?'
점쟁이 노인의 품안에 안겨있던 당문우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그때, 점쟁이 노인이 검마천과 후금량을 번갈아 응시하며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오백 년 동안 천하무림을 영도해 왔던 우리 사천당문이 소수천마 하나에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 그대들의 생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오오……'
당문우의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아…… 아버님이…… 살아…… 계셨다니……'
그때, 그의 짐작을 확인이라고 시켜주려는 듯 점쟁이 노인은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매미날개처럼 얇디얇은 인피면구가 벗겨지면서 참으로 놀라운 얼굴이 나타났다.
틀림없이 그는 만독천자 당사적이었다.
당문우는 부르짖었다.
"아버님……!"
"녀석…… 그 동안 고생 많았다."
당사적은 당문우를 품에서 내려놓으며 따스한 미소를 건넸다.
"너까지 속여야 했던 이 아비의 입장을 이해해줄 수 있겠느냐?"
"이해고 뭐고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아버님께서 이렇게 살아계신 것만 해도 소자는 가슴이 터질 것처럼 기쁘거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뭐가 고맙다는 것이냐?"
"아버님이 이렇게 살아계신 것 말입니다."
"녀석……"
당사적이 피식 웃었다.
"어찌 되었거나 명색이 그래도 천하제일인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토록 쉽게 죽음을 당할 수 있단 말이냐? 그렇게 쉽게 죽는다면 이 아비를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게 너무 미안한 일이지."
그는 이어 후금량에게 시선을 던졌다.
"금량…… 너는 자신이 판 무덤에 걸려든 것이다."
"……."
"너를 살려보낸 뒤 나는 단 한시도 너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너는 너무도 교묘하게 몸을 숨겼기 때문에 나는 도저히 너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막내아들인 문우가 소수천마와 직접 대면하게 됨으로서 난 네가 머지않아 다시 나타날 것임을 직감했다."
"……."
"나는 그 즉시 고육지계(苦肉之計)를 펼쳐 내가 죽은 것처럼 위장하는 한편, 막내아들을 무림에 내보내 너희들과 부딪치도록 만들었다."
"……."
"그 계획은 오래 전부터 천기(天機)를 살피시던 나의 사숙께서 세우신 것인데…… 사숙께서는 나의 막내아들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여러 번의 기연을 얻어 이번의 이 혈난(血亂)을 평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재목임을 간파하신 것이다."
"……."
"사숙님의 계획대로…… 나의 막내아들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성장 했다."
"……."
"난 막내아들이 너희들과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 틈을 타서 대륙열사단을 재정비 했다. 이제는 너도 짐작하겠지만, 대륙열사단의 현(現) 단주는 바로 나 당사적이다."
"……."
후금량을 바라보는 당사적의 두 눈은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승리를 확신하는 눈빛이었다.
"……."
당사적의 득의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후금량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했다.
그러다가 그가 갑자기 하늘을 우러러 보며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핫-!"
'헉!'
당문우의 안색이 급변을 일으켰다.
내상을 입고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설사 내상을 입지 않은 상태라 할지라도 여전히 똑같았을 것이다.
후금량의 웃음소리가 귀전을 파고드는 순간 그는 전신의 모든 기혈이 무섭게 들끓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우욱!'
뿐만이 아니라 가슴 밑바닥에서 선혈이 솟구치고 있었다.
당문우는 이를 악물고 솟구치는 선혈을 억눌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크하하하하하-!"
계속되는 후금량의 그 웃음을 당문우는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다.
그것은 당사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얼굴이 한순간에 침중하게 굳어버렸다.
후금량의 내공은 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후금량의 웃음소리에 기혈이 안정을 잃고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견딜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조금 괴로울 뿐이었다.
웃음으로 당사적 부자를 더 이상 괴롭힐 수 없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일까?
"……."
후금량이 웃음을 그치더니 당사적을 직시하며 말했다.
"좋아, 좋아…… 당사적, 너와 나의 두 번째 싸움도 나 후금량이 패한 것으로 치자. 하지만 세 번째 대결에서만큼은 기필코 너를 이기고 말 것이다."
"……."
당사적은 담담히 웃었다.
웃으면서 그는 빈정거리듯 말했다.
"마전의 고수들을 세 치 혓바닥으로 실력을 가늠하는 모양이군?"
"……."
"후후…… 그렇다면 일찌감치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금량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당사적은 예의 미소를 다시 떠올리며,
"중원의 구파일방에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대단한 기재 하나를 키워냈지."
"……."
"자비불향(慈悲佛香) 옥산랑이라는 소녀인데…… 구파일방은 그녀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다."
"……."
"결론을 말하자면…… 자비불향 옥산랑이 이끄는 구파일방의 고수들과 우리 대륙열사단의 고수들은 이미 자네의 마지막 보루라는 마전을 공격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일세. 그리고…… 그 싸움은 아마 지금쯤 끝나 있을 것이네."
"……."
그의 말이 끝났을 때였다.
휘이익! 휘익!
산 아래서 수십 줄기의 인영들이 솟구쳐 올랐다.
승도속개(僧道俗 )의 모두 뒤섞인 그들은 구파일방의 수뇌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당문우의 눈에 익은 몇몇 사람이 보였다.
굉천대사를 비롯하여 자비불향 옥산랑과 홍의나찰 옥교매, 무산성모와 백연령 등이었다.
그때, 그들을 힐끗 바라보던 후금량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겨우 이 정도인가? 저들만으로 나 후금량을 어찌 해보겠다고 왔단 말이지?"
"……."
"실망이군. 나 후금량의 존재가 겨우 이 정도로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니……"
그는 당사적을 쏘아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사적…… 승자(勝者)와 패자(敗者)는 마지막 순간에 가져지는 법이라네. 아무리 우세한 힘을 지니고 일방적으로 상대를 몰아부쳐도…… 먼저 죽음을 당한다면 어찌 그를 승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
당사적은 후금량의 야릇한 미소를 보는 순간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후금량의 야릇하고 사이로운 미소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졌다.
"사적…… 자네에게 보여줄 인간살인병기 하나가 있네. 나찰마녀(羅刹魔女)라고…… 소수천마와 함께 나 후금량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여인이라네……"
그는 이어 입술을 뾰족하게 오무린 뒤 기묘한 소리를 냈다.
삐이이……
그 음향은 길게 꼬리를 물고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던 한 순간,
스르르……
소리도 없고 형체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허공을 날아오고 있는 흑영(黑影) 하나가 있었다.
뜻밖으로 그 흑영은 여인(女人)이었다.
그것도 매미날개처럼 얇고 투명해서 속이 환히 들여다 보이는 흑사(黑絲)로 전신을 휘감은 절세미모의 여인이었다.
백옥(白玉)처럼 뽀얀 나신(裸身)이 흑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그 여인을 보고 몸서리를 치지 않을 자가 어디 있으랴!
그 얇디 얇은 흑사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아련한 호선을 그려내고 있는 백옥 같은 나신은 아름다움의 차원을 뛰어넘는, 차라리 공포라고 해야 옳을 마물(魔物)이었다.
'지독한 요물(妖物)이군!'
당문우는 잔신도 모르게 신음했다.
그것은 당문우 만의 생각이 아니라 이곳에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요물(妖物)!
이 흑사의 여인에게는 그것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가녀린 사슴의 목에 뻗어내린 어깨에 이어진 풍만한 가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고, 끊어져 버릴 듯한 허리에서 차고나간 그 풍만한 둔부는 숨을 막힐 듯했다.
백옥(白玉)이 엉키다 흘러내린 듯한 그 희디힌 아랫배에서 흑사에 가라워져 더욱 검은 빛을 발하는 흑사와 백옥 같은 나신의 처절하리만큼 선명한 대조(對照)!
그 절묘한 어울림은 사람의 혼백을 모조리 앗아가 버리는 가공할 힘을 발산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휘날리는 흑사 위로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그야말로 심혼(心魂)을 빨아들이는 요사(妖邪)의 덩어리였다.
요사스럽게 일렁이는 눈빛과 타는 듯 무엇을 갈구하는 듯한 붉디붉은 입술은 또 어떠한가?
그 누가 이 여인 앞에서 자신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설사 같은 여인이라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리라!
"아미타불……!"
누군가 불호성을 터뜨렸다.
아미파의 장문인(掌門人)인 원공상인(圓孔上人)이었다.
그는 합장을 하면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요물…… 요물이로다…… 백 년이 넘도록 세수정심(洗隨定心)을 해온 노납의 마음을 이토록 무섭게 뒤흔들다니…… 아아…… 노납은 아직 떨었도다……"
그때였다.
후금량이 당사적을 응시하며 사이롭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네."
"……."
"나 또한 피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네."
"……."
"어떤가? 더 큰 불행을 당하기 전에 나를 무림의 황제(武林皇帝)로 인정해주는 것이……"
"……."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는 자네를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지고무상한 권좌에 앉혀 주겠네."
"후후…… 참으로 대단한 유혹이군……"
당사적의 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림은 어느 누구 한 사람의 것이 될 수가 없는 법이네. 자네가 생각하기로는 우리 당문이 천하를 지배해 왔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사실 우리 당문은 천하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네."
"……."
"우리 당문은 세인들이 믿음으로 따르고 좋아했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과 상대했던 것이지 결코 지배한 것이 아니라는 말일세."
"……."
"그리고…… 인간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처럼 모순된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
"난 이렇게 생각하네.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며…… 누구도 서로를 지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다시 말해……"
"그만!"
후금량이 싸늘한 어조로 당사적의 말을 잘랐다.
"결국 내게 굴복할 수 없단 말이지?"
다음 순간, 후금량은 두 눈에 광기(狂氣)를 번뜩이더니 또다시 입술을 오무려 괴상한 소리를 발헀다.
삐이익……
그 음향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깔깔깔깔깔…… 까까아알…… 깔깔깔……!"
흑사여인의 입에서 미친 듯한 웃음이 폭포수처럼 터져나왔다.
쏴아아……
놀랍게도 그녀에게서 웃음이 터지면서 세찬 바람이 노호령 전체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중인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깔깔깔…… 깔깔……"
요사한 웃음소리는 점점 더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혼백을 무섭게 짓누르고 잡아 뜯는 악마의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아-미-타-불-!"
원공상인이 두 눈을 번쩍 뜨면서 우렁찬 불호성을 터뜨렸다. 그것은 불가의 사자후(獅子吼)였다.
하나,
"깔깔깔…… 깔깔……"
잠시 멈칫했던 웃음소리는 더욱 더 요기(妖氣)를 띠며 그 위세를 더해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중인들의 안색이 백짓장처럼 새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흑사여인의 웃음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의 내공이 산산히 흩어지고 정혈(精血)이 메말라 가는 느낌을 받았다.
"아미타불……!"
원공상인의 온 몸이 부르르 떨었다. 그의 눈에 괴로운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욕정(欲情)!
그렇다.
그는 흑사여인의 웃음소리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욕정을 참기 어려운 것이다.
"물러가라! 이 요괴!"
원공상인은 벽력같은 호통성과 함께 선장을 휘둘러 그녀를 덮쳐갔다.
꽝-!
그의 선장은 여인의 정수리를 정확하게 내리쳤다,
깡……!
그런데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선장이 퉁겨지며 원공상인의 손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때였다.
번쩍!
소수(素手)!
흑사로 가려져 있던 여인의 팔이 어둠을 밝히는 새하얀 광채의 손을 휘둘렀다.
퍽……
"으아악-!"
처절한 비명이 밤하늘을 찢어발겼다.
순간, 사람들은 보았다.
흑사여인의 투명하리 만치 새하얀 소수를 얻어맞는 원공상인의 몸이 폭죽처럼 터져버리는 것을!
'으……'
'가공하다……'
'원공상인은 아미파 최고의 기재로서 그 무공의 조예가 이미 신화경에 이르렀거늘……'
'단 일초에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다니…… 아아…… 대체 저 마녀는……?'
그때였다.
"으아악-!"
중인들의 등뒤에서 돌연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
'……?'
깜짝 놀라며 뒤돌아보는 중인들의 시선 속으로 유령처럼 움직이고 있는 한 흑의 복면인의 모습이 파고들었다.
그를 보는 순간 당문우의 몸이 격동으로 세차게 떨렸다.
'소수…… 천마!'
그는 가슴 속에 찬바람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숱한 기연을 얻어 천하고수가 된 그였지만, 과거의 기억이란 이렇듯 무서운 것이다.
당문우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본능적으로 일말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으아악-!"
"크아악-!"
죽음의 나래를 훨훨 날리며 신비스러울 정도로 투명한 소수를 번뜩일 때마다 여지없이 중인들 몇 명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음을 당했다. 그것도 온 몸이 폭죽처럼 터져 버리는 참혹한 죽음을……
"으……!"
당사적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무섭게 치솟았다.
그때였다.
"크하하하핫-!"
후금량이 미친 듯이 웃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를 따르겠다고 맹세하는 자는 살려주겠다."
"개소리 마라!"
당사적이 후금량을 향해 벼락처럼 덮쳐갔다.
"어리섞구나!"
후금량이 가볍게 좌수를 휘둘렀다.
"과거의 후금량이 아님을 잊었느냐?"
꽝-!
폭음이 터졌다.
"우욱!"
답답한 비명과 함께 당사적이 비틀비틀 뒤로 밀려났다.
그의 눈에는 경악의 빛이 가득찼다.
단 일초에 이토록 참담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 저것은?'
당문우의 눈이 커지며 후금량의 왼손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육지(六指)!
틀림없는 여섯 손가락이었다.
당문우는 재빨리 무산성모에게 전음을 펼쳤다.
"성모, 후금량의 왼손이 보입니까? 그가 바로 숭보잠위입니다."
"……."
무산성모는 흠칫하며 후금량의 왼손에 시선을 던지던 그녀의 눈에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내 암울한 빛으로 물들었다.
당문우의 귓전으로 그녀의 침통한 전음이 흘러들었다.
"제대로 찾았으나…… 너무 늦었다. 놈은 가까이 있고 신선도의 형제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당문우는 재빨리 반문했다.
"부를 수는 있습니까?"
"있지!"
"그분들이 이곳까지 당도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까?"
"반 시진 정도……"
"그렇다면 됐습니다."
당문우의 눈에 문득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반 시진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그동안 제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곳에 계신 분들을 보호할테니 성모께서는 빨리 신선팔숙을 부르십시오."
다음 순간, 당문우는 무상성모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으핫핫핫핫핫핫하하…… 으하하하하……!"
순간이었다.
나찰마녀가 두 눈에 당황한 빛을 띠더니 그 요사스런 웃음을 그쳤다.
"……?"
후금량의 눈에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사자후(獅子吼)는 분명 사자후인데…… 어떻게 나찰마녀의 웃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보잘 것 없는 음공으로……?'
바로 그때였다.
"천지인(天地人)…… 우주의 모든 정기(精氣)를 장심에 모은다-!"
당문우의 입에서 굉렬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 기를 하나로 뭉쳐 장심을 통해 발출시키니…… 이를 일컬어 불법십완이라 하노라."
번쩍!
그의 합장했다가 떨어지는 두 손의 장심에서 황금색 광채가 찬란하게 피어올랐다.
계란 크기의 그 광채는 정확히 열 개였다.
그리고, 그것들이 햇살처럼 피어오르는 광경은 환상처럼 느껴졌다.
아니,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았다.
슈슈슈슉!
열 개의 황금색 환은 정확하게 나찰마녀를 향해 쏘아갔다.
'대체 저게 무슨 무공이란 말이냐?'
열 개의 환을 바라보던 후금량의 뇌리에 일순 불길한 예감이 떠올랐다.
삐이이……
그는 재빨리 예의 괴상한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열 개의 환은 이미 나찰마녀의 몸을 강타하고 있었다.
퍽! 퍼퍼퍽……!
"끄아악-!"
참으로 애처로운 비명이 나찰마녀의 입에서 터졌다.
순간,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푸스스스……
나찰마녀의 몸이 먼지처럼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으으……!"
후금량의 눈에서 걷잡을 수 없는 노염(怒炎)이 솟구쳤다.
그는 즉시 검마천과 도마천을 돌아보며 고함을 질렀다.
"뭘 보고만 있는가? 빨리 저놈들을 모조리 참살시키지 않고!"
순간, 두 사람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자신들의 병기를 뽑아 군웅들에게 짓쳐들었다.
후금량의 큰 아들인 후여평 역시 마찬가지였다.
창창창……!
꽈꽈꽝-!
"으아아악-!"
"크아악!"
처절한 비명들이 잇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그 비명소리는 대부분이 중원고수들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것이었다.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마전의 인물들은 다 합쳐 봐야 여섯에 불과했지만, 죽어가는 것은 중원정파의 고수들이었다.
그 순간, 당문우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그의 입가에서는 실날처럼 가느다란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색은 밀납처럼 창백했다.
내상은 입은 상태에서 억지로 전신의 모든 진기를 끌어올려 무리하게 내공 소모가 큰 불법십완을 펼친 것이 치명적이었다.
이 순간 그의 오장(五臟)과 육부(六腑)는 모조리 제자리를 이탈해 있었다.
설사 상처를 치료한다 해도 본래의 내공을 되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오장육부가 되틀리는 순간에 단전에 모여있던 선천진기(先天眞氣)인 원정(元精)이 손상된 정도를 벗어나 아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흐흐흐…… 네놈이 평생에 걸쳐 겨우 만든 나찰마녀를 죽이다니……"
후금량이 음산잔혹한 괴소를 날리며 당문우에게 다가섰다.
"네놈을…… 찢어 죽이고 말리라!"
순간이었다.
"비겁하구나!"
당사적이 당문우의 앞을 막아섰다.
"어린아이에게…… 그것도 부상을 입은 아이에게 무슨 짓이냐? 부끄럽지도 않단 말이냐?"
"꺼져라-!"
후금량이 거칠게 소맷자락을 휘둘렀다.
번쩍!
묵광(墨光)이 찬란한 빛을 뿌리며 폭사되었다.
"흥!"
당사적이 냉랭한 코웃음을 날렸다.
"넘어져도 그냥 일어서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 당사적이다. 두 번씩이나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우우웅……
그의 장심에서 시뻘건 장력이 뿜어졌다. 혈뢰독강(血雷毒 )이었다.
꽝-!
"우욱!"
폭음과 함께 당사적이 참담한 비명을 터뜨리며 뒤로 퉁겨졌다.
역시 그는 후금량의 적수가 아니었다.
"흐흐흐……"
후금량이 음산하고 잔인하게 웃었다.
"혈뢰독강이 중원무림에선 통하는지는 모르지만…… 천금단서를 익힌 내게는 어린아이 장난일 뿐이다."
그는 다시 묵광을 쏟아냈다.
번쩍!
우우우웅……!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당문우는 대경하며 소리쳤다.
"
아버님! 빨리 피하세요! 그것은 용약살인묵강(龍躍殺人墨 )입니다!"
그러나, 당사적이 받은 충격은 굉장히 컸기 때문에 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꽝-!
"으아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당사적이 피를 뿌리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의 가슴은 처참하게 짓뭉개져 있었다.
"으으……"
부친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구는 것을 본 당문우의 눈이 잔뜩 일그러지면서 핏발이 곤두세웠다.
엄청난 분노와 살기가 그의 전신 혈맥 속을 미친 바람처럼 치닫기 시작했다.
"후…… 금…… 량……"
한 자 한 자 씹어밷듯 후금량의 이름을 부르는 당문우의 몸에서 갑자기 괴이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먼저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邪惡)한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으으으……"
그리고, 짐승 같은 괴성을 토해내면서 당문우가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절규 같은 포효가 터져나왔다.
"으아아아아아-! 죽인다! 모조리 죽인다-!"
쿠쿠쿠쿠쿠……
그의 전신에서 도저히 형용이 불가능한 악마의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마침내 악령성자(惡靈盛者)의 저주(咀呪)가 시작된 것이다.
"겁천마강(劫天魔 )-!"
"으아악!"
"크아아악-!"
중인들을 일방적으로 도륙하고 있던 겁마천과 도마천의 몸이 폭죽 터지듯 터지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허억!"
두 눈을 부릅뜬 후금량의 동공 속으로 당문우의 신형이 귀신처럼 빠르게 자신의 두 아들을 향해 쏘아가는 것이 보였다.
"사라옥빙(邪羅玉氷)-!"
"으아악-!"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에 이어 후금량은 또 보았다.
자신의 두 아들이 얼음으로 변한 뒤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광경을.
"으으……!"
후금량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도 엄청난 이 현실 앞에서 그는 아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당문우의 신형은 중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소수천마를 향해 쏘아가고 있었다.
"차령요력( 靈妖力)-!"
꽈꽝!
"크아악!"
처절무비한 비명에 이어 소수천마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동시에 당문우의 소매 속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폭사되어 나왔다.
그것은 수백 개의 암기(暗器)였다.
암기들은 당수현이 당문우에게 만들어 주었던 바로 그 저주의 암기통에서 발출된 것이었다.
"……."
비명조차 없었다.
푸스스……
소수천마의 몸은 한 순간에 한 줌의 재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흐흐흐……!"
광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당문우는 후금량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섰다.
'으……'
후금량은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바로 그때였다.
번쩍-!
당문우의 두 눈에서 귀화 같은 광채가 섬전처럼 쏘아갔다.
"헉!"
후금량은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그 광채를 피했다.
파파팍!
그 눈빛은 그의 몸에 스치고 지나 벽에 부딪쳤는데, 믿을 수 없게도 그곳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두 개의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아닌가!
'으으…… 단지 눈빛 만으로 암벽에 구멍을 뚫다니…… 도대체 이런 얼토당토 않는 일이……'
후금량은 전의(戰意)를 상실해 버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다 그는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다.
그의 몸이 암벽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좋다! 내가 죽지 않으면 네놈이 죽을 것이요, 네놈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이다!'
후금량은 자신의 내공을 있는대로 모조리 끌어올려 장심에 주입시켰다.
"용약살인묵강-!"
번쩍-!
쿠와와와아아아……!
어마어마한 묵광(墨光)과 묵강(墨 )이 터져나오면서 회오리처럼 휘몰아쳤다.
"……."
그런데, 당문우는 전혀 피할 생각을 안했다.
그는 그저 자신을 향해 쏘아오는 묵광과 묵기류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흐흐…… 네놈은 이제보니 힘이 딸려서……'
후금량이 내심 희열의 외침을 터뜨릴 때였다.
그가 쏘아낸 용약살인묵강(龍躍殺人墨 )이 사정없이 당문우의 몸을 강타 했다.
콰아아앙!
"흐흐흐…… 네놈도 이젠 끝장…… 헉!"
회심의 미소를 흘리던 후금량의 눈이 돌연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당문우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씨익 웃고 있잖은가?
뿐이랴!
자신이 쏘아보낸 장력이 자신을 향해 두 배 이상 강하고 빠른 속도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꽈꽝-!
"으아악-!"
처절무비한 비명소리가 노호령을 진동시켰다.
바로 그때였다.
끼아악-!
허공에서 괴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 새는?"
"오색천붕이다-!"
중인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노호령을 향해 내려오고 있는 것은 오색의 깃털(五色羽)을 신비롭게 빛내는 거대한 붕조(鵬鳥), 오색천붕(五色天鵬)이 틀림 없었다.
휙! 휘리릭!
그 오색천붕의 등에서 세 사람이 낙엽처럼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옥미인 백은경과 장유금 등이었다.
"당 공자!"
백은경은 바닥에 내려서기 무섭게 당문우에게 뛰어갔다.
당문우는 마치 석상(石像)처럼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석벽에 깊숙히 박혀 있는 후금량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끄르륵……"
놀랍게도 후금량은 몸이 통째로 석벽에 박혀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끈질기게 살아 있었다.
"끄르르…… 당문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
"크크크…… 네놈은…… 모를 것…… 먼 훗날…… 너희 당문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불행을…… 겪게…… 컥!"
후금량이 눈을 하얗게 부릅뜨더니 격한 신음과 함께 고개를 떨궜다.
끈질기게 목숨을 버티던 그도 끝내는 죽은 것이다.
그런데, 후금량이 무슨 말을 하든 당문우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
백은경은 의혹을 느꼈다.
그녀는 불길한 심정이 들어 당문우의 가슴을 살짝 건드려 보았다.
"악!"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쿵……!
당문우의 몸이 마치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뒤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 * *
꿈속인가?
당문우는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당 공자님은…… 정말 괜찮을까요?"
"걱정말아요. 오색천붕의 오색붕란에다가 소림사의 대환단까지 먹였으니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까요."
"어마! 그 두 가지를 한꺼번 먹였단 말인가요?"
"그래요. 덕분에 그는 무림의 역사 이래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영생불사지신(永生不死之身)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다 한 가지 경사(慶事)가 겹쳤어요."
"경사라니?"
"무림인들이 그를 무림의 황제(皇帝)로 추대하기로 했다고 해요."
"풋…… 그거야 당연한 일이 아닌가요? 그보다…… 공자님의 몸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던 악령성자의 저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건 그냥 남아있어요. 물론 평상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그를 분노케 하면…… 후금량의 그것처럼 또다시 발작하게 될거라고 했어요."
"그때 그 광경…… 참으로 끔찍했었다죠?"
"모르겠어요. 난 직접 보지 못했으니……"
"참! 공자님의 혼례날이 언제라고 했죠?"
"내년 중추절(仲秋節)에 열린다고 하더군요."
"신부가 무려 여섯 명이나 된다면서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여섯이지만…… 사람들은 더 많아질거라고 그러더군요. 워낙 바람둥이라서……"
"호호호……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
"다른 사람도 아닌 천하를 구한 천관서생의 바람기이니 어느 누가 감히 탓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나만 해도 그래요."
"……."
"난 당 공자님이라면 백 번째 첩(妾)이라도 사양하지 않겠어요."
"까악-!"
당문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맺혔다.
'천관서생이라…… 흐음…… 화화공자라는 명칭보다는 한결 듣기가 좋군…… 후후훗!'
첫댓글 즐감하고갑니다.
즐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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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즐감했습니다~~감사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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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했습니다
ㅈㄷㄳ
즐감하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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