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기 할 일은 스스로 잘하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크게 감정을 표출한 적이 없어요. 주변에서는 아이가 어른스럽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엄마로서는 아이가 감정표현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자녀가 화가 날 만한 상황이거나 기뻐할 상황에서도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나요? 만약 자녀가 그런다면 주변에서는 어른스럽다고 칭찬하며 좋은 거라고 보기도 하는데요, 아이가 시간이 흘러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표현 불능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감정표현 불능증은 뭐라고 정의될까?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이란 감정을 인식하고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데 결함이 있어 자신의 정서 상태와 신체적 감각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즉, 감정을 인식하거나 언어로 표현하는데 장애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 감정표현 불능증이 높다면?
- 자신의 감정을 명명하지 못하며 각성 상태에서 신체 감각과 감정을 구분하지 못해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감정표현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신체 감각과 감정을 구별하지 못하며, 감정표현 불능증 수준이 낮은 사람에 비해 구체적이면서 현실 중심적인 인지 양식을 띄고 있습니다.
- 자신의 감정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불편함을 호소해요.
- 정신적 표상 능력의 부족으로 상상력이 결핍되어 있거나 내적인 성찰이 어려워요.
상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생략된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며 타인의 표정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어 타인과의 소통 자체가 부재하는 등의 인지·정서적 장애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 본인 감정에 대해 둔감하여 자발적, 주체적인 사고를 하기 보다는 외부자극이 있을 때 생각하고 행동하는 외부 지향적 인지양식을 가지고 있어요.
≫ 감정표현 불능증은 왜 겪는 걸까?
첫째, 생물학적 관점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감정표현 불능증을 유전이나 생물학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성격특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둘째, 후천적 관점
이 관점에서 감정표현 불능증은 주로 아동기나 성인기의 외상과 관련된 정서를 회피하는 반응으로, 정서처리에 방해가 되어 정서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이것은 결국 일반적인 정서를 인식하지 못하는 능력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정서인식은 정서처리 과정의 첫 단계로, 만약 정서 인식의 어려움이 생기게 되면 정서를 이해하고 대처하는데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감정표현불능증의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외상과 관련된 정보와 정서인식에 곤란을 겪게 되고, 이는 외상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정서처리 과정에 영향을 끼쳐 정서조절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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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표현 불능으로 인한 영향
감정표현의 억제는 장기적인 생리적 각성 및신체의 불편감을 유발하고, 우울, 불안 증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불쾌한 정서적 의미에 주의를 기울이면 신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고, 이에 대한 조절 능력이 없어 술, 마약, 거식 등의 외적인 매체에 의존하게 되는 부적응적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실제로 신체증상장애, 물질사용장애, 섭식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신경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서 감정표현불능증의 특징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특히 신경성 통증은 장기간 스트레스 불안감 긴장 상태에 노출된 경우 수축된 근육이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통증이 유발되는 질환입니다. 신체증상장애 또는 신경성 동통 클리닉 환자의 47%가 감정표현불능증의 특징을 보였는데, 이들은 평소에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다가도 가끔씩 감정이나 신체생리적 반응을 과장되어 표현됩니다.
이들은 정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명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현재 느끼는 감정의 수준도 스스로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양극단의 이분법적 사고를 사용하여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심리적인 심성(psychological mindeness)이 취약하기 때문에 정서적 불안과 우울, 소외, 스트레스 등과 같은 문제를 동반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감정표현 불능증을 겪는 청소년에게서 신체화, 우울, 불안 등의 내재화 문제가 쉽게 발견되며, 분노나 비행, 품행장애, 반사회적 행동 등의 외현화 문제 역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감정표현 불능증이 높은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냉담하고, 회피적이거나 수동적이고 위축된 대인관계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 감정표출 불능증을 겪고 있다면 이렇게 해보자!
첫 번째, 감정 익히기: 감정 이름짓기
감정을 느끼기도 표현하기도 어렵다면 우선 다양한 감정을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어릴 적 경험하고 학습하지 못했던 감정을 신체 증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감정에 이름짓기를 시작해보는 것입니다. ‘얼굴이 화끈거리네. 병인가?’가 아니라 ‘내가 부끄러워하나? 긴장했나? 불안한가? 뭔가 불편한가? 어떤 불편한 감정이지?’와 같이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탐색해보세요.
그 감정을 매 순간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느끼고 경험해보는 것이다. 그때 내 감정과 느낌과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해보세요!
두 번째, 부정적 감정에는 ‘플러싱 연습’을 해보자.
한 걸음 더 나아가 감정을 일종의 현상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화가 난다’처럼 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기보다 ‘화나는 감정을 갖고 있다’라는 식으로, 나와 감정 사이에 거리를 두어 부정적인 감정을 놓거나 떠나보낼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에 대한 비판단적인 관찰이 적절합니다. 한 걸음 떨어져 그 감정을 관찰하고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플러싱 연습(flushing exercises)’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 단절된 관계의 재연결, 그리고 새로운 정서 경험
정서적인 대인관계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타인과 그들의 감정을 이해한다면 스스로 그리고 타인과 단절된(dis-connected) 관계를 재연결(re-connect)하고 새롭게 혹은 교정된 정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연결과 경험이 풍성해진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감정을 신체 증상이 아닌 언어로 표현해낼 수 있는 안전한 심리적, 물리적 공간이 마련된다면 좀 더 수월하고 투명한 말로 감정을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및 참조)
1) 천수경. "감정표현불능증이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에 미치는 영향." 국내석사학위논문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2021. 충청북도
2) ”8. 감정표현 불능증: 답답한 ‘정서적 변비’를 해소하는 길“, 정신의학신문, 신예니, 2019.05.13.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5398
사진출처) Pixapay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한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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