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하여 신문 기사들이 올라올 때:
- 기사에는 편집자와 기자의 의도가 담길 수 밖에 없고, 많은 기사들이 서로의 관점을 확대 재생산 한다. 왜 그럴까? 기자와 편집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 3자들이 외부에서 말을 얹기 시작하고, 얼굴도 성별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다음 타겟을 자살시키려 할 때 (설리번 선생님 ㅜㅜ 저희가 주작가 자살할때까지 괴롭힐께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ㅜㅜ):
- 나는 사건의 전후를 모두 파악할 만큼 전지전능한 존재인가? 그 교실에서 그 날, 혹은 그 전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완벽하게 다 알고 있는가? 그 교사의 수업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그 교사를 '설리번' 이라고 한다는데 나는 그것이 사실인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교사 편에 서 있는 수많은 단체들, 교육감들, 언론은 도대체 왜 일방적으로 사법적 판단에 결정을 미치려 하고 둘 중에 한 편을 드는가? 그 사람들은 티비에 출연하고 본인들이 확대 재생산 하고 있는 대중의 아픈 곳을 긁어주고 있는데 그로 인해서 그들은 어떤 이득을 보고 있는가?
- 특히 같은 교실의 학부모 하나는 실명을 걸고 주작가를 비난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 사건으로 가장 피해를 입은 건 그 학부모와 학생들이 아닐까?
- 하지만, 내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전문가들과 경찰이 이야기 하는데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을 생각해서 교사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야 하는가?
- 내가 이 사건을 판단해서 두 편중에 한편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그럴 만큼 나에게 정보가 많은가? 다시, 나는 얼마만큼 전지전능한 존재인가?
보다 생산적인 질문들:
- 왜 기레기 기레기 욕 하면서 누구 하나 물어뜯을 기회가 되면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기사를 맹신하고 단편적인 사실들을 재생산하며 다른 사람을 죽이려고 할까?
- 한국 사회는 지면 죽어야 하고, 지면 불공정함을 견뎌야 하는 '약육강식' 의 사회라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사람을 죽여야 하는게 당연한 사회인가?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잘못하면 벌을 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인가?
- 교원 연합이 교사 편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 해도 (수술실 CCTV 설치 논의에서 의협의 입장처럼), 교육청은 평교사들이 학부모들의 갑질에 견디다 못 해 꽃같은 목숨을 버릴 때, 하나같이 교원 편에 서 주지 않았는데 의례적으로 이 사건은 교사 편을 들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 사건으로 인해 정작 구조적인 문제 - 선출직 교육감과 그 아래 교육청 직원이 학부모 갑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역할과 책임 - 의 논의는 희미해져 버리지 않았는가?
- 같은 입장의 장애아 부모들도 본인 아이들에게는 괜찮았던 교사가 사라져서 불편을 겪고 같은 장애아 부모의 편에 서 주지 않는다. 구조적으로,특수교사 수급에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우를 개선하고 연봉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북미에서 작은 도시에 의사들을 공급하기 위해 수 억원의 현금을 정착금으로 배정하여 의사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 처럼) 교육의 질과 교사들의 수급을 늘릴 수 있는가?
- 혹은, 이러한 논의가 나오기 전에 우리는, 탄생의 우연성으로 고통받는 소수를 위해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합의가 되어 있는가? 즉, '보험' 이 전체적인 효용을 극대화 시키지만 대한민국의 수천만 가구가 가구당 매년 1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면, 그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철학적인 이유가 있는가?
- 평소에 장애아를 가진 가정이 의무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 판단은 어떠한 근거로 이루어 져야 하는가?
- 이 지엽적인 사건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편가르기를 필요로 하는 사안인가? 우리 사회에 교사와 학부모 집단이 유지해 오던 균형이 나쁜 균형인지, 그렇다면 상급기관인 선출 교육감, 교육부, 각 학교의 선생님의 역할과 개별 사건의 논의에 관한, 보다 생산적인 토의를 방해하고 있다면, 그것은 어떠한 의도인가? 혹은, 특별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나 집단은 없더라도, 대중은 단지 또 한 사람을 죽여서 이 문제를 '해결' 하려고 하는 것인가?
당사자들: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글들이 많은 것 같지만, 대한민국이나 세계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극소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일이 '남의 일' 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자신의 삶을 사는데 바쁘고, 이 사건의 각 이해 당사자의 옳고 그름에 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본인의 삶에 큰 의미가 없으며 거기다 불가능 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궂이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이분법적으로 나눌 필요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대부분 그냥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길 정도의 인지능력은 가지고 있으니, 당사자들은 본인들의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단 한 사람, 본명과 얼굴과 신원이 잘 알려진 주호민 작가가 그나마 잃을게 가장 많은 사람이겠으나, 장기적으로 별 신경 쓸 필요 없다.
Which leads to the next question: "Who is next?"
(이 사건으로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고, 누구를 죽여야 하는지 인터넷 재판과 관련된 질문 보다, 재미는 훨씬 덜 하겠지만 촉발되었으면 하는 보다 건설적인 질문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첫댓글 일본 영화 '괴물'이 이런 내용 아닌가요?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요 ㅠㅠ
명작입니다. 추천합니다.
사람이 죽어야 그만하더라구요. 죽어도 시체팔이라고 욕하기도 하구요. 자기랑 상관없고 생면부지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너무 악합니다.
특수교사를 변호하는 변호인이 맡았던 사건들과 임태희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특수교사 편을 드는 거 보면...
개인적으로 서이초 사건으로 정부에 향했 던 화살을 주호민에게 돌리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특수교사 변호하는 변호인은 현재 하남에서 그 정당으로 국회의원 준비하는 거 같더군요.
그래서 서이초 그 학부모는 누구일까요?
결정적 증거가 없어요. 현재로썬 선생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있기나 한지, 존재한다면 누구인지 알 방도가 없는 듯 합니다.
서의초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의도가 너무나도 분명해보였는데......
글 정말 잘쓰시네요. 생각해 볼 지점이 많네요
우리나라 사회는 지거나 탈락하면 죽어야되는게 맞습니다.
대놓고 죽으라고 하진 않고 죽게끔 만들죠.
그러면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퉁치고 저리되지 말라고 합니다.
주호민은 그래도 반전할 여지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 편인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은 그런 기회도 못받고 구석으로 몰리는게 이 사회의 현실이네요.
당사자 두분들 중 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정도로 사이즈 키워놓고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면 또 남은 사람 죽을 때까지 물어뜯겠죠.
교사분 인터뷰도 나왔던데 물론 의아한 부분도 있지만, 그저 변호사를 잘못 만나셨다 생각하고 싶고 정작 당사자들은 아직까지도 화해의 여지가 있어 보이던데, 진실 게임 원하는 사람들이 그 꼴 못 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