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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azy Dog '미친듯 즐기다'-
[01]
오후.
정말 무더웠던 그 어느날.
태양이 하루종일 기분 나쁘도록 좌외선을 쏴대더니, 결국엔 그날 만났잖아.
'그놈' 을.
※학교※
/딩동댕동-♪~♬
학교 마지막 종이 울렸다.
이제 지루했던 수업은 끝. 7교시 내내 끌어안고 있던 내 책상과도 바이바이.
"혜원아, 안 일어나면 덮칠게."
안그래도 일어나려던 참이었는데,
갑작스레 귓가에 소름끼치는 말을 속삭이는 이 여자 때문에 3초만에 일어날꺼
0.1초만에 벌떡 일어났다.
"야 너 내가 귓가에 대고 속삭이지 말랬잖아!!"
"미안. 까먹었어. 나 오상실이잖아."
"그래. 너희 부모님이 괜히 상실이라고 지어주셨을까, 다 이유가 있었겠지…"
궁시렁 궁시렁.
베개삼아 펼쳐놓은 책들을 가방에 하나하나 차곡히 넣었다.
그리곤 상실이를 힐끗 쳐다보았다.
앞으로 3초안에 내가 대처하지 않으면, 저 매운손이 아마 내 등짝으로 날라오겠지.
"…만 넌 예쁘니까. 그치 상실아."
"그러니까 말이야. 애들은 그 깊은 속뜻을 모른다니까?"
저런 초 단순함. 초 단세포를 가진 '오상실' 씨는 내 하나뿐인 단짝친구.
이자, 원수랄까. 허허.
"야 근데 웬일로 이윤이 안오냐?"
"오늘 학생회 회의있데.=ㅅ="
"캬. 너 꽤나 서운하겠다? 야. 그럼 우리 간만에 노래방좀 가주는게 어때?"
윤이가 안온다는 말에 눈을 반짝반짝 치켜뜨곤 내게 살랑살랑
개꼬리를 흔들어 대는 상실이.
"미안. 오늘 동생 오는날이라서 빨리오래."
"동생? 누구. 이윤 동생?"
"응. 오늘 온데나봐."
"아씨. 짜증나. 그놈은 왜 딴날 냅두고 오늘온데.-_-"
표정을 있는대로 구기는 상실이.
혼자 집에 같이갈 사람 없다며 내 교복에 매달려 교문까지 질질 끌려온걸,
냅다 떼어버리고 집으로 향했다.
이 윤.
얼마전 엄마와 새아빠가 재혼하시고, 새로 얻게된 내 동갑내기의 남매.
그리고 나는 현제 해서는 안될 짝사랑을 하고 있는 중.
처음 윤이를 보던 날, 그 상냥함과. 그 잘빠진 몸매와, 그 잘나다 못해 너무 잘난
얼굴에 그만 혹해서 이지경까지 와버렸다.
/딩동~
[문 열려있다. 얼른 들어와~]
인터폰 너머의 엄마 목소리.
나는 우리 전집의 4배만한 2층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녀왔어."
"일찍 왔네? 덥지. 얼른 씻어."
그래도 밖보단 안이 훨씬 시원하도다.=_= 에어컨 바람이 슝슝.
나는 찝찝할 정도로 땀에 절어 겉 살에 착 달라붙은 교복 단추를 하나하나 풀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내방으로 들어가 속옷과 갈아입을 옷가지들을 챙겨 나와, 욕실 문을 벌컥
열었다.
/덜컥.
"ㅇ_ㅇ"
"뭐야, 문닫아."
"아, 미안."
다시 덜컥.
ㅇ_ㅇ 멍하니 문앞에 기대있는 나.
너무도 순식간에,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태연하게 일어난 일에 멍하니
정신놓고 차곡차곡 상황 파악중.
나는 봤다.
윤이의 알몸을 보았다.
근데 윤이가 문 닫으래서 닫았다.
................................
........알몸............................
그제서야 제정신이 돌아온 나는, 화악 달아오른 얼굴로 문앞에 대고 넙죽넙죽
머리를 숙여댔다.
"미,미안 윤아! 나,나 절대로 너 알몸 못봤거든? 미,미안해 진짜 미안.
윤아 진짜 미안해 진짜진짜. 정말로 고의가 아니었고…"
/덜컥.
문앞을 서성이며 속으로 연신 '이 미친기지배. 노크를 했어야지, 노크를!' 하고
자책중인데, 갑자기 욕실 문이 덜컥. 열렸다.
그리고, 상체 나체의 윤이가 불쑥 나왔다.
순간 1초동안 내가 생각한 것.
...유,윤이 몸 정말 좋구나..
"저,저기 윤아 미안. 진짜 난 너가 학생회 회의있다길래 아무도 없는줄 알…"
"흐음."
양 팔을 꼬곤 날 아래서부터 위로 쭉 훑어보는 윤이.
윤이의 표정이 뭔가가..뭔가가...평소 보지못한 그런 표정이랄까?
아니, 분위기 부터가 조금은 달라진..
"너가 김혜원이야?"
"어어?"
"뭐야. 여자라더니."
"잠깐, 잠깐, 윤아 지금 무슨말을…"
설마 천하의 윤이가 너무 더워서 미친건 아니지?
"윤이라니. 어따대고 맹한놈을 비교해."
"뭐,뭐?"
"난 온이야. 이 온. 반갑다 호박."
"어..어어..?! 어..어어어억!!!"
피식 웃는 저 정체모를 녀석을 뒤로하고 난 괴음과 함께 내방으로
미친듯이 달려가 문까지 걸어 잠궜다.
그리곤 내 볼을 한번 꽉 꼬집었다.
설마 설마. 나 꿈꾼건 아니지? 저거 귀신 아니지? 나 헛거 본거 아니지? 어?
쟤가, 쟤가 윤이 동생 온이라고?!
형제라고만 했지.. 쌍둥이라는 말은 안했잖아!! (그것도 오리지날로 완전 똑같다고!!)
나는 침대위에 털썩 앉았다.
그리곤 핸드폰을 꺼내들어 상실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혜원이니? 끊을께.]
"상실아.."
[고객의 사정으로 김혜원님을 조낸 피하고 있으므로…]
"나도 상실해 버렸나..?"
[너 내이름 들먹이면 죽는댔지-_-.]
"윤이 동생이..온이라는 애가..윤이랑 똑같이 보여."
[뭐? 똑같다고?]
"설마..내가 윤이 좋아해서 그렇게 보이는건 아니겠지? 그치?"
[뭐야, 쌍둥인가보지.]
"아냐아냐. 완전 똑같애. 쌍둥이 정도가 아니야. 이건 분위기 차이라구!"
[어 끊어.]
뚝.. 이런 C.........-_-
나는 뚝 꺼진 핸드폰 액정을 보며 입을 씰룩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문가로 다가가 복도를 이리저리 살폈다.
일단, 샤워를 하자.
쉰내나니까 샤워부터 하고.
**
"혜원아, 아빠오셨다. 저녁 먹으러 갈꺼니까 준비하고 내려와."
오만가지 잡념을 없애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나왔다.
그리고 내방으로 들어가 큰 거울이 달린 화장대에 털썩 앉았다.
……근데 거울속으로 보이는 침대가.......좀 이상하다?
뭔가..꿈틀댄다?
나는 휙! 하고 뒤돌아 침대를 바라보았다.
무언가..이불이 뭉쳐있는것 치곤 너무도 부자연스러운 저 형태.
저건 뭘까, 설마 우주인이라도 내려와 내 침대에 침투한걸까?
나는 천천히 침대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이불을 확 제치자 마자,
"아아아아악!!!!!!!!!!!!!!!!!!!!!!!!!!!!!!!!!"
/쿵쿵쿵!
/덜컥!
"혜원아, 무슨일이니!"
"무슨일이야!"
거리 3천미터는 족히 타고 나갔을 법한 나의 비명소리에,
헐레벌떡 2층으로 올라오신 새아빠와 엄마.
그리고 난 젖힌 이불 끝을 잡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내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이것' 을 충격받은 시선으로 내려다 보았다.
"아니, 온이 이녀석아! 거기서 뭐해!"
새아빠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왁! 하고 소리지르셨다.
그랬더니 부시시하게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이놈.
"졸려서 잣어."
"근데 왜 혜원이 방에서 자? 얼른 나와 임마!"
"아 씨--- 원래 이방 내 방이었잖아. 졸려 죽겠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방을 슥 나가는 녀석.
그때까지도 멍하니 이불을 잡고 서있는 나.
뭐야 저거..
저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혜원아 미안하다. 우리 둘째가 좀 자유 개방적인 성격이라^^;"
자유개방?
저건 완전 들판에 풀어놓은 야생마에 가깝잖아!
나는 조금 곤란한 표정의 새아빠를 흘끔 보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준비하고 내려갈께요."
"그래. 얼른 준비하고 내려와라. 오늘 저녁은 너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
새아빠는 혼자서 아자! 하더니 방문을 닫고 나가신다.
난 쪼르르 달려가 방 문을 덜컥 잠궜다.
그리고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은 정말 윤이랑 붕어빵이다 못해, 완전 복제품인데-
성격은 물과 기름 차이라니..
아아.
윤아, 지금 진심으로 너가 보고싶구나. T^T
http://cafe.daum.net/youmewing
첫댓글 ㅋㅋㅋㅋ재밌어요! 흥미진진?
재진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담편도 재밌게 봐주세요^^
소설 잘쓰시네요 ㅎㅎ 재밌어요
감사합니다~ 팬카페에도 놀러오세요^^
윤이 온이ㅋㅋㅋ이름 이쁘당
소울님 담편도 재밌게 봐주세요^^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