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천강문학상 대상
분봉
김경숙
분봉 중인 아까시꽃들
새로 생긴 나뭇가지 끝으로 한 뭉치
꽃무리가 부풀어 갑니다.
저건, 분명히 벌들에게 배운 방식일 겁니다.
꽃들은 벌의 속도로
봄밤과 초여름 밤을 날고 있습니다.
어느 마을에선 알전구들이 집단 폐사했다고 합니다만
똑딱, 피고 지는 스위치들 주변은
늘 거뭇한 구름들이 끼어 있기 마련입니다.
분봉 속엔 한 마리 중심이 붕붕거립니다.
마침표 하나가 막아버린 벌통 입구를 오해라 말하지만
오해를 직역하면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중심은 자라는 것이 아니라
나뉘면서 생기는 일이니까요.
오늘 밤엔 꽤 먼 곳까지 벌들이 날아갔다 오려나 봅니다. 북두칠성 부근에서 가뭇한 벌 한 마리가 밤나무 한 그루를 몇 센티쯤 여름 쪽으로 끌고 간 것이 보인다면 그쯤, 텅 빈 새 벌통을 가져다 놓기 좋은 장소일 것입니다.
세상은 좁아지고 다시 넓어지고
다시 좁아져도 늘 똑같은 크기를 유지합니다.
가령, 사과 씨 하나가 옮겨놓은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는 새로운 태양계의 군락지가 탄생하니까요.
밤새 꽃들은 아득한 별자리를 향해 분봉하려나 봅니다.
그사이, 달콤한 봄이 몇 킬로미터를 북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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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천강문학상 우수상
출품되는 밤
안정숙
청미래 마을은 100호 규격이다
명도가 지속적으로 밤하늘을 봉인했다
왼쪽에서 들여다보면 달이고
오른쪽에서 관람하면 창문의 나열이다
망개나무 경사는 거칠다
도시 불빛과 언덕의 어둠이
서로 다른 질감이듯
처음 본 별이 독특한 빛을 내놓는다
구불구불한 골목들
중간 붓처럼 생긴 고랑 본 적 있나요
오래된 조도를 소장한 가로등
검은 취객의 노래에 흐늑거린다
달빛이 낮은 지붕 사이사이를 칠한다
불 켜진 창문 속
두세 걸음 걷던 아기가 주저앉고
늦게 귀가한 사내가 젖은 발을 닦고
혼자 중얼거리는 노인이 전시되어 있다
너무 낯익어서 모르는 내일
그 밖의 무채색 창문들
가보고 싶은 꿈속 성향이 다르다
덧칠된 별들이 벗겨질 때마다
푸른빛으로 묘사되는 새벽이
채도를 높여간다
이번 전시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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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 천강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제14회 천강문학상과 제8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의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천강문학상은 2024년 1월1일부터 1월31일까지 한 달간 5개 부문에 총 1127명 5867편의 작품이 응모되어 전국 문인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부문별로 △시 368명, 2593편 △시조 131명, 918편 △소설 180명 317편 △아동문학 253명, 1462편 △수필 195명, 584편이 접수됐다.
심사위원들은 심사 전 충익사 사당에서 곽재우 장군과 휘하 17장령 및 의병들을 기리며 참배를 한 후 경건한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심사 과정은 엄중함과 기밀성을 요하며 심사에 공정함을 기했다.
천강문학상의 수상자는 부문별 대상으로 시 부문에는 김경숙(경남 김해시) <분봉>, 시조 부문에 김영희(강원 원주시) <느티나무 무늬>, 소설 부문에 김옥숙(부산 수영구) <소파에 뚫린 구멍>, 아동문학 부문에 변봉희(경북 포항시) <대장간> 그리고 수필 부문에 윤미영(부산 남구) <탁설, 공을 깨우다>가 선정됐다.
우수상은 시 부문에 안정숙(경기도 김포시) <출품되는 밤>, 이진희(대구 북구) <블라인트 컨투어 드로잉>, 시조 부문에 배순금(전북 익산시) <물들다, 번지다>, 권혁주(경북 경주시) <우리들의 노파 : 비대면 면회>, 소설 부문에 배병채(부산 남구) <곰보칼>, 오미향(서울 중구) <빈 집>, 아동문학 부문에 이윤경(경기도 고양시) <우리 집에 바위천사가 산다>, 남정림(서울 강남구) <새 떼의 사인>, 수필 부문에 서은영(부산 수영구) <그늘의 내력>, 오금자(제주시) <聖숲俗>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4월21일 의령 홍의장군 축제 기간 중 개최될 예정이다.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 1000만원, 우수상 각 500만원, 나머지 부문에서는 각 대상 700만원, 우수상 각 300만원이다.
첫댓글 박미림고문님~ 제 부족한 시가 카페에 올라왔네요 일일이 세심한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
언제나 긴 시간동안 문협을 사랑해주신 마음
익히 들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