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390번째 글입니다. 8월 들어 두번째 연습입니다. 공연 74일전이고 연
주전 16번째 연습 날로 앞으로 15회 연습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오늘도 베토벤 미사곡
연습만 있었습니다. 저번에 이어 <글로리아>와 <크레도>, 그리고 <쌍뚜스>까지 연습했
습니다. 연주날짜가 상당히 임박했는데, 그럴싸 그러한지 참석인원 수도 많이 늘었습니
다. 여성은 소프라노가 7명, 앨토는 9명 해서 16명이 모이었고, 남성은 테너에 3, 베이스
에 3 해서 6명이 모이었으니 총 22명이네요. 이제 십 단위 수가 2자가 되는 것이 자주 나
타나는 것으로 보아 공연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겠네요.
저번 연습이 <크레도>에서 끝났는데, 아무래도 좀 미진한 점이 있었는지 오늘 <글로리아
>로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연습은 전체적으로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 부분적으로
끊어서 했는데, 먼저 <글로리아>는 21페이지부터 시작한다고 했다가 실제로는 23페이지
288마디부터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했습니다. 지휘자는 저번에 한번 불러 보니까 음악이
무너지는 특정 순간이 있었고, 그 부분이 바로 그 순간이라고 여겼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정확하게 음정을 읽어야 하고, 대략 4마디 단위로 시작 음정과 끝나는 음정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이제 곡 분위기에 맞게 부르는 경지에 이르게 되
겠죠.
베토벤의 [미사C조]를 연습해 보면, 다른 파트의 소리와 무관하게 자기 파트를 자기 방식
대로 굳건하게 지키고 나가야 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음악을 선율 중심에서 구조
중심으로 바꿈에 의해 음악사의 방향을 틀어 버린 베토벤답게 우리는 각자 자기에게 할
당된 선율구조를 자기 몫만큼 확실하게 챙기고 마치 독일의 전차군단처럼 조직적 힘으로
곡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겠습니다. 이 경우 각자 자기가 맡은 영역에서 완벽을 기하
지 않으면 자기 만이 아니라 전체 조직이 같이 허물어지게 됩니다. 지휘자가 요즈음 만약
음정에 자신이 없거나 박자에 자신이 없으면 잠시 쉬더라도 다른 사람을 방해해서 구조
를 망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게 바로 이런 점인 듯 합니다. 이렇게 전체 연습을
하면서도 내 소리가 혹시 전체 소리를 방해하고 있는 게 아닌지 신경이 유별나게 쓰이는
소이연입니다.
1부 연습때 <글로리아> 뒷 부분부터 시작된 연습은 그대로 <크레도>로 이어집니다. 어느
미사곡치고 이 <글로리아>나 <크레도>만큼은 정말 핵심적이면서 난삽한 부분이기 마련
입니다. 베토벤이 일부러 곡을 어렵게 쓰려고 작정한 것은 아닌 듯-어떤 작곡가들에게는
그런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전반적으로 C조로 조율된 이 곡은 어렵기는
좀 덜한데, 이 <글로리아>와 <크레도>만큼은 그 어느 곡 못지 않게 난삽합니다. 이번 연
습에서 지휘자는 이제 곡의 세부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구조를 따지면서 연습을 강행합
니다. 덕분에 단원들의 고역은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래도 개개인별로 연주력을 테스트
해 보는 지경에 까지 나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보아야 할까요? 마치 파트 연습을 하듯,
각 파트의 소리를 조정해 가며 전체 흐름을 조율합니다.
그런데 지휘자는 지금은 곡 전체를 잡기보다는 부분 부분적으로 우리가 미흡한 부분을
잡아 가는 것 같습니다. 1부는 155마디까지만 연습을 했는데, 특정 파트가 잘 되지 않으
면 그 파트를 중심으로 집중 훈련을 하고 전체를 맞추어 보는 식입니다. 자연스럽게 솔로
와 합창이 교차하고, 전주가 나오다가 합창이 나오고, 앞 부분이 반복되어 나오는 등의
흐름 파악은 잘 되지 않는데, 그것은 각자 개인 연습으로 보완하라는 말이겠죠. 그러고
보니 이렇게 전체 연습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각자가 할 개인 연습의 효율성을 기하는
것이고, 개인 연습이 효율화 되면서, 전체 연습의 효율도 올라가는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내 경우를 보아도 지금 개인 연습에서 아무래도 좀 미진했던 부분이 전체 연습을
통해서 보완되는 경험을 오늘 많이 했더랬는데. 아마도 이 상태로 내일부터 또 개인 연습
을 해 보면 또 다른 차원에서 연습이 가능할 듯 합니다. 이렇게 하여 개인연습과 전체 연
습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마지막 연주장에서 마지막 결실을 보는 것인가 봅니다. 단지 오
늘 지휘자로부터 들었던 지시사항을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잘 지키는가의 문제가 관건입
니다. 예를 들어 베이스를 보고 “무시무시한 느낌이 나도록 소리 내어라”. 앨토를 보고
“‘웍-ㄱ!!’하며 놀래키는 식으로 소리를 내어라” 하는등등... 자기가 노래를 잘 부르기 위
해서는 악보에 어떤 표시를 해도 괜찮으며 조금도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실제로 이 악
보는 합창단 소유가 아니라 단원 개개인 소유의 악보이니까 그 안에 무어라 적어 놓아도
문제가 되지 않겠죠. 나중에 공연이 끝났을 때 각자의 악보에 어떤 기록이 남아 있느냐가
우리의 연주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크레도>연습을 하면서 특히 마지막 종결부는 힘주어 연습했습니다. 아중 푸가등 어려운
부분을 지나고 나면 긴장이 풀어져 나중에 종결부에 와서는 흐릿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
다는 생각에서였겠죠. 그만큼 종결을 화려하고 힘차게 마무리 짓기. 그러고 나서 연습은
<쌍투스>까지 이어집니다. 지휘자는 우리가 노래를 부를 때 우리의 입모양을 보게 되는
데,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이 입에 힘을 잔뜩 넣어서 부르는 경우도 많이 본 모양입니다.
하체에 힘을 모으고 상체에는 힘을 빼고 그냥 호흡의 힘만으로-너무 지나치게 해서 에로
틱하게는 하지 말고^^-공기를 불어 보내는 식으로 부르기. “아멘-”을 할 때도 그렇지만.
이 <쌍뚜스>에서도 그것이 관건입니다. 그리하여 <쌍뚜스> 32마디까지 그러니까 “오산
나”가 나오기 직전까지 연습을 하고는 연습을 끝내었습니다.
아마 다음 주는 <쌍뚜스>의 “오산나” 부분 이후부터 <베네딕투스>, <아뉴스 데이> 부분
까지 연습을 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미사곡을 전체적으로 한번 불러 보는 과정을 거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바로 <칸타타>연습으로 들어가겠죠. 합창단은 항상 두 악보
를 다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모두들 다 숙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미사곡의 <
아뉴스 데이> 부분도 장난 아니게 까다로운데, 아무래도 집에서 연습을 더 해야 할 것이
고, 칸타타 이 곡은 짧으면서도 미사곡 뺨칠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그 또한 많은 연습인
필요한 소이연입니다.
합창 공연을 하기 위한 연습을 한다는 것은 특정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고행을 하는 것인
지도 모르겠고, 그 점 후반기에 합창단에 합류하게 된 단원들의 고심도 이만저만이 아니
리라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오늘 연습을 해 본 결과 이러한 전체 연습이 각자의 연습에
더더욱 효율성을 기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멜로디부 MR 작업과 반주 녹음
작업도 끝났고, 우리 노래의 녹음도 일부 완성되었으니-혹시 다음 주에 이 작업의 나머
지 부분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이제 문제는 우리 각자가 얼마나 개인연습에 철저를
기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다시 한번 나의 개인 연습에 철저를 기할 것을 다짐하며 오늘
의 연습일지를 닫습니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