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름의 끝(?)에 왔네요.
끝까지 가야하나 마나 하고 갈등을 했었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우라도 베어야 한다는 생각에...ㅎㅎ
첫날 도착하자 마자 오른 새별오름을 시작으로 이틀동안 매일 3개씩 도전한 오름.
꼭 그렇게 했어야 했나? 하는 자책도 했지만
군 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 계획한 것은 끝까지 해야한다는 의지(?)로,
또한 산에 오른다고 하면 중간에 그만 두는 일이 없이 무조건 정상을 밟아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큰노꼬메오름, 족은노꼬메오름과 선택관광(?)으로 선정한 궷물오름만 남았다.
날씨가 쨍하다.
한라산을 덮은 구름은 오늘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 한 명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어제까지 강행군(?)을 통해 가장 연로(?)하신 우리 조 신우 회원이 오늘 주차대행을 맡았기 때문이다.
본인은 끝까지 같이 하고 싶었지만 무리를 해서 꼭 올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설득해서
큰노꼬메오름 중간까지 같이 오르다가 주차장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큰노꼬메오름
표고 833.8m, 자체 높이 234m의 제법 높은 오름이다.
그 옆 가까이에 족은노꼬메오름(표고 774.4m, 자체 높이 124m)이 있다.
저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큰노꼬메오름이고,
그 왼편으로 살짝 보이는 능선이 족은노꼬메 오름이다.
노꼬메 오름의 한자 표기는 鹿高岳(녹고악)이라고 표기한다.
그래서 '사슴(鹿)이 내려와 살았던 높은 오름'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노꼬메를 해석할 때 '노+꼬+메'로 할 것인가. '노꼬+메'로 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고대어에서 '노꼬'는 '점차 높아지는', 또는 '다소 높은' 의미가 있단다.
퉁구스 어로는 '작은 봉우리' '언덕'의 뜻이다.
'메'는 '물' 또는 '샘'의 옛말이란다.
탐방로 입구에 샘이 있어서 인근 목장의 가축 급수용 시설까지 있는 것을 보면
제법 수량이 많은 샘이 있었을 듯...
그래서 노꼬메 오름은 '주변에 있는 오름보다 다소 높고 샘이 있는 오름'이라는 뜻이 더 적합한 듯하다.
관심도 없는 쓸데없는 예기를 했다.ㅎㅎ
화장실과 멀리 물탱크 시설이 보인다.
말 목장이 있어 탐방로에 말똥이 많이 떨어져 있다.
말 목장 사이로 난 길을 걸어 탐방로 입구까지 간다.
길 양쪽으로 으아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핀 으아리꽃은 처음 본다.
왠일로 야생화에 관심을 보인다.ㅎㅎ
노꼬메 오름의 시작점이다.
등산길은 야자 매트로 덮여져 있어 걷기에 편하고, 좌우로 오래된 숲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조 신우 회원이 다소 불편한 몸으로 같이 가겠다고 하는 것을 중간에서 우정(?)의 인증샷을 하고 내려 보냈다.
중반 이후 정상까지의 길은 다소 가파른 급경사였다.
두바퀴로 단련된 하체를 가진 석 정수와 베드 리는 먼저 올라가 버렸는지 모습이 안 보인다.
나도 스틱만 있었다면 저 정도는 거뜬히?ㅎㅎㅎ
결국 두바퀴 다리가 튼튼한 지, 만행 다리가 튼튼한 지는 판가름이 난 듯했다.
그래도 위안이라면 3대 2로 만행팀이 다소 우세했다는 것...ㅎㅎㅎ
나와 황 박사만 맨 뒤에 떨어져 올라 간다.
드디어 한라산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능선에 올라 섰다.
저 뒤로 츠자 혼자 올라 오고 있었는데 반갑게 인사하면서
정상에 올라가면 망팔들이 몇 명 있을텐데 봐도 절대 인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뒤에 남은 사람 배려를 전혀 하지 않아서 마음이 꼬였다.ㅎㅎㅎ
큰노꼬메 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의 풍광은 일품이었다.
제주의 서쪽이 전부 한 눈에 보인다.
힘들었던 과정이 말끔히 씻겨 내려간다.
멀리 제주 공항으로 착륙하는 뱅기가 한참 아래로 보인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큰 일을 했다는 행복한 성취감을 마음껏 펼쳐본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족은노꼬메 오름으로 향했다.
황 박사는 맨 뒤의 나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해준 고마움으로 인증샷을 별도로 담아준다.ㅎㅎ
정상의 바위 틈에 피어있던 무릇꽃과 사대풀이 한데 어울려 있기에 담아 주었다.
족은노꼬메 오름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반대편으로 오르는 일행들과 지나친다.
젊고 예쁜 츠자도 있어서 이들과 함께 한다면 힘이 쬐끔은 덜 들지 않을까?ㅎㅎ
족은노꼬메 오름
'족은'의 뜻은 '작다'라는 의미이다.
즉 큰노꼬메 오름보다 조금 작은 오름.
멋진 삼나무 숲길을 지나 족은노꼬메 오름 정상에 도착한다.
여러가지로 헌신하며 회원들을 돕는 베드 리를 위해 특별 인증샷을 해준다.
뭐 특별하다기 보다는 힘들어 뒤에 따라가다 보니 그냥...ㅎㅎㅎ
힘든 산행 뒤에 운전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머지에 그냥 의자에 앉아 졸면서, 수다 떨면서 가면 되지만...ㅎ
그 노고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표한다.
내 사진이 없었는데 누군가 내 뒤에서 담아주었다.
얼굴 없는 진사가 되어서 얼굴을 잘 공개하지 않는 게 문제이지만...ㅎㅎㅎ
왼쪽과 오른쪽의 카메라가 내가 봐도 무거워 보이긴 하다.ㅎㅎ
족은노꼬메 오름 정상에서는 숲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잠간 앉아서 땀을 시키고, 근처에 사슴을 닮은 나무가 있어서 왔다 갔다는 인증샷만 남긴다.
앗! 내 얼굴이 공개되었다.ㅎㅎㅎ
내려오는 길에 '붉은여로'라고 하는 귀한 야생화를 만났다.
'푸른여로'는 주변에서 가끔 봤는데 '붉은여로'는 처음 봤다.
보기에는 예쁘나 독이 있는 녀석이다.
경사진 어두운 숲에서 담기가 어려웠고, 담는다고 기다려 주지도 않아서 겨우 급하게 담았다.ㅎ
의외로 여기 오름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것도 츠자들이...ㅎㅎ
가볍게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삼나무 숲길을 지나 처음 올라갔던 말 목장으로 내려온다.
이 삼나무가 빠르게 잘 자라기 때문에 속성수로 숲을 만드는데는 좋지만
뿌리가 얕아 산사태에 취약하고, 꽃가루로 인해서 알러지를 일으키기에
제주의 수종 개량을 위해 점차 이 삼나무를 베어내고 다른 수종으로 교체한다고 한다.
특별히 담을 만한 꽃이 없어서
천남성 열매, 가시여뀌, 털이슬, 방울꽃 등 몇 가지만 데려왔다.
마지막까지 잘 마쳤다.
대단한 노익장이다.
누가 이들은 망팔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다음에 또 다시 도전?ㅎㅎㅎ
원래는 마지막에 궷물오름을 번개 김 회장이 오르도록 선택 관광(?)으로 낑가 넣었으나
'꼭 그렇게 해야만 하나?'하는 공동 모의(?)를 통해 김 회장에게는 올라간 것으로 절대 비밀로 하기로 하고
제주 오름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절대 비밀로...ㅎㅎㅎ
다끝났다는 성취감과 잘 했다는 안도감으로 복귀하는 길에 해안가의 멋진 카페를 찾았다.
시원한 바다가 바라보이는 2층 창가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지난 일을 반추해 본다.
김 호근 회원이 최초 계획에 동행하기로 했다가 사정상 참석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우리를 위해 기꺼이 커피값을 보내주었다.
참 고마운 친구이고, 여기에 감사함을 표한다.
그렇게 안해도 된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ㅎㅎㅎ
커피값은 절대 다른 곳에 유용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인증샷.ㅎㅎ
번개 김 회장의 빈자리도 많이 아쉽다.
제주의 마지막 만찬(?)은 홍 회장이 고심 끝에 찾아낸 연탄불 제주 흑돼지 삼겹살로 했다.
다 끝내고 먹는 만찬이 제주에서 제일 맛있는 저녁이었다.ㅎㅎ
거기에 제주 막걸리 또한 일품...
끝내 이 앞에 한 자리는 역시 비워두었다.ㅎㅎㅎ
아! 이제 겨우 끝냈다.
여행을 한 후에 한 달이나 지나서 기록하는 것도 처음이다.
다 잊혀져간 기억의 편린을 주워 담는 것도 어렵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도 힘들다.
이걸 누가 읽어 보라고 쓰는 것은 아니고(읽어볼 사람들도 별로 없겠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면서 '아! 이럴 때도 있었구나!' 하는 회상을 할 수도 있기에 써봤다.
오름을 오르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이나 별일이 아닌 것에 파안 대소를 했던 시간들...
힘들면서도 다른 회원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모습들...
어쩔 리더(어쩔 수 없이 덤탱이 쓴 리더?ㅎㅎㅎ)로써 회원들을 위해 고심하고 배려하는 모습들...
이런 모습들을 하나 하나 다 표현할 수 없는 나의 능력을 아쉬워하며
이 후로 다시는 있지 않을,
멋진 친구들과 좋은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고 스스로 자부(?) 해본다.ㅎㅎㅎ
지금까지 '망팔들의 제주 오름 이야기'를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The End.....
첫댓글 수고 많으셨어요! 우리의 보배님!
얘기거리 궁하면 야생화까지~~
그리고 제주방언의 유래까지~~
덕분에 눈탱이.귀탱이 호강 많았수다래....ㅎㅎㅎ
요즘 뚝하면 제주 들락거렸더니 반은 제주할아방 된 기분이네요!
다음은 어데로 튈까요?
모두 기대해주세요!
보배는 카페지기 따님 이름인데...ㅎㅎ
맞아요. 궁하면 야생화...ㅎㅎㅎ
눈치 채셨네.
다음부터는 이런 짓 절대 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만행만 빼고...ㅎㅎㅎ
@주창일 우리 딸은 안 갔는데
주 작가님! 우리가 지나온 여정을 이렇게 멋지고, 재밌게 써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나요? 세월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함께한 친구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용두사미!
처음에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쓴다고 했는데 끝은 내 이야기만...
그게 나의 한계...
봐주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