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으면 축복. 군위 한밤 돌담 마을
군위를 잘 아는가? 경주 석굴암보다 오래된 군위삼존불, 삼국유사의 집필 산실인 인각사, 대한민국 양심의 산증인 김수환 추기경을 배출한 곳이 군위다. 요즘 리틀포레스트 촬영지, 사유원이 뜨는 바람에 MZ세대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거기다 상주-영천간 고속도로까지 생겨 서울에서도 3시간이면 군위에 닿게 되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정신적 유산이 많은 곳이기에 눈으로 스쳐가는 것보다 마음으로 곱씹어봐야 한다. 그 중 한밤마을은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에 딱 좋다. 이곳은 돌담길으로 유명한데 주먹돌이 아니라 메주덩어리 같은 큰 돌을 쌓았다. 마을사람들 힘도 셀 것 같고, 하여튼 스케일이 남 다르다. 이 미로같은 돌담은 무려 4km나 이어져 있다.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면 그것이 축복이다. 돌담을 그만큼 많이 걸을 수 있으니까
하늘을 3분의 1쯤 가로막은 남쪽 팔공산은 거대한 벽처럼 보여 답답하게 살아왔다. 대구와 붙어 있음에도 팔공산 때문에 대구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산자락 조그만 땅덩어리에 의지해 평생 과부처럼 살았을 것이다. 2017년 팔공산을 관통하는 3.7km 터널이 생겨 대구까지는 금방. 요즘은 대구시와 통합하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지금도 첩첩산중. 산이 높다보니 해가 금방 넘어가 밤이 길었다. 원래 이름은 대야(大夜), 그것이 캄캄한 밤이란 의미가 좋지 않자 먹는 밤으로 바꿔 대율(大栗)로 이름이 바뀌었다. 기발하다. 마을에 밤나무가 그리 많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보다는 달과 더 친숙한 동네이기에 마을 사람들은 팔공산 위로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보면서 하루하루 버티었다. 어쩌면 팔공산 한가운데 떠오른 보름달을 보면서 화투장의 삼팔 광땡의 희망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익산에서 본 함라돌담은 황토담에 을 박아넣었는데 한밤마을 돌담은 산성을 쌓듯 큼직한 돌을 끼워 넣었다. 역시 경상도 돌담답다. 이런 길이 무려 4km 나 이어졌다. 사람이 떠난 빈집의 돌담은 이끼가 잔뜩 껴~~집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로 속에서 길을 잃어도 마을 한가운데 있는 대청만 찾으면 된다. 한때 아이들을 가르쳤던 서당이었지만 지금은 마을 회의장소, 경로당, 관광객에게는 인심좋은 쉼터다.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이다.
옆은 상매댁.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칸의 분할이 참 맘에 든다. 통풍을 위해 다락에 창을 냈다. 저 부재를 우미량이라고 하나. 둥근 곡선이 상매댁 주름을 닮았다. 매댁의 안채는 흥할 興자의 독특한 배치란다.
한밤마을은 부림 홍씨 집청촌. 마을 입구에 5천평 되는 송림이 그만이다. 임란 때 군사들 훈련장소였다고 한다.
첫댓글 꽃술까지!
운치있는 마을입니다
여기 돌담마을은 나도 낯익은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