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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 이기영 박사 추모탑 건립
한국불교연구원에서는 이기영 박사 서거 7주기를 맞아 지난 2003년 11월 9일 11시에 경기도 곤지암 유마정사에서 ‘이기영박사 서거 7주기 기념 법회 및 추모탑 제막식’을 봉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원장님을 비롯하여 조계종 중앙 총회의장 지하스님, 서경대 민병천 총장등과 각 구도회 회원과 사대부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루어졌다.
먼저 법당에서 예불과 함께 추모법회가 끝난 다음 추모탑 앞에서 제막식이 봉행되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허남결 사무국장의 개식사를 시작으로 본원 김종화 이사께서 추모탑 건립에 대한 경과보고가 있었고 이어서 권기종 교수께서 고인의 약력 보고가 있었다.
다음에는 방지하 조계종 중앙총회 의장과 민병천 서경대총장의 기념사와 본원 원장님의 추모사가 있었다.
이주원 유가족 대표의 인사말씀과 추모탑 헌화의 순으로 추모식을 끝냈다. 특히 생전에 강의하시던 목소리를 테이프로 들으니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숙연하게 하였다.
추모탑의 크기는 흰색 화강암의 네모기둥으로 그 높이가 2.90m 이고, 가로가 1.2m 세로가 0.6m 이며 앞쪽하단에는 연꽃봉우리를 음각하였으며 뒷면에는 고인의 행적과 원효사상에 대한 각별한 연구 열정이 새겨져 있다.
다음과 같이 추모탑 비문내용과 추모사를 싣습니다.
추모탑 비문내용
한국불교연구원의 창립자이시자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신 (不然 李箕永)선생이 이곳에 계신다. 선생께서는 1922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나시어 벨기에의 루벵대학에서 불교학 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학자로서의 삶을 시작하셨으며 1960년 귀국하신 뒤 동국대학교에 인도철학과를 창설하시고 원효사상 등의 명저를 저술하시어 한국 불교학을 현대화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셨다. 원효에 대한 관심을 국내외에 널리 일으킨 이 분야의 선구자이시자 세계적인 권위자이시다. 재가 불교의 육성과 보살정신의 생활화에 힘쓰신 실천적 종교인이기도 하셨으며 대승불교 사상에 대한 투철한 이해와 동서양 사상에 대한 폭넓은 편력을 바탕으로 불자들에게 불교의 참뜻을 유마거사 같은 혜안과 부루나 존자 같은 변재로 깨우쳐 주셨다. 한국 불교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건강을 살피지 않으시고 노심초사 하시더니 1996년 11월 학술회의의 기조강연을 마치고 조용히 나오시어 세계의 석학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홀연히 원적하셨다. 불교집안에서는 모두들 학술열반이라 찬탄하고 학자에게 그 이상의 영광이 어디 있겠느냐 하나 우리 제자들은 그 놀라운 일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을 가눌 수 없었다. 7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 모여 ‘無理之至理 不然之大然’, 이치 없는 것이 지극한 이치요 그렇지 않은 것이 크게 그러하다는 선생이 좋아하시던 구절을 되새기며 한국불교연구원의 구도회 회원들 원효학당과 학계 제자들이 정성을 모아 추모탑을 세운다.
2003년 11월 9일
추모사
不然之大然
존경하는 종단의 큰 스님들, 사부대중 및 선지식여러분! 오늘 우리는 不然 李箕永 선생님의 서거 7주기를 맞아서 그 높은 학덕과 선각자적 기개를 기리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불연 선생님은 급변하는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의연히 학자의 길을 걸으신 분입니다.
일제 때 징용의 아픔을 겪었고, 해방이후6.25전쟁의 와중에서는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습니다. 안팎이 어수선하던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유럽에서 불교학 연구에 몰두 하였습니다. 귀국한 직후부터 10여 년 동안 동국대학교에서 후진양성에 진력하였습니다.
그분은 불교학 연구의 새 지평을 열어 보였습니다. 인도불교나 인도고전어의 중요성, 또 비교사상적인 안목을 통하여 현대불교의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지금 불교학계의 원로 증진들 가운데서 그 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잠시 동국대학을 떠난 70년대 이후, 영남대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민대 등에서 왕성한 연구의욕을 내보였습니다. 특히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그 분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한 민족의 기념비적 문화사업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 이후 정년 때까지 또 다시 동국대학교에서 노익장을 과시하셨습니다. 이 시기는 한국불교연구원의 발전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구도회 원효학당 등이 오늘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헌신하였습니다.
불연선생님의 학술적 업적은 원효연구로 압축됩니다.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한 원효사상을 필두로 하여 원효사상연구 한국불교연구 등에 이르기까지 원효관련 연구논문만 30편이 넘습니다. 수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내용과 수준에 있어서 가히 세계적인 力作이라고 평가 할 만합니다. 초기에 그 분의 학문적 관심은 이도불교 비교철학 등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불교의 입장에서 조명한 실존철학, 서양사상, 기독교 문명 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높은 識見들이었습니다. 만년에 그 분의 관심은 신라불교 등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기울어졌습니다.
그는 원효사상을 세계사적으로 位相 지웠을 뿐 아니라, 의상․화랑 등에 관해서도 독창적인 연구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분은 또 만년에 실천불교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재가불교 회의의 공동대표로서 고속철도 경주통과를 저지하기 위하여 온 몸으로 항거하였습니다.
이제 그 분의 色身은 가고 남기신 법의 메아리는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향기는 멀어도 그윽함을 더한다.’고 했습니다. 그분의 德化는 현대한국불교의 主流로서 연면히 이어진다고 확신합니다.
끝으로 오늘의 추모탑비 건립을 위하여 애써주신 많은 道伴들에게 충심으로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김종화 이사와 고흥순 이사는 이 큰일을 묵묵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또 먼 길을 마다 않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지하스님과 서경대 총장 민병천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흔쾌히 추모탑을 제작하여 주신 서울대 최인수 교수님께도 머리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또 不遠千里길을 달려오신 부산구도회의 여러 동지들, 대구구도회와 대전구도회의 法友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 행사의 원만한 진행을 위하여 열심히 일해 준 모든 분 들게 두 손 모아 격려의 뜻을 전합니다. 유연․무연의 여러 중생들이 오늘의 모임을 계기로 하여 불교의 위대한 가르침 속에 행복해 지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