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르바초프 정권 말기인 1991년, 개혁.개방 속의 소련 경제를 취재하러 수도 모스크바를 찾았을 때였다.
도심을 한참 걷다보니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잊어버렸다.
마침 근처에 경찰이 서 있기에 짧은 영어로 도움을 요청했다.
"웨어 이즈 러시아 호텔?"
불행히도 경찰은 전혀 못알아 듣는 눈치였다.
'러시아 호텔'을 몇 번씩 반복해도 한참 동안 고개만 젓더니 갑자기 알아챈 듯 외쳤다.
"우라시아!"
'러시아'는 단지 영어 표기일 뿐, 현지 발음으로는 '시'에 액선트가 있는 '우라시아'였던 것이다.
19세기만 해도 동북아시아에서는 그들을 '俄羅斯'라고 불렀다.
지금의 '러시아'보다 더 정확한 표기였던 셈이다.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여러가지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한다.
애초의 1박2일 일정을 무박1일로 단축했다든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시간을 어겼다든지 한 두가지가 아닌 듯하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러시아 지도부의 여러가지 흠집들이 단순히 강대국의 오만이 아니라,
쇠퇴하는 대국의 피로 현상으로 비치는 듯해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러시아는 심각한 고민 속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 경제침제 국면이 심상치 않다.
최근 들어 러시아의 경제는 기존 성장 모델이 작동을 중지한 채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신규 기업투자 활동화와 구조 개혁, 노동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하루 빨리 구축할 필요가 있지만
이런 개혁 노력은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멘클라투라(특권적 관료 계층)의 지배가 워낙 강고한 탓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러시아 국가 자체의 해체 현상이다.
무엇보다 러시아 국민의 평균 수명이 후퇴하면서 나성은 겨우 60세, 여성은 73세에 머물고 있다.
출산율 저하, 해외로의 이민 증가 등으로 매년 50만명씩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공동화 현상을 러시아 내 이슬람 인구가 메우면서 금세기 중반까지는 이슬람 인구가 슬라브인의 수를
능가할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 동부에서 세력을 키워가는 중국인의 ㅈ노재도 러시아 정부에는 위험한 위협이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동부 지역에 대한 지배권까지 위협할 정도다.
1990년대, 중국과 똑같이 체제 전환을 선언했던 러시아다.
도대체 어떤 내적 요인이 興亡盛衰의 격차를 낳을 것일까 이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