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말벗 을 문집원고로 올립니다.

[홍재석]

노년의 말벗

송원 홍 재 석

흘러가는 세월은 나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는다. 인생은 초로라고도 말하고 있다. 촌음이 아까운 여생을 그냥 덧없이 허송세월 하지 말라. 마음이 청춘이면 아직도 내가 할 수 있는 매사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의 천태만상의 동식물도 제각기 음양의 힘으로, 사랑을 하며 성장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네 인생도 이성 때문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노년의 삶도 홀로 살 때는, 외로움이 가장 힘겹고 말동무가 제일 그립다고 한다.

우리들만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남녀 간의 희로애락은 다 짝이 맞도록 되어있다. 그 기막힌 신비로운 감성과 기이함은 어찌 다 따질 수가 있으랴. 그러기에 지금은 젊은이들의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장차 고령화 사회에서는 다국적 로맨스로 노년의 말벗이 생겨날지도 모르는 세상사 일이다.

서로가 좋아하고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을 해도, 한 평생 함께 회로하고 한날한시에 저승길 가기는 어렵다. 홀로된 후에 노년의 말벗은 서로가 마음을 비우지 않고는 만나기도 힘들다. 조건을 앞세우고 따지다보면 어디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있을는지. 세상은 많이 변하지 않았는가. 누구나 사별 후에 남녀의 만남은 부도덕한 불륜이 아니다. 나 자신을 존중하고 남의 눈치만 의식하지 말자. 지금은 자식손자들도 다 이해하리라.

황혼길 인생은 내일이 어떨지 모른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삶이다. 젊은이들 같이 멀리보고 깊이 생각하면 더더욱 쉽지 않다. 노년의 사랑은 말과 감성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진실한 마음 없이 탐욕의 손만 내밀다보면 쓰라린 상처만 커져 가리라. 누구나 공수래공수거니 죽으면 다 소용없고 그만이다.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라. 창피하고 망측스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속마음을 서로가 믿음으로 보여주면, 곱고 풍성한 노년의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을는지……

그것도 제 발로 걷고, 내 손으로 밥을 먹을 때다. 베푸는 마음으로 남의 말을 들어줄 수 있어야만 연륜에 걸맞은 진실한 말동무가 다가오지 않을까.

노년에는 서로 측은지심으로 상대를 보게 된다. 소중히 여기며 다독거려 주려고 한다. 노후에 풍기는 인간의 진미와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여유로움이 있다면 복 받은 노인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아내와의 사별 후 보고픈 짠한 심정과 성실한 삶의 그리움으로 외로움에 갈피를 다잡지 못했다. 영전사진을 쓰다듬으며 조석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다. 친구의 소개를 받았으나 왠지 전화한번도 걸지 못하고, 2년여의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사리분별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후에 잠시나마 장미꽃다발을 들려준 여인도 있었고, 산사의 오솔길에서 내 애인이라고 외쳐본 여사도 있었지. 뒤 골목에서 술대접을 받은 귀인도 만났고, 한적한 하천 뚝 밑에서 함께 쑥을 뜯은 아낙네도 있었다. 여행길에서 천사 같은 여자도 만났지만 다 인연이 아니므로, 서로는 인격을 존중하며 예의바른 벗들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인연으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다. 의자에 앉아있는 여인이 나를 보면서 “잠시라도 앉아서 기다리세요. 버스가 자주 아니옵니다.” 그 말을 하면서 자기 손바닥으로 나무 의자위의 길 먼지를 닦아 주신다. 그녀의 고운 마음과 손길이 아름다움으로 보였다. 생면부지에 베푸는 마음의 봉사를 내 가슴으로 읽을 수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 심성인가. 그 사연이 나에게는 필연이 되여 노년에 말벗으로 만나게 되었다.

서로는 한발 한발 닦아서면서 이해하고 만남의 대화를 하다 보니, 친근감이 들고 더 청초하게 보였다. 둘이는 손을 꼭 잡고 오손 도손 정담을 나누면서 세상사를 바라보니 밝게 보이고 즐거움의 기쁨이 커져만 갔다. 허전하던 외로움에 의지가 되었지. 아침저녁으로 문안전화의 인사말에는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저절로 푸근한 마음에 생기가 돌았다.

황혼길 인생을 더 아름답게 하려면 나 자신을 먼저 낮추어야 한다. 지평선 같은 마음으로 이성을 대한다면 울타리도 없고 벽도 허물어지리라. 이 풍요롭고 좋은 세상에서 서로 아끼고 맞추며 베푸는 마음을 가진다면, 언제고 손을 잡으며 부창부수 하리라.

봄이 오면 넓은 들판에 수많은 꽃이 피듯이, 우리네 인생도 저마다 가슴속에서 가꾸는 나만의 꽃밭에는 즐거움의 웃음꽃이 곱게 다시 피어날 것이다.

노년의 말동무는 더 없이 소중한 만남이다. 소홀이 할 수 없으니 바라만 보지 말라.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의식과, 과거를 너무 생각하다 보면 기회도 놓치고 더 가까이 닦아 설수가 없지 않을까 ?

홀로된 외로운 인생길에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말벗은 활기찬 삶의 의욕을 높여준다. 둘이서 대화를 하다보면 마음이 저절로 편해지니, 기쁨이 보약으로 더욱 건강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으리라.

[혜연]

오! 우리 회장님 멋지십니다. 정말 노년의 사랑이 진실되고 아름답습니다 “잠시라도 앉아서 기다리세요. 버스가 자주 아니옵니다.” 그 말을 하면서 자기 손바닥으로 나무 의자위의 길 먼지를 닦아 주신다. 그녀의 고운 마음과 손길이 아름다움으로 보였다. 생면부지에 베푸는 마음의 봉사를 내 가슴으로 읽을 수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 심성인가. 이 귀절만 보아도 어떤 여인인지 상상이 갑니다 더더욱 행복하십시요 참. 오늘 책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선생님 읽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