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아들과 둘이 서해안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나는 올해 마무리를 해야 할 일이 있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고
아들은 그동안 수능시험준비한다고 나름대로 많이 바빴습니다.
또 모레면 아들이 며칠간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라
부자간에 얘기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금요일날 늦게 퇴근후 가족과 한곱뿌 하면서 얘기 했더니
함께 갈 수 있답니다. ㅎㅎ
어릴때는 함께 자주 여행도 하고 그랬는데 이 놈들이 커가면서
낚시를 가든 성지순례를 가든 어디를 가도 부부만 갈 때가 많아 집니다.
기회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데 워낙 바쁜 스케쥴이
많은 놈들이라 시간이 안맞았는데, 모처럼 시간이 맞았습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서쪽으로 출발했는데,
서해대교를 지나면서 무창포로 가기로 했습니다.
무창포는 모세의 기적이 재현?되는 섬과 해변길이 열리고
머드축제로 국내외에 잘 알려진 해변이기도 합니다.
또 이십 몇년전에 제가 여름에 해상훈련을 받았던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13공수부대 하계해상침투훈련을 무창포에서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갑자기 한창 날아다닐 때의 그 시절이 보고 싶어졌나 봅니다.
다 큰 아들과 함께 이십년만에 찾은 무창포는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세상살이에 찌들었듯이
무창포 해변도 모텔과 펜션과 횟집타운으로 들어찼습니다.
몇 가구 안되던 어촌마을이 이제는 도시형태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신축중인 해변호텔이 완성되면 해변 휴양도시로 바뀔것입니다.
<조수간만 차가 커지면 길이 열리는 섬입니다.>
<해변의 횟집촌. 남쪽 해수욕장 끝에는 호텔신축중입니다>
해변 상업지역은 많이 변했지만,
갯벌은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구보와 PT체조, 낮에는 해상침투 훈련, 장거리수영을 하며
매년 2주간씩 무창포에서 훈련을 했습니다.
그때 A조 교관으로 침투수영을 담당해서 지역대의 병사들과
하루종일 저 뻘에서 뒹굴었었습니다.
그때도 무창포는 아주 고운 뻘로 맨발로 구보를 할때면
발다박으로 비단을 밟듯이 엄청 부드러운 감촉이었습니다.
또 물이 빠지면 고운 뻘모래는 트럭이 다닐 정도로 단단해 집니다.
왠만한 비행기도 이착륙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저 멀리 솔밭앞 해변을 보면서 이십삼년전의 내모습을 기억해 낼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똥 배도 나오지 않았고.. 두려울것 없는 낙하산부대의 젊은이였습니다.>
물빠진 뻘에는 맛조개가 많았습니다.
옛날에 훈련을 마치고 맛조개를 잡아 저녁에 한곱뿌 한 기억도 새롭습니다.
마침, 뻘에서 여러사람이 뭔가를 잡기에 아들과 같이 들어가 봤더니
역시 맛조개를 잡고 있었습니다.
삽으로 뻘을 걷어내고 구멍이 있는 곳에 소금을 뿌리면
곧 맛이 여기저기 죽순처럼 솟아오르는데, 쏙 뽑으면 됩니다.
올라오는 길이 서평택부터 많이 막혔지만
아들과 그동안 못다한 이런저런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지루하거나 짜증대신 즐거운 정체로 생각되어 집니다.
12월은 나도 힘들고... 아들도 어렵고 힘든 때지만
이제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부족한 부분은
성모님께서 아드님께 전구해 주실거라 믿습니다.
父子 간 하루동안의 겨울바다 여행,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끝>
<홍성방조제의 석양....화려하진 않았지만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고 해무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첫댓글 무창포 해수욕장으로 부자가 같이가는 빅뉴스를 읽습니다 .아들이 커져서 중학생만 되면 ,아버지와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는데....같이 여행을 떠나 준 대학생이 될 아드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아드님과 아버지는 세대차이가 나서 아드님은 디지탈 세대, 아버지는 아날로그 세대인데.... 서로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좋은 아버지에 훌륭한 아드님이신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꽃삽 어딨지?
혼잡한 도시에서 생활하느라 좁아진 시야를 넓고 편안하게 합니다. 해무속에 져가는 일몰, 맛살이 삐죽 나오는 모습을 부자가 같이 할 때, 가정의 화목은 보장해 드립니다. 보기 좋습니다. <보증서>. ㅋㅋㅋㅋㅋ
ㅎㅎ 감사합니다. 부자간에 대화가 한번 끊어지면 다시 잇기가 정말 힘들더군요. 다행히 우리 부자는 티격태격 하면서도 그동안 접촉을 유지해 온게 지금 생각하니 가장 큰 은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아들이 혼자 일본에 가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걱정이 되지만...잘 다녀 오리라 믿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추워진 날씨라 얼음길 조심하십시요.
Chofran 님 제 아들은 오산 숭우 정신 요양원에 가 있습니다 고2 때 정신병이든 후 여지껏 폐인이 되다 싶이 합니다. 지금 43세. 발병초기 자신이 예수의 부활이라고 했었습니다. Chofran 님 가족은 훌륭한 아버지와 좋은 아들이십니다. 감사드립니다 . 꽃삽 어딨지?
아드님의 빠른 치유를 빕니다. 아멘 신부님의 말씀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저마다의 십자가가 있다고 합니다. 그 십자가가 아무리 무거워도 결국은 본인이 질수밖에 없지요. 힘들고 괴로울때...성경말씀으로 위안을 드립니다. '이 시간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