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골드만삭스, 군인공제회...부동산 시장의 큰 손 정도로 알려져 있던 군인공제회가 M&A 시장에서 돌연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3년 초 칼라일 컨소시엄과 JP모건 등 쟁쟁한 외국경쟁자를 물리치고 금호타이어 지분 50%를 2,500억원에 사들이면서부터다. 군인공제회는 이 거래 이후 배당금과 재상장을 통한 지분 일부 매각으로 2년만에 700억원 이상 벌었다. 군인공제회는 올 들어서도 크라운제과와 손잡고 해태제과를 인수하고 STX에너지 지분을 사들였다. 또 최근에는 2005년 국내 M&A 매물의 최대어로 꼽히는 진로 인수에도 이름을 올려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3성 장군 출신의 김승광 이사장은 올해 M&A 시장에 나올 하이닉스 대우건설 현대건설 우리금융 등의 인수 전에 적극 뛰어들겠다고 최근 공개적으로 선언했었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기업 이익 침해'란 가치와 '회원 수익 창출'이란 가치 중 군인공제회의 성격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본론.
현재 특별법으로 규정돼 있는 공제회는 군인공제회, 교직원공제회, 지방행정공제회, 경찰공제회, 소방공제회 5개다. 그 중 84년 직업군인과 군무원들의 생활안정과 복리증진을 위해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출범한 군인공제회의 현재 자산규모는 4조6,000억원대. 21년 동안에 400배 불어났다. 초기 6만여명에서 16만명으로 늘어난 회원들이 월급에서 10~50만원씩 떼 모은 돈만 2조3,000억원이 넘는다. 이 공기금으로 인한 군인공제회의 사업다각화를 놓고 일반기업측의 ‘비영리 공익법인인 공제회가 문어발처럼 사업영역을 확대해서 기업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라는 주장과 군인공제회측의 ‘공기금적 성격을 감안해 무분별하지 않게 되도록 자체 여과하고 있다.’라는 주장이 서로 대립되고 있다. 그러나 공제회의 성격 규정에서 양쪽은 차이가 있다. 기업들이 군인공제회를 연기금과 비슷한 존재로 규정하는데 비해 공제회는 자신들을 공익법인과는 성격이 다른 일종의 저축기관으로 본다. 군인공제회측은 그래서 수익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즉, 회원들에게 보장된 수익을 주기 위해서는 다른 추가적인 영업수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군인공제회는 공기업이 아니다. 현행법상 공제회는 사업다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업다각화를 못하게 법에 못박혀 있는 공기업과 분명 다르다. 예를 들면 군인공제회법 14조 2항에 보면 ‘공제회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얼마든지 사업다각화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법으로 볼 때는 저축기관에 가까운 셈이다. 성격 규정에 관계없이 일반기업들이 사업다각화를 문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반기업이든 비영리 공익법인이든 현재 자유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 공제회가 사업을 다각화를 한 것도 무한경쟁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 IMF 외환위기 전만 하더라도 군인공제회는 군납시장에서 어느 정도 특권이 보장됐었다. 굳이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들 시장도 경쟁시대로 접어들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사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러니 일반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군인공제회가 수익사업을 할 경우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서 제한된 수익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대신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 주면된다는 논리다. 사실 공제회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지급된 경우는 없다.
결론.
현재 군인공제회는 막강한 현금 동원력으로 사업체를 14개나 운영하고 있다. 일반기업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이익침해 일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사업다각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반기업들의 입장은 통하지 않는다. 나의 생각으로도 군인공제회가 사업다각화로 인해 이익침해의 성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공제회의 명분과 법적으로 보면 할말이 없다. 그렇지만 군인공제회가 무분별한 사업 확장 이라든지, 경영능력이 떨어져서 인수한 사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온다면 군인공제회의 사업다각화가 다시 논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