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로 희망 전하는 ‘코웨이 물빛소리합창단’
- “조화로운 하모니로 장애·비장애 조화 이루는 흐름을 만들고 싶어요”
맑고 고운 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한파가 들이닥친 날이었지만 물빛소리합창단의 열기는 대단했다. 연습이 고될 법도 한데 20명의 단원들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화음을 쌓아 올리는 마법 같은 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빛소리합창단은 코웨이가 문화예술을 통한 장애인식개선과 공연 활동 지원을 위해 2022년 12월 창단한 시각장애인 합창단이다. 창단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국장애인합창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합창단의 로고는 음악을 상징하는 높은음자리표에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의 모습. 음악으로 하나 되는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코웨이 사회공헌팀을 통해 합창단의 이모저모를 들었다.
Q. 창단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A.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니 놀랍습니다. 우선 ‘물빛소리’라는 이름은 코웨이의 대표 상징인 맑은 ‘물’과 주위를 환하게 만들어주는 ‘빛’의 소리가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합창단 연습실에서 단원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연습 및 개인 트레이닝을 진행합니다. 월 2회 이상 공연도 펼치고 있어요. 구로구청, 금천구청, 서울시, 국회 등 다양한 지역사회 행사에서 공연을 선보여 시민들과 활발히 소통합니다. 노래를 통한 장애인식개선 캠페인도 펼치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고 있어요.
Q. 전국장애인합창대회에서 큰 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는데요.
A. 전국장애인합창대회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장애인 문화예술의 발전과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매년 개최되는 대회예요. 각 지역 시·도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서울지역 대표로 본선에 진출했고, 본선에서 국무총리상(금상)이라는 큰 상을 수상하게 되었어요. 그간 눈부시게 성장한 음악적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합창단에게 큰 의미가 있는 대회였어요. 당시 노래한 곡은 지혜정 작곡가의 ‘담쟁이’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를 가사로 했는데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함께 나아간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단원 모두에게 큰 공감과 울림이 있는 내용인 데다, 그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달하고 싶어 열심히 연습했지요.
Q. 합창단의 창단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창단할 때는 10명으로 시작했는데, 지난해 11월 신규 단원 10명이 더 충원되었습니다. 공고를 통해 지원 접수를 진행했고, 지원자 중 오디션과 면접 등을 통해 선발했어요. 1차 선발은 10명 모두 여성으로 채용했다면, 2기는 풍부한 소리를 내기 위해 남성 단원도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음악 전공자, 뮤지컬 배우 등 모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증 시각장애인으로, 여성 단원은 14명, 남성 단원은 6명이에요. 함정민 지휘자와 단원 20명 모두 코웨이 직원으로 채용되었지요. 그렇기에 여느 직원들이 누리는 건강검진, 경조사 지원, 기념일 선물, 복지포인트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각종 코웨이 복리후생 지원을 단원들도 똑같이 받아요. 채용만큼 중요한 것이 관리인데, 코웨이는 동등하게 제공하고 필요한 용품 또한 곧바로 챙겨줍니다. 그래서인지 본사에서 진행된 창단 연주회가 그 어떤 공연보다 기억에 남습니다. 공연을 통해 코웨이 직원들이 단원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 힘찬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느꼈으니까요.
Q. 연습에 어려움이 있진 않는지요.
A. 지휘자와 본사 담당자 등이 참여한 회의를 통해 3~4분 정도의 곡이 선정되면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파트별로 녹음한 MP3 파일을 단원들에게 제공하고, 음과 가사를 외운 뒤 연습실에 와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데요. 새로운 곡을 하나 도전할 때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지만 단원들 모두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아요. 시각장애가 있기에 지휘자의 손짓이나 눈빛 등 사인을 볼 수 없지만, 호흡 소리로 필요한 부분에 사인을 드립니다. 반주가 있는 음악의 경우, 선율로 신호를 대신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이 없는데, 무반주곡이나 반주가 없는 부분에서의 도입은 지휘자의 사인이 꼭 필요하지요. 그래서 평상시 지휘자의 호흡을 듣고 맞추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합창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함정민 선생님께서 서울맹학교에서의 합창 지도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한 합창단을 지휘한 경험을 살려 단원들을 잘 이끌어주고 계십니다.
Q. 아쉽게 생각되는 점을 꼽는다면요.
A. 이따금 녹음 파일만으로 괜찮을까 싶을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음악을 보다 더 이해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악보를 읽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점자 출력물이 있다면, 녹음 파일로 부족할 수 있는 가사 전달력을 보강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점자 악보나 인쇄물을 만드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월 2회 이상 공연하는 일정에 맞추기 쉽지 않더라고요. 여건이 된다면, 한두 곡 정도 점자 악보나 점자로 출력된 가사지를 사용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합창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의지한다는 점입니다. 단원들 고유의 목소리가 다르기에 새로 배우고 보완할 수 있어요. ‘혼자가 아니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두 배, 세 배 커져요. 그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하모니, 즉 조화를 만들어내지요. 아쉬운 부분이나 해보고 싶은 시도 역시 조화로움을 맞춰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Q. 합창을 통해 이전과 달라진 부분은 무엇입니까?
A. 단원들 대부분이 중증 시각장애인분들이지만 음악적 열정과 노래를 향한 마음은 진심입니다. 염경례 씨는 어린이집 교사로 활동하던 중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었어요. “시각장애인으로, 사회인으로 활동하며 은연중 위축되는 면이 많았는데, 코웨이 물빛소리합창단으로 활동하면서 활기와 에너지를 되찾게 되었다”며 “매일 아침 눈을 떠 출근하고, 동료와 소소한 담소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행복하지만, 노래가 주는 기쁨과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자아 효능감이 더 크다”고 말씀하시곤 해요. 장현필 씨는 지난 3월부터 흰지팡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각장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피하기만 했었는데 노래를 통해 자유로움을 느꼈고,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편견 또한 깨지게 되었다”며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삶의 자신감이 생겼고, 시각장애에 연연하지 않고 ‘나’를 온전히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십니다. 코웨이 물빛소리합창단이 노래를 듣는 이들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단원들에게도 큰 의미가 되었다는 걸 실감한 순간입니다.
Q.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A. 가족 초청 송년행사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단원들의 가족과 지인을 초대하는 행사인데, 누구보다 단원들의 합창단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가족과 지인의 앞이니 얼마나 뭉클하겠어요. 평소 회사 생활에 대해 궁금증과 걱정도 많았던 가족들은 크게 환호해주었어요. 단원 중 한 명은 “누군가의 엄마, 딸이 아닌 오롯이 나로서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라 행복했다”고 말했지요.
Q. 향후 활동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A. ‘장애인이니까 못하겠지’, ‘장애인이니까 어려워할 거야’와 같은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싶어요. 장애가 있다고 해서 불가능한 건 결코 아니니까요. 장애예술인을 편견 없이 바라봐주는 사회,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합창단을 창단하고 운영하는 목적이기도 해요. 앞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활동을 선보일 수 있는 공연과 대회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더 많은 기업들의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장애인식개선도 향상되리라 기대해요. 올해도 외부 공연 및 정기 연주회 등 다양한 무대에서 밝고 힘찬 에너지를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장애인식개선 캠페인을 확대하여 장애인식개선과 장애인예술에 대한 홍보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합창으로 어우러져 만들어진 하모니를 통해 장애·비장애 경계 없이 조화되는 사회적 흐름을 꿈꿉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발행, 협력 도서출판 점자 <손끝으로 읽는 국정> 통권 196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