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에 관한 날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2월 14일은 초코렛을 주며 사랑을 고백한다는 발레타인데이라 하지요. 그리고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라 하여 사탕을 먹는다나. 또한 4월 14일은 초코렛도 사탕도 못받은 사람들이 카레를 먹는 엘로우데이, 5월 14일은 레드데이라하여 카레도 못먹은 사람들이 떡복이로 위로하는 날이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아! 오늘 6월 14일입니다. 무슨 날이냐구요?
오늘은 블랙데이라고 하려합니다.
2월부터 오늘까지 초코렛도, 사탕도, 카레도, 떡복이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사람들끼리 모여 새까만 자장을 맛있게 만들어서 먹는 날입니다.
어때요? 꿈보다 해몽이 좋은가요?
그건 그렇다 하려니와 오늘은 굿패 회원들 모두모두 힘들지만 아주 잘 해주었습니다.
내용을 써 내려가지 전에 오늘 수고하고 마음쓰고 애쓰신 우리 회원들과 남서울대학 동아리 학생들과 협조해주신 직원분들 그리고 감사하게 맛있게 먹어준 재소자 여러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잘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안소년교도소는 천안시 신당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천안구치소와 함께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재소자들은 소년교도소에 1200명 정도가 있고, 구치소에 300명 정도 그리고 직원 350여명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자장면은 나눔활동에 참가한 회원들을 포함하여 2000인분입니다.(그릇수로는 3,200그릇을 만들었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고 한편으로는 한번 해 보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의 패장님에게는 나눔활동에 대해 세상에 안 되는 게 없지요. 일은 벌려나야 수습이 되듯이 '저질러보자'하는 생각으로 오늘의 나눔활동을 하였습니다.
자장면 2,000인분을 마련하기 위해 13일부터 선발대가 움직였습니다.
밀가루 10Kg짜리 20포가 있어야하는데 조금 싸게 구입할 수는 없을까 궁리는 하는데 쌍용동 이즈마트 지하에 공판장 사장님께서 밀가루 20포를 저렴한 가격에 선뜻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일이 첫 실부터 잘 풀려주었습니다. 더군다나 교도소 식당까지 실어다 주시기까지 하시고 오늘 자장면 행사하는데 같이 오셔서 반팔 걷어 부치시고 함께 하셨습니다. 참 좋으신 사장님이시죠?(아부가 너무 심했나요? )
밀가루 준비되고 양파, 양배추 감자 등 재료 준비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20포 밀가루를 어찌 반죽해야 하는가입니다. 네 명이 반죽을 한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텐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더니 취사반 재소자들이 우리의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다라 가득 하얀 밀가루 1포가 가득 담기도 물과 소다 소금의 양을 적절히 맞추어 붓고 밀가루를 반죽하였습니다. 아이들은 큰 자장면 식당에서 와서 한끼 재료만주고 가는 줄 알았는데 아줌마, 아저씨들이 와서 이렇게 같이 하는 줄 몰랐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 동안 가루였던 밀가루가 엉겨 반죽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으니 딱딱하던 반죽도 말랑말랑 쫀득쫀득한 반죽이 되어갔습니다. 그런 반죽을 보며 나가게 되면 엄마랑 같이 밀가루 반죽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거리더군요.
'맞다! 이게 바로 우리가 오늘 너희를 위해 자장을 나누는 이유다.'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전율이 흘렀습니다. 반죽을 하는 아이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환한 웃음이 번져갔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20포의 반죽은 2시간 30분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에 밀가루가 묻혀주며 즐겁게 했습니다. 다 된 반죽은 숙성을 위해 엄청나게 큰 냉장고 가지런히 쌓아놓았습니다. '반죽들아, 내일 아침까지 잘 숙성되어 있거라.'
한쪽에서 반죽을 하느라 분주하고 다른 두 아이는 양파와 감자를 까기 위해 탈피기를 이용해 껍질을 깠습니다. 껍질이 벗겨진 감자를 썰고 삶아 식혀 냉장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양파를 써는데 흐르는 눈물을 닦아가며 열심히 썰어주었습니다. 흘러내린 눈물이 양파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던 그 눈물과 보고 싶은 어머니에 대한 눈물이며 걱정해 주는 이웃과 자신에 대한 눈물이었을 거예요.
다른 한 쪽에서는 양배추 다지기가 한창입니다. 반죽을 마치고, 감자 썰어 익히기를 마쳤을 때까지도 양배추 다지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양배추 다지기를 부탁하고 선발대 4명은 그곳을 떠났습니다.
내일의 순조로운 작업을 위해 제면기 손질하고 부족한 그릇 챙기고 밤 11시가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 잘 되어야 할 텐데..... ' 쿨 쿨.
드디어 블랙데이 밝았습니다.
선발대 성환 굿패 식구들 8시 교도소 도착하여 신분증 제시하고 노란 리본 달고 식당으로 출발하였습니다.
2선대는 최선진씨(굿패 회원)와 함께 온 쌍용동 어머니들과 온양 굿패 식구들입니다. 9시 도착하여 식당으로 출발했습니다.
3선대는 천안 굿패 식구들과 남서울대학 동아리 학생들과 교수님입니다. 10시 도착하여 식당으로 입소했습니다.
모든 활동 회원들이 다 모였습니다. 50명 정도가 되었습니다. 마음만 맞으면 못 할 일이 있겠습니까?
자장 볶고 면 삶기에 부족한 불을 위해 긴급 투입된 것이 제트버너였습니다. 오늘 이 행사를 위해 가야가스 한봉국 사장님께서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버너를 연결해 주고 가스를 제공해 주셨습니다.(누구 신랑인지?)
식당에서 일을 하는 재소자는 오늘 하루 휴가를 얻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문화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입소해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어찌나 좋아하는지.
한 쪽에서는 천안 굿패 회원들과 온양굿패 회원들이 자장을 볶고, 다른 한쪽에서는 물을 끓이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제면기를 돌리고, 남서울 대학 학생들은 반죽을 다시 치대고 일은 면발 뽑기를 돕고 일사철리로 돌아갔습니다.
아뿔싸, 이 일을 어이할꼬. 온양 굿패 회원이 그만 넘어졌습니다. 넘어져 무릎을 잡고 고통스러운 얼굴입니다. 그런데도 걱정하지 말고 일들 보시라고 하고 차에 실려 온양 병원으로 갔습니다. 무릎에 금이 갔다고 합니다. 패장님과 총무님이 병문안을 갔다왔습니다. 빨리 완쾌되기를 기원합니다.
직원 식당으로 자장과 면을 뽑아 보내고. 구치소 재소자들 400명분을 통에 담아 내려보냈습니다. 자장면을 매력은 신속함이지요. 1200명이 1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려면 면을 발리 삶아내야 합니다. 면을 삶기 위해 자장볶기를 마친 제트버너가 자리를 옮겨 삶기에 투입되었습니다. 면을 삶기위해 6개의 솥이 준비되었습니다. 누가 정하지도 않았는데 1번 솥부터 6번 솥까지 번호가 정해지고 면을 건져낸 솥은 번호로서 면발을 당기고 있었습니다.
"1번 솥 면"하고 외치면 남서울 대학생 양팔에 면을 근사하게 걸치고 번개같이 달려와 솥에 면을 넣어주며 "1번 솥, 면발 되겠쉽니다."하며 돌아갑니다. 힘이든 모습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웃음이 번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모두 입이 벌어져 뒤통수에서 만났을 겁니다.
"2번 솥, 면 "
"예, 2번 솥 면 되겠쉽니다."
"5번 솥"
"3번 솥"
"예, 예, ... 갑니다."
제면기로 면을 뽑는 아저씨 밀가루로 곱게 화장을 하고 연신 면발을 뽑아 내고..... 뽑아낸 면발을 이으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이을 수 이으려나.
면발을 팔에 걸치고 솥까지 나르는 대학생들은 두 팔은 마치 독수리가 비상하는 날개 같습니다.
펄펄 끓는 솥 안에서 하얀 면발이 들어가 노르스름하게 고운 면이 되면 대나무로 휘휘 저어 망으로 건져냅니다. 건져내면 찬물에 넣어 두 손으로 빡빡 비며 반질반질 윤이 나는 면이 되어 식판으로 옮겨집니다.
소쿠리 가득 면을 담아 뛰어가는 우리의 패장님, 마치 한 마리 물찬 제비를 보는 듯합니다.(요즘 제비는 배가 쬐금 많이 나오고 오리 궁둥이래요. )
배식하는 회원들 식판 들고 오는 자식 같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식판 가득 정성과 함께 면을 담아주면 "고맙습니다."하고 받아들고 갑니다. "그래, 그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거라. 세상에 고마운 것들이 얼마나 많으냐. 이제는 이런 곳에서 마주치지 말고 좋은 곳에서 마주쳐 고맙다고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얼추 배식이 끝나가나 봅니다.
"250명 남았어. 힘 냅시다."
"벌써 그 만큼이나 나갔어."
얼마큼 일을 했는지도 잊은 채 그저 좋기만 한 우리 회원들과 패장님.
모든 배식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자장이 동이 났습니다. 회원들은 면발과 단무지로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우리의 염라대왕 신영순씨 있는 재료 모아 칼국수를 끓였습니다. 그 맛이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신영순씨가 왜 염라대왕이냐면 나눔활동만 있으면 염라대왕처럼 끝까지 끌고가거든요. 다른 때는 관세음보살인데 그 나눔활동만 있음 염라대왕이 되거든요.)
점심을 칼국수로 맛있게 먹고 교도소를 둘러보았습니다. 재소자들에게 1인 2기능 이상을 가지도록 여러 가지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정비, 원예,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양질의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명상실, 도서실, 음악감상실 등 정서적으로 수양할 수 있는 시설들이 참 많았습니다. 일반 사회인들이 생각하는 갇혀진 생활, 무서운 곳이라는 편견이 진짜 편견이라는 생각이듭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위해 착실하게 하루하루을 성실히 살아아는 청소년 재소자들을 보며 변해야하는 것이 우리들의 편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나눔활동 중 가슴을 뭉클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낀 일이 있습니다. 점심으로 자장을 먹고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는 재소자였습니다. 나눔활동을 마치고 시설을 둘러보는 중에 컴퓨터 수업하는 강의실을 들어갔을 때입니다. 컴퓨터로 한글 워드연습을 하고 있는 재소자가 어머니께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얼핏 많은 글자 중에 한눈에 가득 들어오는 글이 있었습니다.
' 오늘은 자장면을 먹었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오늘의 행사를 위해 준비하고 애쓰신 모든 회원과 남서울 대학 학생들과 교수님, 후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 事在人 成事在天)이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