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퍼지는 턱관절 만병통치설… 진실은?
"치아의 높이만 맞춰줘도 신체 여러가지 문제 없어져"
"상관성 밝혀진 바 없어 약물·물리치료면 충분"
▲ 턱관절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 환자가 입을 얼마나 벌릴 수 있는지 측정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제공 | |
아기를 갖지 못해 한의원에 갔더니 느닷없이 턱관절 치료를 한다면? 소화불량·변비 환자에게 뜬금없이 치과를 소개해 준다면?
턱관절 이상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목 디스크, 어깨 결림, 요통 등 만성 통증, 손발 저림, 전신 피로감은 물론이고, 이명(耳鳴), 시력 감퇴, 아토피성 피부염, 관절염, 불임(不妊) 등의 질병도 턱관절 장애만 치료하면 깨끗이 낫는다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일부 치과와 한의원에서는 좌우 균형을 잃은 구부정한 자세도 턱관절 치료로 교정되며, 비대칭인 이목구비도 반듯하게 돌아와 얼굴도 예뻐진다고 선전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선 이것만큼 귀가 솔깃한 말도 없다.
턱관절 장애란 입을 벌릴 때마다 귀 앞에서 ‘딸깍 딸깍’ 소리가 나고 턱이 아프며 입을 크게 벌릴 수 없거나 하품하고 난 뒤 입을 다물 수 없는 질환이다.
도대체 턱관절 장애가 어떻게 만병의 근원일 수 있으며, 어째서 턱관절 교정으로 온몸 이곳저곳에 생긴 병이 나을 수 있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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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치과의사와 한의사들은 아랫니·윗니가 제대로 고르게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을 만병의 근원으로 본다.
양쪽 치아의 높이가 다르거나 오랫동안 턱을 괴는 등의 나쁜 습관 때문에 양쪽 턱 높이가 달라지면 부정교합이 생기고, 부정교합이 있으면 씹는 힘이 턱 양쪽으로 고르게 분산되지 않아 턱관절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
특히 아래턱이 뒤로 물러나게 되면 턱관절 주변을 지나는 다양한 신경과 혈관을 누르게 돼 턱 주변이 아프고, 두통, 이명, 심지어 안압(眼壓)이 올라가 녹내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부정교합의 영향이 목뼈(특히 경추1·2번)를 지나 척추에까지 이어지면 목이 뻣뻣하고 아프며, 골반이 틀어지고 척추까지 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균형을 잃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만성통증이 생기고, 면역력이 약해지며, 내분비계에도 이상이 생겨 조기 폐경이나 불임까지도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다.
TMJ치과 조경복 원장은 “다양한 통증의 연결 고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턱관절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며 “부정교합은 턱관절 장애를 유발하고, 턱관절 장애는 다시 목뼈와 척추에 부담을 가져와 전신 질환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일본의 후지이 요시로우 박사(치의학)는 틀니로 부정교합을 교정해 누워서만 생활하던 노인을 걷게 하기도 했다”며 “치아의 높이만 고르게 맞춰줘도 신체의 여러 가지 문제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꽃마을한방병원 강명자 원장은 “조기 폐경됐던 환자가 턱관절 치료로 다시 생리를 하게 된 경우가 28건이나 된다”고 말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클리닉 박근용 과장은 “턱관절 장애로 턱이 뒤로 밀리면 두개골 중심도 따라서 뒤로 이동하게 되며 결국엔 척추 전체가 휘게 된다”며 “척추전만증도 턱관절 장애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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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내과학회를 비롯한 턱관절 장애 전문의들 중 다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1934년 미국의 한 이비인후과 의사가 턱관절 장애가 다른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으며, 그 이후 여러 명의 의사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해왔지만, 1990년대 이후 ‘부정교합이 턱관절 장애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허구성이 이미 밝혀졌다는 것.
연세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김성택 교수는 “부정교합과 턱관절 장애의 상관성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라며 “미국안면통증학회(AAOP)에서 발간하는 치료 지침서 최신 개정판(2006년 발간 예정)에서도 부정교합은 턱관절 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에서 삭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교합을 고친다고 턱관절 장애가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물며 다른 전신 질환과 턱관절 장애의 관계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김 교수는 턱관절 장애는 관절이나 뼈에 문제가 있는 경우보다는 턱관절 주변의 근육이 아픈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턱관절 장애에 의한 두통도 사실은 우리 대뇌가 얼굴이나 목·어깨의 근육통(근막통증)을 두통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턱관절 장애는 약물치료(진통제·근육이완제·항우울제 등)와 온찜질, 물리치료, 턱운동, 교합안정장치(스플린트) 등 치아 구조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보존적 치료’가 원칙이다.
산치과 송영복 원장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80∼90%가 호전되는데, 멀쩡한 이를 갈아버리거나, 보철로 덧씌우고, 교정을 해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환자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주는 장치를 하루 종일 수개월 동안 끼게 되면 턱 위치가 영구적으로 변하며, 특히 말랑말랑한 장치는 오히려 부정교합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있다.
송 원장은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치료에 환자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잘못된 육아상식 10가지
분유에 녹차·보릿물 섞으면 안돼요
손발 찰때 몸 열기 내려야 땀띠분, 오히려 땀샘 막아
대한소아과 개원의협의회
1.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뒤 도리어 독감에 걸릴 수 있다
백신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살아있는 병원체를 병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만들어 사용하는 생(生)백신과 병원체의 추출물을 사용하는 사(死)백신이 그것이다. 생백신이라 해도 몸에서 병을 일으키지 못하게 근본적으로 약독화(弱毒化) 시켜 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독감 등 예방주사를 맞으려다 도리어 예방하려는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사실과 다른 얘기다. 예방주사를 맞으면 백신의 효과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믿는 부모도 많은데, 역시 사실과 다르다. 백신의 목적은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며, 요즘은 일부 암 환자에게도 예방주사 약을 사용하여 약한 면역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2.손발이 차거나 하품을 많이 하면 체했으므로 손을 딴다
아기들은 체온 조절 기능이 덜 발달 돼 있으며, 말초 혈액순환도 원활치 않아 손발이 찬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열이 심하게 나면 인체는 손과 발에 있는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손과 발이 차가워 진다. 머리는 뜨거운데 손발이 차면 많은 부모가 체했다고 생각하고 손이나 발을 바늘 등으로 따고 피를 낸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피가 나오면 ‘체기’가 가셨을 것으로 믿고 만족해 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공연히 아기를 고통스럽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 검은색의 피가 나오는 것도 정맥 피 자체가 검기 때문이지, 체기가 있어 검은 것은 아니다. 몸에 열이 있으면서 손발이 찬 경우엔 몸의 열을 떨어뜨려야 혈관이 다시 확장돼서 손과 발이 따뜻해 진다. 손을 따는 것은 열을 떨어뜨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열에 대한 조치를 오히려 지연시켜 열경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또 소독된 바늘이 아니므로 딴 자리에 세균 감염이 될 수도 있다.
3.찬 우유를 먹이면 장이 튼튼해 진다
의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다. 특히 생후 2~3개월 이내의 아이들은 찬 우유를 먹이면 체온이 저하될 수 있다. 우유는 체온 정도의 온도로 먹이는 게 좋다. 분유를 생수나 녹찻물, 보리차에, 심지어는 사골국물에 타서 먹이는 경우도 있다. 생수의 경우 세균번식의 위험이 있으며, 녹차의 경우 녹찻잎에 있는 카페인 성분으로 인해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분유는 맹물을 끓인 후에 식혀서 타주는 것이 제일 좋다. 또 분유 농도를 너무 진하게 먹이는 것도 좋지 않으며, 다른 성분 예를 들어 콩이나 잡곡류 및 기타 곡물들을 섞어 타는 것도 좋지 않다. 우유를 진하게 먹이면 이 자체만으로도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오히려 탈수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4.기침을 하면 도라지나 꿀을 먹인다
꿀은 보톨리늄이란 독소에 오염돼 있을 수 있다. 이 독소에 오염된 꿀을 먹으면 심한 경우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할 수 있으므로 1세 미만 아기에게 꿀을 먹이지 말아야 한다. 도라지도 가래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지만, 어린 아기에게는 복통이나 설사 같은 위장 증상과 불안, 두통, 심부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
5.땀띠 나면 땀띠분을 듬뿍 발라야 한다
땀띠는 땀의 과다분비로 인하여 땀샘이 막혀서 나타나며, 땀의 노폐물이 제거되면 자연히 없어진다. 즉 피부 상태를 청결하게 하고 땀이 많이 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땀띠의 예방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땀띠분의 경우 바르면 처음에는 건조해지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땀띠분 자체가 오히려 뭉쳐지면서 땀샘을 막게 되므로 도리어 땀띠를 악화시키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땀띠분 사용을 권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아토피가 있거나 피부가 땀띠로 인해 연약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파우더 자체가 피부를 더 자극시킬 수 있으며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다.(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