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계획하고
매년 여름휴가는 교회에서 실시하는 하계 수련회를 함께 가는 것으로 했었는데, 금년에는 기수가 임관하고 광주 상무대로 가기 전 7일간 휴가기간에 맞추어 7월23일부터 25일까지 충남서천에 있는 서울시 서천 수련원에서 보내기 위해 신청을 하고 기수에게 함께 가자고 말을 하였더니 7일간 계획이 꽉 짜여 있다는 것이다.
기수야 그럼 예약을 취소할까?
아니에요 어떻게 하루라도 시간을 한번 내어 볼께요,
아니다 억지로 나를 위해 시간을 낼 필요는 없다. 너 편한 데로 해라,
이렇게 말은 했지만 나는 속이 뒤틀려 헛기침을 하고 있는데 기수가 어디로 전화를 하고 나더니 아버지 이틀은 곤란하고 24일 하루는 시간 낼 수 있습니다, 이것 봐라! 아주 나를 위해, 봐 주는 것처럼 말 하는 아들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차를 타고
이른 아침 일찍 아침밥을 먹고 서천을 가기위해 오산역으로 가서 기차시간을 알아보니 평택에서 9시13분에 익산 행 무궁화 열차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열차표를 사가지고 천안행 전철에 몸을 싣고 평택역에서 무궁화 열차로 갈아타고, 열차 안을 보니 장마철이고 주중이라 그런지 빈자리가 많다.
빈자리가 많았지만 나는 구지 나의 좌석에 가서 앉는다.
열차는 지난해 12월 대구 팔공산 코흘리개 모임에 가면서 타고 7개월 만에 타는 것이라 약간은 설레기도 하고 혼자만의 호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그 동안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지긋이 감는다 .
&서천읍내에서
쉼 없이 달려온 기차는 12시 5분에 서천역에 도착하였다.
서천역에서 나오니 역사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기차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택시를 타고 바로 연수원으로 갈까, 하다가 나는 잠시 망설인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점심때라 요기라도 할 생각으로 식당을 찾는데
내 눈에 부동산 중계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중계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중년의 남녀가 점심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처음 보는 나에게 점심을 먹었느냐고 묻는다,
나는 대답대신 웃고만 서 있으니,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점심 전이면 찬은 없지만 한술 드시구려 한다.
어서 드세요, 전 방금 먹었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니 아니에요,
저도 막 수저를 놓으려고 하던 참 이였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웬지 남의 점심식사를 망쳤다는 생각이 들어 겸연쩍게 웃으면서
제가 괜히 점심식사를 방해한 것 같습니다 ,
이 지방 사시는 것 같지는 않는데 어디서 오셨나요?
아 예 지금 막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부동산 아저씨와
부동산을 나오면서 서천읍내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나라 어느 소도시와 별반 다름없는 한적한 시골 읍내다,
지천명을 살아가고 있는 현제의 나의 시간은, 지나간 어제의 열매이고, 또한 머지않아 현실로 닥칠 은퇴 후의 내일에 씨앗인 오늘의 시간들,,,,,,
이제는 제2인생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 것 같아 부동산에 들어왔다고 말을 하니 아저씨가 웃으면서 잘 오셨네요,
마침 좋은 땅 매물이 나와 있는데 함께 가보지 않겠어요?
부동산 아저씨는 오늘 처음 만났지만 얼굴이 후덕하고 정이 있어 보인다,
땅을 보려가면서 아저씨가 서천 자랑을 늘어놓는다.
서천은 차령산맥 말단 여맥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산모시 고장이고, 한잔 마시면 아쉽고 두잔 마시면 미련이 남고, 석잔 마시면 몸이 불덩이가 되어 이열치열로 더위를 거든히 이길 수 있는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소곡주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며 꼭 마셔보라고 권한다,
&서천8경
제1경은 마량 동백나무 숲과 해돋이(서면 마량리)
500여년 수령의 동백나무 85주가 천연기념 169호로 지정되어 있고, 정 상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는 가히 환상적이다.
제2경 금강하구 철새도래지(마서면 도상리)
금강하구에는 해마다 겨울이면 고니 청동오리 검은머리 물떼새 등 이 찾아 오고 특히 가창오리떼의 군무는 생명의 환희을 느낄 수 있다.
제3경 한산모시관
백제시대부터 이어져 온 멋과 아름다움을 지닌 전통 옷
제4경 신성리 갈대밭
30만평의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TV각종 드라마 촬영장소로 유명
제5경 춘장대 해수욕장
15도의 완만한 경사와 맑고 잔잔한 수연과 송림이 우거진 천해의 해수욕장
제6경 문헌서원
고려말 대학자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 두분을 배향하기위해 선조가 세움
제7경 회리산 자연휴양림
산 전체가 해송 천연림으로 경관이 수려하고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서해바다가 관망되는 천해의 오지다
제8경 천방산 풍광
서천군의 최고봉(342m) 천방산에 있는 용재바위는 한 가지 소원을 세워 기도 하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 첫날 수련원에서
서울시 서천수련원은 충남 서천군 서면 월호리 해변가에 창의관,다산관 노을관,하늘관 4개 동이 ㄷ자 모양을 하고 있다.
서로 독립된 건물로 되어 있으나 자연경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무복도로 연결되어 있어 4개동건물이 마치 하나의 건물처럼 느껴지고 주변 환경과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친 환경적으로 설계되어있다.
나의 숙소는 하늘관이다, 창문을 여니 바로 넘실거리는 서해 바닷물이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를 일으키며 쏴~아 하고 밀려와 철석거리며 하이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바위에 부딧친다.
숙소에서 나와 숲길을 따라 야트막한 고개하나를 넘으니, 달빛아래 놓인 성 월하성이 있다.
월하성은 신선이 논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수련원 주변 소나무 숲을 따라 난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 오손 도손 평화롭게 자리 잡은 어촌마을이 보이고, 마을 너머로 서해의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바닷물에 하반신이 잠긴 아담하고 소박한 작은 섬들 "쌍도와 할미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바로보고 있노라면 도심에서 찌든 내 마음의 묵은 찌꺼기까지 모두 파도에 씻기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작은 포구다.
내가 올 때 빠졌던 바닷물이 어느새 바로 숙소 밑에서 찰랑 거린다,
내가 묵은 숙소 바로 앞에는 천연방파제 역할을 하는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 있고 바위 사이에서는 소나무가 매달려 끈질긴 생명력으로 방풍림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다,
나는 저녁을 먹고 밖에 나오니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비를 맞으며 바닷가로 나오니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오전에 물이 빠져 썰물일 때 갯별에 나가 잡아온 조개로 조개구이 하는 사람도 있다,
비를 맞으며 오솔길을 따라 월하성에 와 예배시간이 끝났을 시간에 맞게 집사람께 전화한다
내일 예산 들렀다가 온 단다.
&수련원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 지하에 있는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고 수영장으로 가니, 로봇트가 물속에서 청소하는 모습이 깜찍하다,
PC방에 가서 멜을 확인하고 기수에게 전화하니 예산에서 아침밥을 먹고 출발했다 한다,
드디어 기수가 수련원에 도착하였다,
아버지 하며 기수가 부른다, 왜~ 외할머니가 아버지 드시라고 도시락 싸 주 셨 어요, 한다
보기만 해도 푸짐한 장모님표 도시락 뚜껑을 여니 콩자반 더덕구이 김치볶음 멸치조림 복숭아 토마토 당근 오이 참외 가 몇 찬합 가득 가득 들어 있는 것이 아닌 가,,,,,,
밥을 먹고 야외 수영장에서 우리식구는 수영도 하고 갯벌에 나가서 조개도 잡았다,
저녁은 야외 수영장 옆에서 통돼지 바비큐로 예정되었으나 비가와 할 수 없이 실내에서 바비큐를 먹는데 창밖에는 비가내리고 실내에서는 이철식의 라이브 생음악이 분위가를 띄운다
이틀 밤만 지나면 기수는 다시 상무대로 가야한다,
기수도 색스폰의 고음에 도취된 것인지 아니면, 반주로 곁들인 한 잔의 술에 취한건지 얼굴이 홍조를 띠고 유쾌하게 떠들며 식사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식사시간은 2시간 계속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기수와 함께 사우나에 가 서로 등을 밀어 주는데 기수가 아버지 하며 응석을 부린다, 왜 ~ 내 눈에는 아들이 아직도 철부지 6살로 보인다,
사우나에서 나와 기수와 나란히 손을 잡고 수련원 주변 숲속을 거닐며 가슴 속에 흉금을 터 놓고 장래 꿈을 얘기하며 걷는데 바람이 쏴 ~아 하며 불어 와 후근거리는 얼굴에 열기를 뻬앗아 가 시원하게 해 준다.
이번 여름 휴가는 그 어느 해 보다 보람되고 알찬 해 였던 것 같다,
수련원 서설이 훌륭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갯벌 체험도 할 수 있었고 , 무엇보다 아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 흡족 했으며
잠시나마 도심의 일상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할 만큼 조용하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한적한 포구의 분위기에 매료될 수 있어 참으로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008, 7,25일 만경산
첫댓글 부자 간의 두터운 정이 부러우이~~^^ 달콤했던 추억을 접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자네의 생활에 활력이 넘쳐나길......^^*
우중에 휴가를 보냈다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아서 ㅎㅎㅎ 자네도 좋은 추억 맹글어 오시게나 그리고 알콩달콩 잼있는 야그 올려주시게 기대함새 ^^^^
다큰 자식놈하고 정겨운 대화 나누기는 어려눈디..정말 부럽군 그려..서천에 땅이라도 사두고 왔수 ㅎㅎㅎ오늘은 중복인뎌 삼계탕으로 복더위 이기시요 ㅎㅎㅎ
휴가는 다녀왔는감? 좋은곳에 적당한 매물이 있으면 노후를 생각해 눈요기만 한다네 쩐도 없으면서 괜히 폼만 잡고 유람삼아 다닌다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