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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시 회상해 보는 수능 당일. (수능날만점시험지를휘날리자-수만휘★수능공부과외수능재수 수능) |작성자 리저렉션
안녕?
난 08수능을 쳤고 올해 인하대학교 사회과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리저렉션이라고 해.
여기엔 아마 한살 더 먹은 나보다도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겠지만...
수능을 한번 치뤄본 경험이란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너희들에게 당일날의 기분을 대리체험(?) 해 볼 수 있도록 자세히 글을 써볼 생각이야.
오늘로 D-243? 정말 굉장히 많이 남았네, 한 D-7쯤은 되야 '얼마 안남았네' 라는 소리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남은 시간따위 상관없이 너희들은 지금 우직하게 수능날, D-0의 순간만을 생각하며 거기에 맞춰 공부하면 되는거야.
수능전날이던가, 보통 그날은 수능을 치룰학교에 미리 가보는 일정이 있지.
난 일산 살아서 정발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뤘는데 여기가 뭐 원더걸스 멤버가 다니던 학교라던가? 난 잘 모르겠지만...
여담이지만 친구끼리 '아 걔가 앉았던 자리 였으면...' '냄새라도 맡고 올래?' '핥아 볼까?' 이런 얘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
이날은 자기가 시험볼 교실이나 자리를 확인하고 교통편을 알아보곤 해, 난 친구들이랑 택시타고 갔어.
수능전날엔 공부를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수능 전날이라고 뭐 다를게 있나? 난 하루종일 공부했었어
수능전날에 공부해서 피봤다는 사람 전혀 못들어봤으니 그런거 신경쓰지 않길 (...)
저녁으로는 매우 평범한 것들을 먹었어 평소엔 먹던 계란 후라이나 국이라던가... 그리곤 반신욕을 하며 사탐 개념서를 훑어봤지.
전날에 긴장 안됐냐고? 물론 정신이 반쯤은 어딘가로 떠나 있는것 처럼 몽롱하다고 해야하나 굉장히 긴장됐지.
'아 난 이 순간을 위해 그동안 그 많은 책들을 풀어왔구나, 드디어 내일이구나 드디어 내일 이구나'
고3 1년간이 주마등처럼 머리 위로 스쳐지나가고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눈물이 나더군.
난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긴장 많이 하는편인데 그날은 내가 일평생 겪어보지 못한 '긴장 of the best'를 느꼈어.
이것저것하다보니 12시가 되고 마무리로 6,9월 사탐 모의고사를 한번 더 풀 생각이었는데 경제 6,9월 모의를 안푼게 생각이 나는거야.
경제는 워낙 자신이 있었던 과목이고 이미 풀었던 문제니까 20분이면 풀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풀고...풀고 하다보니 '이런 문제도 있었나?' '왜 이렇게 어렵지?' '젠장 답이 3개잖아.'
'지져스! '
시간은 12시, 난 주저하지 않고 바로 컴퓨터를 켰어. 헌데 메X스터디 해설강의를 계속 들어도 왠지 내가 모르는 문제는 설렁설렁 해설 하는거야
결국 재빠르게 끄고 개념서를 펼쳐서 다시 공부했더니 약간이나마 이해가 가더라고.
시간은 1시. 적어도 다음날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너무 큰일 난거야. 원래 11시에 자려고 했는데...
잠자리에 들기전 책장에 꽂혀있는 수많은 문제집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면서 감사를 표하고 나는 잠에 빠져들.... 예정이었으나
너무 긴장이 되서 잠도 안오는거야.
1시간이상을 뒤척이다 겨우 잠에 들었지만 1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일어날 5시에 번뜩 눈이 떠졌지.
아, 이것이 마지막이구나. 나의 모든것이 여기서 평가 되는구나.
천천히 공을 들여서 씻고 일을(?) 봤어. 내가 원래 모의고사 때마다 긴장탓으로 배가 아파서 매번 언어를 망치곤 했는데
오늘마저 그럴순 없다는 각오로 뱃속의 모든걸 비웠어.
점심으로는 어머니가 싸주신 닭죽. 가능하면 자극적이지 않은걸로 준비했고 어머니와 포옹을 한뒤 집을 나섰어.
친구 두놈과 만나서 택시를 타고 가는데 옆에 놈이 나보다 더 긴장을 하고 있는거야.
그놈 때문인지 택시를 타고 가면서 전날 보다 더한 긴장 '긴장 of the century' 를 느끼면서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지.
학교앞엔 후배들이 나와서 (우리학교는 2명왔나...) 막 응원을 하느라 교문앞이 북적북적했어.
티비로만 보던 광경을 실제로 체험해보니까 진짜 수능임을 실감했어.
다른 교실에서 시험치루는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포옹을 했고(사내놈들끼리) 각오를 다지고 교실로 입성.
1교시 언어영역
심장은 쿵쾅쿵쾅 손과 발은 덜덜거리고 있고 계속 소변이 마려워서 시작하기전에 화장실을 3번이나 갔다 왔어.
알다시피 언어영역은 컨디션에 따라 점수가 많이 변하는 과목이라서 특히나 더 긴장을 했지.
일단 기본적으로 전자기기를 가져왔는지 묻고 가져왔다면 앞으로 내라고 하더군, 난 미리 챙겨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어.
또 고사장에서 주는 수능샤프와 컴퓨터용사인펜 그리고 내가 챙겨온 수정용 테이프 (언어영역때 한번 외국어영역때 한번 썼음)
감독관은 두명(이던가 세명)이 들어오시고 직접 시험지와 OMR 카드를 나눠주셔
이후 인쇄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지를 펼쳐볼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나는 재빠르게 문제 배분형태와 소설,시로 어떤 작품이 나왔는지 확인했어.
'와사등과 사령... 익숙한 작품이네?'
'사씨남정기 와 만선... 잘 모르고...'
'흐르는 북 이라니 이건 또 뭐야...'
이러는 저러는 중 시험이 시작되었어 내 심장은 시험 처음부터 끝가지 계속 쿵쾅거리는 상태.
듣기는 무난했던것 같아. 다만 아무생각없이 답을 썼다가 나중에 수정테이프로 고친것만 빼면...
혹시나 떼어질까봐, 잘못읽힐까봐 여러번 그었어...
이후 쓰기... 왠지 어렵게 느껴졌어. 난 시간이 많이 남는 타입이 아니라 한번 풀면 다시 풀 시간이 없기때문에 제대로 풀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실수->패배 가 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커서 쉬운 문제도 어렵게 느껴졌어.
수능 치룬지 4달이나 지나다 보니 문제가 가물가물 하다... 문제에 관해선 너희들이 더 잘 알겠지? 문제에 관해선 쓰지 않을게...
마지막 문제를 딱 마킹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종료종이 울렸어 감독관님은 필사적으로 그만 풀고 손을 올리라고 하셨지.
수능 시험지는 집에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답을 수험표 뒷면에 적어와야 하는데 난 처음부터 적을 생각이 없었어.
그럴시간이 있었으면 문제를 한번 더 보겠다고 생각했거든.
이렇게 언어 영역이 끝났지... 문제 푸는데 집중해서 '이게 수능인가? 모의고사인가?' 도 제대로 파악이 안되어서 그런지
끝나니까 너무 허무하고 아쉽더라고...
쉬는 시간, 다량의 드림카카오를 섭취하며 친구들과 대략적인 난이도에 대해서만 얘기했어. 이 문제 답이 뭐냐 하는건 다들 하지 않으려고 하더라고.
지금도 다들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언어영역 끝나면 수능은 모의고사가 된다.' 라는건데 정말로 그렇더라고
긴장이 확 풀리고, 걸어다니는 시체처럼 보였던 아침과는 다르게 웃음도 지어지고 손도 떨리지 않았어.
2교시 수리영역
난 수리를 굉장히 못했어. 초등학교 때부터 아예 손을 놓을정도로... 거의 고3때 처음시작한거지만 나름 선방했지.
문과학생들. 아직 3월이니까 수리 절대로 포기하지마.
수리나형은 어렵게 나오지 않는만큼 기본에만 충실하면 다른 과목처럼 시간을 많이 안들이고도 평타칠 수 있는 과목이야.
수리는 나로서도 모험이었어. 매번 4~5등급을 기던내가 잘 할수 있을까? 란 걱정과 함께 이제껏 모의고사조차 제대로 풀어본적 이없는데 수능땐 8등급 나오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하지만 집중이라는게 참 무섭더라고. 기본에 기본을 생각하며 '아는 문제' 부터 먼저 풀어나갔어.
조금이라도 막힌다 싶으면 미련 갖지않고 넘어갔지.
모의고사때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고 수능때 처음 시도했는데도 잘 되었던것 같아. 아마 이것때문에 좋은 성적 받을 수 있었을듯.
수리는 다행히 수험표뒤에 답을 적을 시간이 있어서 답을 적어왔어.
그리곤 어느새 종료. 도저히 풀수없을듯한 문제를 제외하곤 다 풀었지. 처음경험해 보는 일이었어.
점심시간
몇명이랑 모여서 닭죽 먹으면서 대략 적인 난이도에 대해 논했지
점심시간도 한시간 밖에 안되다 보니 금방 지나갔어
3교시 외국어영역
외국어는 꾸준히 2등급을 찍던 과목이라 걱정하진 않았어, 하던대로만 하면 된다 라는 생각으로 시험을 치는...데.
젠장 너무 어려운거야!
이제껏 본 어떤 기출보다도 어려웠어. 컷은 95지만 체감난이도 라고 해야하나? 올1 맞던 내 친구도 정말 어려웠다고 했다구
독해가 너무 안되는 한 문제 때문에 시간을 너무 뺏겨서 정말 유래가 없을정도로 시간이 부족하더라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
3페이지 남았는데 시간은 벌써... 난 너무 허둥대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한번 한다음
문제의 중간부터 보는 방법을 썼어, 시간이 너무 없어서 어쩔수 없었지
근데 문제의 답이 되는 부분이 내가 딱 본 그부분에 있는거야!
그렇게 순식간에 2문제를 풀었어. 좀 불안하긴 했지만 그런 생각할 시간은 없었지.
가능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빠르고 정확하게 풀려고 하니 그제서야 속도가 붙더라고 이번에도 종칠때 종료...
아 이건 다른 교실 이야기인데, 어떤 학생이 종치고도 계속 마킹을 하고 있더래.
감독관이 계속 소리질러도 마킹을 하자 그 자리까지 가서 카드를 뺏으려고 하더래. (마킹은 반정도 한 상태)
학생이 절박한 눈길로 "제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시간 좀 만 더 주세요" 라고 했는데도 그냥 뺏어가고
그 학생은 사탐 보기 전에 나갔다던데...
근데 웃긴게 다른 교실에선 마킹할 시간 주고 다 못할거 같으면 사무실에서 마킹 하도록 해줬다는데...
감독관 잘 만나는것도 운이다...
4교시 사회탐구
난 한지,경지,경제,사문 을 쳤는데
한마디 할 수 있는건, '난이도 of the year' 였다는것.
한지는 매번 1등급 나오던 효자과목이었음에도 너무 어려웠어... 인강이 보급되면서 애들 점수가 상향평준화 되고
그러다보니 모의고사 난이도는 계속 상승중이었는데 수능에서 그게 터진거지.
경지는 자료 분석 문제가 매우 많았고
경제는 어제 1시에 자면서 까지 개념정리를 했던 탓인지 1등급을 맞았어...
사문은 점수가 너무 안나와서 11월쯤에 포기했던 과목인데 좀 쉽게 나온탓인지 술술 풀었어.
사탐은 모의고사 때처럼 여러과목이 묶여서 있는 한 뭉치를 준다음 자신이 볼 과목을 빼라고해
그 다음 옆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이 치룰 한 과목만 책상위에 올려놓을 수 있지.
시험 시간이 30분이고 바꾸는 시간이 2분. 매 과목마다 감독관이 수험표와 내 시험지를 보며 내가 이 시간에 풀 과목을 풀고 있는지 검사해.
5교시 제2외국어
난 아랍어(...)를 치뤘어. 일본어는 좀 하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 등급이 안나온다고 하길래 어차피 못봐도 그만이다보니 아랍어를 쳤지.
아랍어를 하나도 몰라도 풀 수 있는 문제가 한 5개정도?
그걸 풀고나서 다 2번으로 찍었는데 3등급 나오더라? (...)
우리반엔 2등급도 있더라구.
수능땐 하루종일 미쳐버릴것만 같은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언어 시간 지나면 그냥 모의고사랑 똑같애 지는것 같아.
사탐이나 제2외국어쯤 되니까 애들이 뭔가 슬렁슬렁 하는것 같고 표정도 좋고 (잘봐서 그런건 아닐테고)
나도 빨리 집에 좀 보내달라는 심정이랄까 그렇더라구.
그러다보니 내가 지금 치고 있는게 진짜 그 수능이 맞나 싶을정도로 허무해져.
시험이 끝나고 문제지와 카드가 잘 걷혔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있는데
왠지 오래걸리더라고 1시간 정도? 이 시간동안 수정테이프를 잘못 사용했다거나 수험번호가 빠졌다거나 한걸 검사하는 듯해.
방송으로 몇명 부르더라고
걷어서 다 검사해 주니까 이름을 안썼다거나 하는걸로 걱정하지는 마.
시험 끝나니 어느새 어두워 졌더라고, 친구들하고 롯데리아에서 간단히 먹고나서 '이게 진짜 수능 맞어?' '너무 허무한데' 라는 식의 이야기를 나누고 택시를 타고 돌아왔지.
집에와서 아버지,어머니가 잘 봤냐고 물어보는걸 '그냥 느낌으론 잘 본것 같아' 라고 하고 편히 쉬었어.
보통 집에가서 채점 하지만 난 너무 무서워서 채점을 못하겠더라고...
일주일 뒤던가? 그때서야 수외사 만 채점하고 언어는 하질 않았어...
그리고 12월7일. 성적표가 나왔지.
교실은 침묵. 나 또한 기대이하의 성적에 좌절했지.
하지만 원서를 잘 쓴 덕택에 (무려 4승) 내 2차목표였던 인하대학교에 올 수 있었던것 같아.
뭔가 길게 쓰긴했는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도움이 되려나 모르겠네...
친구들아, 시간은 많아. 수능 당일이 아직 실감이 안나지? 그렇다는건 아직 많이 남았단 뜻이야.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쓸데없는 생각하지말고 하루에 혼자 공부하는시간을 5시간... 아니 3시간만 유지해도(평일) 충분히 성적은 오른다.
그거갖고 되겠냐고? 아냐 솔직히 얘기해서 하루 3시간 이상 공부하는거 수능때 까지 유지 하는애 '거의' 없어.
초심을 잃지마. 3월에 공부하듯이 10월 11월까지 공부해. 너희들이 원하는 어떤 대학에라도 최초합격 할 수 있다!
2009년 수능 대박 터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