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간의 서러운 이별이여
백 거 이
어미는 자식을 자식은 어머니와 이별하니
태양도 빛을 잃고 울음소리 처절하네
관서의 표기장군이
작년에 적을 격파하고 새로이 공훈을 세워
이 백만 량을 상금으로 하사 받자
낙양에서 꽃 같은 미인을 맞이하네
새댁을 얻고서 본처를 버리니
손안의 연꽃이요 눈 안의 가시처럼 대하네
새 각시 얻고 조강지처 버린 것 슬프지 않으나
그대 집에 남겨 논 두 아들 생각하니 슬프도다
한 놈은 걸음마하고 한 놈은 겨우 혼자 앉는데
두 아이 울며불며 어미 옷자락에 매달리네
그대들 부부 되어 새로 정답게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모자를 생이별 시켰으니
우리 신세 숲 속의 까막까치만도 못하누나
어미 새 새끼 잃지 않고 암수가 짝을 짓거늘
우리 모자는 뜰 안의 복숭아와 오얏과 같이
바람에 꽃잎은 지고 열매만 가지에 있는 듯하네
새댁이여! 새댁이여! 내 말을 들어보소
낙양엔 수 없는 홍루에는 미인도 많아
장군이 다시 한번 무공을 세운다면
너보다 더 예쁜 새댁을 맞으리라
「母 別 子」 白 居 易
母別子 子別母 白日無光哭聲苦 關西驃騎大將軍 去年破虜新策勳
勅賜金錢二百萬 洛陽迎得如花人 新人迎來舊人棄 掌上蓮花眼中刺
迎新棄舊未足悲 悲在君家留兩兒 一始扶行一初坐 坐啼行哭牽人衣
以汝夫婦新 婉 使我母子生別離 不如林中烏與鵲 母不失雛雄伴雌
應似園中桃李樹 花落隨風子在枝 新人新人聽我語 洛陽無限紅樓女
但願將軍重立功 更有新人勝於汝
사내들은 입신출세하여 부귀공명을 누리게 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특히 부부의 금슬이
탈이 나는 것이 보통이다. 남편이 탈이 나면 음지에서 하염없이 울면서 시드는 것이 아내의
운명이다.
이 시는 출세한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범하기 쉬운 한 속성을 풍자하면서 버림받은 조강지
처의 한과 눈물을 형상화하였다. 출세한 남편은 이제까지 고생하며 뒷바라지 해온 본처를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쫓아내고, 예쁘고 교양이 있는 젊은 신식 여성과 새살림을 차리고 본
처를 내쫓은 것이다. 사랑하는 어린 자녀들 마저 빼앗기고 쫓겨날 때에 어미와 자식이 서로
울며불며 이별하는 비극과 새댁에 대한 원망이 묘사되었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 각시를 얻는 사람들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가 있다. 새 각시
는 본처보다 젊고 미모가 훨씬 뛰어나며 애교 또한 만점이다. 이렇기 때문에 고생한 본 부
인을 버리는 것일까? 그런데 조강지처를 버린 사람들을 보면 거의가 뒤끝이 좋지가 않다.
한결같이 말로가 비참하다. 그 대표적인 인사로 우리 현대사를 주름잡았던 이승만·박정희
전대통령 두 분을 들 수 있다. 이들의 최후는 비참하기 그지없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
일까? 본처를 버려서 하늘이 벌을 내린 것인가? 아니면 쫓겨난 조강지처의 원한이 그렇게
만든 것인가? 우리 같은 속인들은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조강지처”라는 말은 후한 광무제(光武帝) 때인 건무 2년(26)에 태사공(太司空) 벼슬을
하던 송홍(宋弘)의 고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광무제의 누이동생 호양 공주(湖陽公主)는 청상과부였는데, 학문과 도덕이 높은 송홍을 짝
사랑하여 매일 같이 오빠인 광무제에게 그와 결혼시켜달라고 졸라댔다. 광무제는 아무리 임
금이지만 신하인 송홍에게 본처를 내쫓고 자기의 누이동생 호양 공주와 결혼하라고 명령할
수가 없었다. 임금은 하는 수 없이 어느 날 집무실의 병풍 뒤에 공주를 숨겨두고 송홍을 불
러 마음을 떠보았다.
“속담에 귀하게 되면 친구를 바꾸고 부자가 되면 아내를 바꾼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인정이냐”고 물었다.(諺曰 貴易交 富易妻 人情乎)
이 말에 담긴 뜻은, 너는 대사공이라는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하게 되었으니 이제 촌스런
아내와 이혼하고 신분에 걸맞게 신식 여성인 내 누이인 호양 공주와 결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속인들은 호양 공주와 결혼하게 되면 더욱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호박이
넝쿨 채 굴러온 격이라서“얼씨구 좋구나”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송홍은 임금의 청을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그는 임금에게
“신이 들은 바는, 가난하고 천할 때 사귄 친구는 잊을 수가 없고, 술지게미와 겨를 먹으
며 고생을 함께 한 아내는 집에서 내쫓지 않는다고 합니다”(臣聞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
不下堂)라고 말하였다. 병풍 뒤에 숨어 숨을 죽이며 송홍의 말을 엿들은 청상과부 호양 공주의 얼
굴빛이 흙색이 된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가 물러가자 광무제는 공주에게“너는 송홍과
결혼하기는 틀렸다”하고 위로하였다.
우리는 송홍의 인품과 부부도리가 매우 훌륭했음을 알 수 있다. 부귀영화가 더욱 더 보장
되는 공주와의 결혼을 거절하고 태사공이라는 높은 벼슬에 오르기까지 온갖 고생을 하며 내
조한 조강지처의 은공을 잊지 않았다. 결혼 당시 백년가약의 약속을 지키고 실천하였으니
아름다운 일이다. 또한 광무제가 공주를 병풍 뒤에 숨겨놓고 송홍의 대답을 직접 듣게 하여
누이동생이 헛된 꿈을 꾸지 말 것을 자연스럽게 타이른 슬기도 뛰어났음을 알아야 한다.
송홍의 고사에서 나온“조강지처”란 말은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 술지게미와 겨를 먹
으며 고생을 함께 한 처란 말인데, 전의 되어 본처를 뜻하게 되었다. 옛 사람들의 부부윤리
는 오늘과 같이 속되지 않고 아름다웠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시의 주인공인 관서의 표기장군은 인품이 못되어 송홍의 인품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표기장군은 싸움을 잘하여 비록 장군이 되었으나 인품은 못되어 출세한 후 탈이나 조강지처
를 버린 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첫 단락은 모자가 이별하는 아픔이다. 쫓겨나 집을 나서는 어미와 어린 자식들이 영영 헤
어지게 되었으니 그 아픔과 슬픈 정경에 태양마저 외면하여 빛을 잃었고 모자간의 통곡소리
는 애간장이 끊어질 듯 처절하였다고 비극의 현장을 스켓치 하였다.
이어서 모자가 이별하게 된 원인을 밝혔다. 변방의 표기장군이 작년에 오랑캐를 토벌하여
큰 공적을 세우고 황제로부터 상금 이 백만 량을 하사 받자 부부 사이에 그만 탈이 나고 말
았다. 남편은 부귀를 누리게 되자 본래의 속물 근성이 발동하여 조강지처를 버리고 낙양에
서 꽃처럼 아름다운 미인을 새 각시로 맞이하였다.(新人迎來舊人棄) 남편은 새 각시를“손안
의 연꽃처럼”애지중지하면서도 조강지처는“눈 안의 가시처럼”미워하며 구박하더니(掌上
蓮花眼中刺) 결국 쫓아내고 말았다. 조강지처는 쫓겨나면서도 자신의 슬픔보다도 어미를 잃
은 어린 자식들의 운명을 더욱 슬퍼하며 하염없이 피눈물을 흘렸다.“새 각시 얻고 옛 각시
버린 것 슬프지 않으나 / 그대 집에 남겨 논 두 아들 생각하니 슬프도다”(迎新棄舊未足悲
悲在君家留兩兒)는 뜨거운 모성애가 아닐 수 없다.
어미와 헤어지는 어린애들의 정경이 눈물겹다. 큰놈은 걸음마하고 작은놈은 겨우 저 혼자
앉을 수 있는 어린애들(一始扶行一初坐)이라고 한 것을 보면 결혼한지 사 오 년이 채 못되
는데 쫓겨나는 것이다. 두 어린아이가 어머니와 영영 이별하는 것을 아는지 울며불며 옷자
락을 붙잡고 매달리는 것이었다.(坐啼行哭牽人衣) 모자가 원통하게도 이별해야 하는 것은 오
로지 남편이 새 각시를 얻었기 때문에 이들의 신세가 숲 속의 까막까치만도 못하게 되었다.
숲 속의 새들은 제 새끼를 잃지 않고 암수가 짝을 지어 살건마는 우리 모자는 헤어져 살아
야 한다. 마치 뜰 안의 복숭아와 오얏과 같이 바람에 꽃(어머니)은 지고 열매(아들)만 가지
에 달려 있는 신세와 다를 것이 없었다.(應似園中桃李樹 花落隨風子在枝)
시인은 모자의 슬픈 생이별에 뜨거운 눈물을 지으며 이들을 동정하고 있다. 그리고 새 각
시에게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본처를 쫓아내게 하고 장군의 새댁이 되었다고 좋아하
지 말라는 것이다. 낙양의 수많은 홍루(기생집)에는 젊고 싱싱한 미인들이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新人新人聽我語 洛陽無限紅樓女) 장군이 다시 한번 무
공을 세우는 날에는 조강지처처럼 너를 내쫓고 너 보다 훨씬 예뿐 새댁을 아내로 맞이할 것
이 자명하다는 것이다.(但願將軍重立功 更有新人勝於汝)
출세한 남편의 바람기가 죄 없는 조강지처와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자식들에게까지 이르
러 모자가 생이별 하게된 슬픈 사연을 그린 이 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백년
가약을 맺을 때 약속한 부부윤리를 남편이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도덕성이 실종된 삶을 살게
되면 처자식에게 피눈물을 짓게 하는 것임을 시사한 것이리라!
사내로 태어나서 할 일이 없어 처자식을 생이별하게 하여 피눈물을 짓게 한다면 어찌 사
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주위에서 보면 조강지처 버리고 뒤끝이 좋지 않은 사람 없고,
아울러 조강지부(糟糠之夫) 버린 여자 치고 잘된 여자 별로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첫댓글 그러니까, 남자들아,
제발 여자들한테 잘해,^^
완전 이야기가 막장드라마야!그렇지?ㅋㅋ
모든 남자가 다 이런 것은 아니랍니다. ^^
어찌나 마음 한구석이 찡한지~~ 아이 가진 엄마로써 공감되는 시입니다.^^
'예쁘고 교양이 있는 젊은 신식 여성과 새살림을 차리고 본처를 내쫓은 것이다.' 제가 듣는 수업 중 하나가 중국사인데 근대화시기에 이런 일이 꽤 많더라고요; 부모가 정해 준 고향에서의 본처와 도시에서 공부하면서 연애로 만난 또 다른 부인이랄까; 안타깝습니다.ㅠㅠ 좋은 자료 잘 읽었어요~
현지처라니 옛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군요
잘해야지요 여성상위시대
조강지처에 저런 이야기가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