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기 보다는 지나온 길을 고개를 돌려 가끔 되돌아 보는게 더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었다...나의 청춘은 어땠었나? 가슴 설레던 첫사랑은 어디쯤,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때의 나는 과연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였을까?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주인공 '토니'의 수재 친구인 '애드리언'이 한 말인데 사실 우리가 '내 이야기'라고 떠드는 것들의 실상은 나에게 유리하게 꾸며지고 편집되고 덧칠된 기억이 아닐까? 그리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진짜 삶을 증언해 줄 주변인을 하나 둘 잃어가며, 스스로의 기억에 확신을 더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는데 내가 추억하는 모든 것들이 왜곡된 <나르시즘>에 다름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맨부커 賞(지지난 해던가 우리나라 '한 강'작가도 '초식동물'로 이 상을 탔음) 을 수상한 영국의 국민 작가-줄리언 반스-의 동명 작품을 영화화 한 것으로 줄거리가 탄탄하고 스토리의 반전은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나이 정도가 되어야만 더욱 공감 할 수 있는 스토리이다.
은퇴를 해서 자그만 빈티지 카메라 가게를 꾸려가는 주인공 토니 웹스터에게 어느 날 등기우편이 배달된다. 그 내용은 첫사랑 여인이었던 베로니카의 엄마(새라 포드)가 죽었다는 부고와 함께 약간의 돈, 그리고 유품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면서 시작된다. 수소문 끝에 알아낸 첫연인 베로니카. 담담하게 자신의 일상을 꾸려가는 그녀 앞에서 토니는 기억 저편으로 멀어졌던 첫사랑이 자신의 질투심에 휩싸여 보낸 편지 때문에 파괴되어 버렸고 절친이며 흠모 했었던 친구 '애드리언'도 자살로 생을 마감 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베로니카가 돌보고 있는 또다른 '애드리언'은 과연 누구일까?
" 나는 (역사의)승자도 패자도 아니야. 상처를 기피하며 그것을 생존 능력이라 부르는 사람이지."라고 고백하는 주인공 토니의 독백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그런데 소설 속 토니의 말은 더 뼈아프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면 비겁했기에 무탈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나의 부끄러운 민낯을 이 소설과 영화는 파헤치고 있었다.
여기에서 더 자세한 줄거리 소개는 자칫하면 이 영화를 보기로 한 분들에게는 '스포일러' 가 될 수 있으므로 (아직 개봉관에서 상영중이므로)요기까지만 해야겠다.
첫댓글 관객 수가 천만을 넘었다는 택시운전사 보고 왔습니다.
숨도 크게 못 쉬고 가슴 아파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길 바라면서요.
총칼은 들지 않았어도
무기보다 더한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고통을 주고, 아픔을 주지 않았나 시간을 더듬어봅니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소개 받는군요. 시간을 내어 관람하러 가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