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주산(久住山, 1787m)
2008년 5월 10일. 15시 부산항을 출발, 18시 5분에 후쿠오카시(福岡市) 하카다항에 도착했다. 일본의 4대 큰 섬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규슈(九州)섬 북부에 자리 잡은 후쿠오카는 후쿠오카현(福岡縣)의 중심지로 규슈지방의 최대 도시이자, 일본 8대 도시의 하나이다.
‘규슈의 수도’로 일컬어지는 후쿠오카시는 원래 나카가와(那珂川)를 중심으로 동쪽 지방은 하카다(博多ㆍ상인 도시), 서쪽 지방은 후쿠오카(福岡ㆍ무사 도시)였지만, 1889년 두 도시가 합쳐지면서 후쿠오카로 됐다. 지금도 공항은 ‘후쿠오카’, 역과 여객선 터미널은 ‘하카다’로 불린다.
45분이나 걸려 입국 수속을 마치고 18시 55분 ‘중앙부두’ 정류소에서 시내버스를 탑승하여 20분 후 ‘하카다역’ 정류소에서 내려 하카다역 부근 일대를 관광했다. 후쿠오카의 대표적 신사인 구시다(櫛田) 신사를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은행나무 고목들은 엄청나게 큰 고목들이어서 입이 절로 벌어질 정도였다.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모임’ 회원들과 저녁 식사를 끝내고, 후쿠오카 명물의 하나인 포장마차촌에 들러 이국의 첫날밤을 보냈다. 하카다식 라면을 비롯하여 튀김이나 닭꼬치 등 메뉴가 다양했다. 포장마차촌은 텐진, 나가하마, 나카스 지구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11일 07시 55분, 구주산을 향해 출발했다. 멀리 아소산(阿蘇山)이 바라보이는 구주 일원의 산들은 이곳 주민들 모두에게 신앙의 대상이라 하는데, 성스러운 곳으로 들어선다고 하여 새 신으로 갈아 신고 오를 정도라고 한다. 구주산과 아소산을 함께 묶어 아소-구주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구주국립공원의 九重이나 구주산의 久住나 모두 ‘구주’로 발음되는데, 구주산은 구주(九重) 산군(山群)의 주봉으로 일본 100대 명산의 하나로 꼽힌다.
오이타(大分) ‧ 구마모토(熊本) 두 개 현의 경계에 솟아 있는 구주산은 활화산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한국 등산객들에겐 매우 매력적인 산행지다. 산행기점이 해발 1300m 고지이기 때문에 정상까지의 표고차가 500m도 나지 않아 큰 힘 들이지 않고도 산행을 할 수 있다.
9시 35분. 구주(九重) I.C를 빠져나온 버스는 구주고원(久住高原)지대를 오른다. 탕평온천장 동네로 접어드니 일본 농촌의 전통가옥들의 지붕 위로 온천 수증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구주산(九重山) 국립공원 허리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왼쪽(아래쪽)은 녹음이 우거진 활엽수림이고 오른쪽은 뉴질랜드의 목초지를 연상케 하는 민둥산 풀밭지대가 이어지는 것이 특이했다. 초자바루(長者原ㆍ약 1,000m)를 지나 8분 후 산행 기점인 마키노토(牧の戶峙ㆍ1330m)에 도착하니 10시 15분이었다.
구주산 산행을 하러 오는 한국 등산 팀들은 대체로 3개의 코스를 이용한다. ①마키노토-나카다케(中岳ㆍ1,791m)-구주산 왕복 산행 ②마키노토-구주산-기타센리하마(北千里兵)-초자바루(長者原) 산행 ③마키노토-구스카케야마(沓掛山ㆍ1,530m)-구주산(1,786.7m)-기타센리하마-홋케인(法華院)온천(1,333mㆍ숙박)-다이센산(大船山ㆍ1,787m)-히지다케(平治岳ㆍ1,643m)-홋케인온천 쪽 평원-초자바루.
필자 일행은 ①코스를 택해 산행을 시작했다. 일직선으로 뻗은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오르면 정자 전망대가 있는 곳에서 길은 오른쪽으로 꺾인다. 산죽밭 사이의 콘크리트 포장길에 이어 나무 계단, 시멘트 계단을 밟고 오르면 능선 전망대에 이른다. 휴게소에서 700m를 올라온 지점이다. 구주산 정상까지는 3.4km를 더 가야 한다.
이곳에서 바위지대를 지나 300m를 더 가면 대체로 평탄한 능선길이 시작된다. 그러나 짙은 안개로 주변 조망이 힘들다. 산죽밭을 지나 7분 후 오르막 쉼터에서 10분간 휴식을 취했다. 오르막도 완경사지만 올라서면 다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산길 주변에 이름 모를 하얀 꽃이 많이 피어 있어 일본인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오카메노키’라 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니 ‘아지사이(수국)’ 종류라 한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우리말로 ‘분단나무의 꽃’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얼룩조릿대, 편백나무, 산죽 등이 많았다.
거대한 왕릉 같기도 한 봉우리와 야트막한 구릉 같은 능선길 주변은 온통 철쭉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천상화원을 이룬다고 하는데 6월 초순경이 절정이며 10월 말에서 11월 초까지는 단풍으로 또 한 번 절경을 보여 준다고 한다. 밑에서 보면 꽃이 별처럼 보여 그 이름이 ‘만천성(滿天星)’이라는 철쭉, 말이 취한다는 뜻의 ‘마취목(馬醉木)’이란 철쭉 등 세 종류의 철쭉이 뒤섞여 있는 것이 특이했다.
12시쯤 되니 순식간에 날이 개기 시작했고, 홋쇼산 너머 료오우잔(硫黃山)에서 뭉게구름처럼 김이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온 산에 진동했다. 홋쇼산(星生山, 1,762m) 갈림길에서 홋쇼산에 오르려고 했던 계획을 포기하고 구주산 방향으로 직진했다. 홋쇼산에 올라 유황산의 화산 활동을 가까이서 보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15분 후 구주산 대피소(避難小屋)에 도착, 점심 식사를 했다.
대피소에서 출발, 5분 후 나카다케ㆍ구주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덴쿠가죠(天狗か城) 쪽으로 향한다. 덴쿠(天狗)는 일본 전설에 나오는 깊은 산속에 산다는 코가 길쭉한 도깨비. 그러므로 덴쿠가죠는 도깨비들의 성이란 뜻이다. 도중에 만나는 아래쪽 분화구는 텅 비어 있는데, 조금 더 오르면 우뚝 솟구쳐 있는 덴쿠가죠 암봉 오른쪽 기슭에 있는 미이케(御池)라는 분화구 호수를 만난다. 호수 너머 규슈 최고봉인 나카다케가 솟아 있다.
호수에서 나카다케 정상까지는 15분이 소요된다. 나카다케(中岳) 정상에 오르면 루오우잔(硫黃山)에서 하얀 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걸 볼 수 있어 화산에 올랐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산봉의 명칭을 세 가지로 달리 부른다고 하는데, ‘잔(山)’과 다케(岳)‘는 신성시하는 산봉을 일컫고, ’야마(山)‘는 평범한 산을 칭한다고 한다.
나카다케 정상에서의 하산은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온다. 18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하는 능선길은 구주산 정상으로 곧장 이어진다. 구주산 정상에 올라서면 구주(九重) 산군(山群) 일대를 사방팔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운해(雲海) 풍경에 압도당한다. 어제까지 비가 내린 후 생긴 자연현상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라며, “당신들은 엄청난 행운을 차지했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저 멀리 남서 방향 흰 구름의 바다 위로 산꼭대기 모습만을 드러내고 있는 아소산을 바라보면서 이곳 주민들이 구주산을 신앙의 대상으로 성스럽게 여기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구주산에서의 하산은 등로로 이용했던 구주산 대피소와 오오기하나(扇ケ鼻ㆍ1,698m) 갈림길을 거쳐 마키노토 휴게소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 오오기하나는 고산식물의 보고(寶庫)이며, 쥘부채처럼 아름다운 산으로 6월이면 철쭉꽃으로 붉게 물든다고 한다.
<최종답사일: 2008년 5월 11일 07:55 하카다-09:35 구주(九重) I.C-10:15 마키노토(牧の戶峙) 휴게소(35분)-10;58 전망대 정자-11:07 능선 전망대(5분)-11:37 오르막 쉼터(10분)-12:08 홋쇼산(星生山) 갈림길-12:28 구주산 대피소(중식 60분)-13:33 중악ㆍ구주산 갈림길-12:46 분화구 호수-14:00 중악(中岳) 정상(1791m, 15분)-14:38 구주산 연결능선-14:42 구주산 정상(15분)-15:12 구주산 대피소(15분)-15:48 扇ケ鼻 갈림길(5분)-16:27 능선전망대(8분)-16:45 마키노토 휴게소-九重 ‘夢’ 溫泉鄕(湯坪溫泉) 유츠보亭 료칸 숙박-08:15 료칸 출발-09:15 유후인(湯布院) 金鱗湖 관광-10:20 출발-11:55 캐널시티(120분)-15:45 하카다항 출발
***후쿠오카의 볼거리
*캐널시티: 규슈 최대의 멀티컴플렉스로 우리나라의 대우건설이 지었다. 총길이 180m의 인공 운하를 중심으로 건물이 이어져 있어 ‘운하 위의 도시’라는 이름이 붙은 후쿠오카 최대의 쇼핑타운이자 문화공간이다. 두 개의 고급 호텔과 연극장, 13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시네마 컴플렉스, 맛있는 레스토랑과 다양한 상품을 갖춘 수십 개의 매장까지 먹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이 가득한 공간이다. 해가 질 무렵이면 분수대에서 형형색색의 분수 쇼를 펼친다.
*유후인(湯布院)-긴린코(金鱗湖): 유후다케(湯布岳)로 둘러싸인 분지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이국적 분위기의 온천마을로, 일본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양지 중의 하나이다. 개성을 살린 료칸들이 많고, 예쁜 것들만 모아놓고 파는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거리마다 미술관(갤러리)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차가운 샘물과 뜨거운 온천수가 동시에 솟아오르는 긴린코(金鱗湖)는 물고기가 수면 위로 뛰어 오를 때 석양에 비춰져 금빛을 띤다고 이름 지어진 호수이다. 호수 밑에서 온천수가 뿜어나와 식어면서 생기는 수면 위의 안개로 유명하다.
*오호리공원: 1927년 중국의 시후[西湖]를 모방해 만든, 후쿠오카 최고의 시민공원이다. 호수에는 작은 섬이 떠 있고, 섬은 세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공원 주위로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과 일본식 정원이 있으며, 동쪽 옆의 후쿠오카 성터에는 헤이와다이구장, 쇼와도리 건너편에는 벚꽃의 명소인 니시공원 등이 있다.
*후쿠오카타워: 후쿠오카 워터프론트 지구 시사이드 모모치의 중심부에 있다. 1989년에 세워진 타워로 높이 234m, 약 8천여 장의 반투명 거울로 뒤덮여 있다. 타워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역시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건물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전망대는 지상 116m와 123m 두 지점에 있으며 워터 프론트지구, 하카타만 등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