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장내과 검사때문에 또다시 들른 서울대병원. 지난 금요일 신장SPECT결과는 오늘 들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오늘 결과에 따라 재수술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신장에 결석이 너무 많아 지난번에 1/3정도 밖에 제거를 못했습니다.
약물만으로도 제거가 가능할 지 테스트해보는 한 달 여의 시간이었는데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걱정입니다. 제가 별로 챙기지 않아도 아침 저녁 약은 너무나 잘 챙겨먹기에 강박성향은 잘 이용하면 이렇게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는 아침 저녁 약이 1개였기에 늘 검지손가락 1개를 들어 약먹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면 지금은 검지와 중지를 들어 V자를 만들며 2개를 먹겠다고 항상 엄마의 동의를 얻고는 먹습니다.
사실 이번에 살짝 찔리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잠들기 전 먹여야하는 약이 있었는데 이 부분 태균이에겐 낯선 것이라 태균이 강박에다 잘 연결해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아이들과 뽁짝대면서 다함께 일찍 곯아떨어지곤 해서 정작 중요하다면 중요한 것을 놓친거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번 금요일 또다른 진료를 위한 피검사와 소변검사가 있었는데 소변샘플 채집은 24시간 기록이 필요하다고 하고 분명 지난번 퇴원시에 설명을 다 들었을텐데도 숙제도 까맣게 잊고 빈 손으로 온 결과가 되었습니다. 이 샘플은 금요일 진료를 위해 목요일까지는 제출해야한다니 병원와야하는 날수가 하루 더 늘었습니다.
정신차리지 않음에 대한 댓가를 요즘 자주 치루면서 그것의 원인이 '노화'이든 '정신없이 사는 치열함'이든, 혹은 둘다 다이든, 머리 속의 서랍장과 서랍 속 내용물 기억이 시급해졌습니다. 서랍장은 분명 아직 튼튼한데 서랍장 속에 무엇을 넣어놓았었는지 최근의 내용물일수록 더욱 기억에서 멀어지니 이를 다잡기 위한 조치는 좀더 정리된 생활이 될 것입니다.
뇌란 놈은 참으로 영특하고 있는 그대로 발현이라 내 속의 뇌를 끊임없이 살펴보고 보완하며 다독여 볼 일입니다. 뇌의 빈 공간이 많을수록 그에 따른 행동들이 비어있거나 쓸데없거나 괴이한 것으로 표현되니 정신줄 놓지말라라는 심오한 깨달음을 이런 상황에서도 저를 채근하고 있습니다.
노화는 우물 속 물이 말라가는 현상이며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해서 물이 찰랑찰랑거리지는 못해도 일정부분 절반 이상은 유지시키려는 노력은 젊은 날의 노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노화 과정은 우리 아이들과 참 비슷하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차피 누구나 말라가고 비어가는 과정을 밟아야 하지만 우물 속 물의 공급처, 양과 질, 깊이에 따라 고갈에 소요되는 시간이 달라지는 것처럼, 애초에 바닥드러난 우물의 운명을 가진 우리 아이들에게 물의 원천 공급처를 찾아주기 위한 노력은 끝이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행히 좋은 수원을 찾고 물길을 잡은 경우라면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반성해보니 태균이는 제가 수원을 찾아준 것보다 스스로 알아서 최소한의 물길을 찾아낸 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풍부한 물길을 찾아줄 수도 있었는데 늘 바쁜 핑계로 최소한의 물공급 속에서 자기몫을 200%를 스스로 하고있는 태균이에게 은근 미안해집니다.
의사를 만나보니 수술 전보다 신장이 좀더 안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서 수술 전보다 약물복용이 2배 늘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이 듭니다. 심장약에 결석관련 신장약까지 늘었으니. 제 생각을 솔직히 말했더니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쿨하게 인정합니다. 지병이란게 이래서 무섭습니다. 지병관리 참으로 커지지않게 신경써야 하지만 그 관리 중에 하나가 약물복용이라, 약물로 인한 부작용들을 보완해야 한다는 철칙을 지키지 않으면 지병악화는 순식간입니다.
앞으로 30년은 더 건강해야 엄마하고 즐거운 삶을 끝까지 누릴 수 있으니 정신은 많이 돌아오지만 신체적 지병이 슬금슬금 삐져나오고 있는 이 상황을 잘 다스려야 하는 과제비중이 커졌습니다. 태균이 엄마팬답게 제가 기대하는 바를 잘 헤아리고 잘 따라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두번 더 남은 병원행, 얼른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는 제주도를 향해 가야할 것입니다.
첫댓글 태균씨도 대표님도 부디 건강하시길 빕니다.🙏🙏‼️🍒🍒
최소한의 물길을 찾아낸 효자 태균씨... 그리고 물길을 찾아낼 수 있도록 이끄는 대표님..아름다운 모자 입니다. 태균씨가 많이 회복이 되길 정말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