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를 행하는 자와 그 아들들이 이러하니 그핫의 자손 중에 헤만은
찬송하는 자라 저는 요엘의 아들이요 요엘은 사무엘의 아들이요 (대상 6:33)”
”이는 다 헤만의 아들들이니 나팔을 부는 자며 헤만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드는 왕의 선견자라
(대상 25:5).“
헤만은 다윗 왕 시대에 찬양 사역을 하던 레위인이었다.
위의 두 말씀을 보면 그의 두 가지 정체성에 대해 알 수 있는데,
하나는 ‘찬송하는 자’요, 다른 하나는 ‘선견자(선지자)’이다.
우리 부부는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에 걸쳐서 같은 교회, 또는 각각 다른 교회에서 예배 인도 사역을
했었다.
교회 사역지를 알아보려고 주로 갓피플 취업의 사역자 모집 파트를 보곤 했는데,
사역자 청빙 광고들을 보면서 늘 느끼는 것은 ‘찬양사역자’를 뽑는 교회들은 많지만
‘찬양 사역만 하는 사역자’를 원하는 교회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교회들에서 원하는 찬양사역자는 ‘찬양에만 집중하면 안 되었고’, 부교역자나 교사 역할,
즉 주일학교, 청소년부, 청년부 등을 맡거나, 성가대 지휘, 행정, 음향, 방송, 운전 등의 다른 사역도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그렇다면, 과연 찬양사역자는 교회들에서 원하는 이 모든 사역들을 해야만 하는 것이며,
또 한다고 해도 다 잘 할 수 있을까?
과거 대학생 때 다니던 교회에서 나는 대학부 찬양팀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다른 요구들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대학부 성경 공부 조장, 주중 캠퍼스 내에서의 양육 리더, 대학부 성가대 단원 등등 말이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이 다 주님을 위한 일들이고 다 영혼들을 살리는 귀한 사역들이다.
또한, 내게 이런 사역들을 감당할 만한 성경 지식과 신앙 경력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학부 찬양팀 외에 사역들에 별로 나의 시간과 열정을 쏟지 않고
다른 지체들을 돕는 차원 정도까지만 참여 했다.
나는 나의 ‘능력’을 따라 사역하지 않고 나의 ‘정체성’을 따라 사역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는 능력으로 사람의 정체성을 판단하지만, 하나님의 나라에선 부여받은 정체성에 따라서
능력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좋은 목소리를 타고 났으며 노래를 다른 사람보다 아주 잘 하는 ‘능력’을 가졌어도
하나님께서 그를 ‘찬양사역자’로 부르신 것에 대한 정체성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그는 잠시 찬양팀에서 싱어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삶을 찬양사역자로 살지는 못하게 된다.
위 말씀에서 헤만이 찬양사역자로서의 삶을 평생 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음악을 잘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찬양사역자의 정체성이 하나님 안에서 확고했기 때문이다.
헤만은 레위 지파 중 고핫(그핫) 자손에 속하며 하나님의 큰 선지자이며
다윗에게 기름을 부었던 사무엘의 손자였다.
즉,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제사 사역을 하는 레위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레위인들과는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다름 아닌 ‘최초의 전문 찬양사역자’들 중 한 명이 된 것이었다.
그는 찬양사역자로 정체성을 확인 받은 후부터는 다른 레위들과는 구별된 다른 사역, 즉 찬양하는 사역에
전념하게 되었다.
그는 희생 제물을 준비하는 대신 노래를 준비했으며,
성물들을 관리하는 대신에 나팔과 제금을 연주하는 자가 되었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찬양 사역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갈 때에 하나님께서는
그를 ‘하나님의 말씀을 왕에게 전하는 선지자’로 그의 사역의 지경을 넓히셨다.
우리는 흔히, ‘만능 사역자’가 되기 위해서 말씀, 기도, 찬양, 행정, 영어, 컴퓨터 등등 각종 기능을
따로 따로 습득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역은 학교 다닐 때 모든 과목을 다 골고루 잘해서 평균 점수를 높게 받아 우등생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
사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한 과목을 잘 하도록, 그리고 그 과목을 평생 할 수 있게 창조하셨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실 때의 기록을 보면 동물들과 식물들에게 이것 저것 다 잘 하다가 적당한 기능을
개발해서 진화를 터득하게 하신 것이 아니라, 처음 그들을 지으실 때부터 특정 기능을 잘 하도록 지으셨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물들은 생물로 번성케 하라 땅 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 하시고
(창 1:20)“
하나님께서는 물고기들과 새들에게 수영과 비행 두 과목 모두 공부시키신 뒤
제일 수영을 잘 하는 동물은 물고기로, 제일 비행을 잘 하는 동물은 새로 만드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물고기는 애초부터 물에서 헤엄을 잘 치며 살아가게,
새는 하늘을 잘 날도록 정체성을 명령하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천재(天才)', 즉 ’하늘에서 받은 재능을 가진 자‘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상 우리 모두는 이미 천재이다.
천재는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탁월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날 때부터 부여받은 정체성의 특징을 말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헤만이 살았던 당시에 과연 그가 가장 음악을 잘 하는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닐 것이다.
헤만은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나 히트곡을 낸 가수처럼 남다른 능력이나 좋은 기회를 얻어서
찬양사역자가 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부르심 때문에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정체성에 대한 확신은 없는 채로 여러 가지 잡다한 기능만 갖추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가 먼저 하나님께서 주신 정체성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정체성에 집중한다면
그 한 가지 정체성의 뿌리에서 다양한 사역의 열매들이 열리게 될 것이다.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