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따고 나서(After Apple-Picking)
로버트 프로스트(R. Frost)
두 갈래 끝이 뾰족한 나의 긴 사다리는 나무 사이에서
아직도 하늘을 향해 걸려있고,
그 옆엔 덜 채워진 통이 있다.
어떤 가지에는 따지 못한 사과가
두서너 개 남아 있으리라.
그러나 이제 사과 따기는 끝났다.
겨울 잠의 유혹이 짙게 느껴지는 밤
사과 향기; 나는 졸고 있다.
오늘 아침 물통에서 걷은 얼음 조각으로
서리 내린 초원을 비춰봤을 때
그 유리 같은 얼음 조각을 통해서 시야에 들어왔던
기이한 광경이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얼음은 녹고, 떨어져 깨어졌다.
그러나 얼음이 떨어지기 전에 나는 이미
잠이 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떤 꿈을 꿀지도
알 수 있었다.
확대된 사과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꼭지와 꽃 끝이
그리고 적갈색 반점 하나하나가 뚜렷이 보인다
나의 발바닥에 여전히 아픔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사다리 가로대의 압력까지 느껴진다.
가지가 구부러질 때 사다리가 흔들리는 것도 느껴진다.
그리고 광에서는
연달아 쏟아지는 사과 무더기의
요란스런 소리가 자꾸 들린다.
나는 사과 따기를
너무 많이 해서, 내 자신이 그토록 바랬던
큰 수확에 그만 지쳐 버렸다.
천만개의 열매를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고 따서, 떨어지지 않도록 살며시 내려놨다.
땅에 떨어진 사과는
멍이 안 들었건 그루터기에 찔렸건 상관없이
모조리 전부
사과주용 사과 더미로 보내져
쓸모 없어지니까.
내 잠이 어떤 잠이든지 간에
왜 잠을 설치게 될지 뻔히 알 수 있다.
만일 땅다람쥐가 아직도 있다면
그 놈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말하는 쏟아지는 이 잠이
그 놈의 잠과 같은 오랜 잠인지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자는 그런 잠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