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의 <천재가 나올 수 없는 나라> 칼럼에 대한 성찰 – 한국인 중에 찾아보기 힘든 창의적 천재가 유대인 중에는 왜 수도 없이 많을까? 그 비결은 바로 ‘티쿤 올람’과 ‘하브루타’!
천재가 나올 수 없는 나라(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 원문과 댓글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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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준구 교수님의 '천재가 나올 수 없는 나라'라는 칼럼이 세간에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통찰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기 때문일 겁니다. 칼럼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창의적 천재를 키워내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지 유대인과 한국인의 교육방법을 비교하며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유대인들은 출애굽 이후 수 천 년 동안 광활한 대지를 쫓겨 떠돌아다니게 된 그들의 비극적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의 약 30%(2013년에는 노벨상 수상자 12명 중 6명이 유대인), 하버드 재학생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부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세계 0.25%의 인구, 평균지능 세계 45위 정도로 알려진 그들이 어떻게 세계적 리더를 수없이 배출하고, 세계적인 부호와 미국의 파워 피플 순위에서 상위권을 휩쓸며, 세계 100대 기업의 창업주를 가장 많이 배출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유대인의 탁월한 성과는 갈수록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유대인과 한국인의 글로벌 파워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인구는 유대인이 약 1,500만명, 한국인이 5,000만명 정도로 우리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노벨상 수상자는 유대인이 200명 이상, 한국인은 1명에 불과하고, 세계 500대 기업의 경영진 중에 유대인은 42%, 한국인은 0.3%를 차지하며,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의 창업자도 유대인은 약 30%, 한국인은 4%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런 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 즉 교육방법의 차이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입식 암기식'으로 상징되는 한국인의 교육과 '질문중심 하브루타 독서토론'으로 상징되는 유대인의 교육을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확연히 드러납니다. 한국인의 교육은 공급자(선생님) 중심, 조용한 교실에서 혼자 공부하기, 지식습득과 성적위주, 대답하기 위한 '저요, 저요',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최고와 1등 추구 등이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유대인의 교육은 수요자(학생) 중심, 시끄러운 교실에서 짝지어 공부하기, 지혜로움과 생활실천 중심, 질문하기 위한 '저요, 저요', '선생님에게 무슨 질문을 했니?', 유니크(독창성) 추구 등이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이런 교육방법의 차이는 개인적, 사회적 정신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한국인들은 남보다 뛰어난 아이가 되길 바라는 부모 밑에서 자라며, 성공과 부의 축적을 위한 개인의 출세를 우선시 하므로 정체성과 가치관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대인들은 남과 다른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 밑에서 자라며,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공동체의 행복을 우선시 하므로 정체성과 가치관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대인’이라고 하면 노벨상을 가장 많이 수상한 민족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래서 한국인도 공로상에 해당되는 평화상 수상에서 벗어나 수 십 년 이내에라도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경제학' 등 전문 분야의 노벨상을 수상하기 위해 창의적 천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유대인들은 노벨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티쿤 올람’ 정신과 ‘하브루타 독서토론’ 문화가 노벨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을 뿐입니다.
‘티쿤 올람(Tikun Olam)’이란 세상을 개선시켜 완성해야 할 대상이라고 보는 유대인의 사상을 의미합니다. 유대인들은 신이 만든 세상은 아직 완전하지 않으니 하나님의 동반자인 인간이 개선시키고 완전하게 만들어 가며 질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신의 창조행위를 돕는 것이 신이 부여한 인간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많은 재산을 소유했다면 타인의 소유가 한 사람에게 집중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질서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개선시키고 질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선을 통해 원래의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선을 뜻하는 쩨다카(Tzedakah)가 자선의 의미보다 ‘당연히 해야 할 행위, 정의, 올바름, 공정함’을 뜻하는 단어라는 것을 보면 잘못된 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티쿤 올람 사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은 불완전하게 태어나 질병에 의해 고통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학 산업을 발달시킨 것도 티쿤 올람 사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창조주 하나님의 동반자로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인간을 돕기 위해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인슐린, 소아마비 백신 등을 발견해냈고 많은 생명을 질병으로부터 구해냈습니다.
유대인들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이유 역시 세상을 개선시키고자 노력한 유대인들의 티쿤 올람 사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재능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함이며 인간은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선봉에 유대인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상은 현대판 메시아사상입니다. 현대판 메시아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 마술을 행하는 마법사 같은 존재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협력하고 도우며 미완성 상태인 세상을 개선해서 이상세계로 만드는 집단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는 사상입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크 주커버그(유대인)는 정보의 완전한 공개와 공유로 모든 인간이 연결되어 정보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습니다. 그 연결을 통해 인간은 좀 더 자유롭고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래서 주커버그는 접속이 안 되는 오지까지 인터넷 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인공위성과 드론을 이용해 모든 세상을 연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유대인)도 실시간 정보 검색과 공유를 위해 모든 사람의 주머니 속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를 갖고 다니게 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고 다양한 정보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연구한 것입니다. 그들의 꿈은 티쿤 올람 사상을 실현시킨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유대인의 티쿤 올람 사상과 같은 사상이 있습니다. 바로 단군 왕검이 고조선 건국이념으로 세운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입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에도 티쿤 올람과 같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려는 위대한 사상이 있는 겁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방법론으로는 재세이화(在世理化)를 들 수 있습니다. 재세이화란 ‘세상에 있으면서 다스려 교화시킨다’는 뜻입니다. 티쿤 올람 사상의 현대판 메시아와 같은 의미로 현재 인간 세상에서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하고 도리를 실천할 것인가 하는 의미입니다. 그들과 다른 점은 우리는 그렇게 귀한 사상을 잊어버렸다는 점입니다.
하브루타(havruta)란 이스라엘의 인사말인 ‘샬롬 하베르(안녕 친구)’에서 유래된 말로써, 공부를 할 때 짝(파트너)을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즉,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유대인들의 공부법을 의미합니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얘기하면서 공부하는 방법, 즉 '말하는 공부법', ‘짝토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브루타는 탈무드의 내용을 심오하게 이해하기 위한 교육방법으로써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우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효과가 있으며, 인성과 창의성을 개발시켜주는 토론 학습법이기도 합니다. 하브루타는 결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유대인은 오랜 세월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핍박을 받아왔는데 재물과는 달리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었기에 배움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또한 유대인에게 배움이란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찬미하는 일로 여겨집니다. 배움을 신앙 자체로 여기는 유대인들에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배움은 생활 그 자체인 것입니다. 배우는 방법에서 짝과 함께 배우는 하브루타는 떠돌이 생활 속에서 따로 가르침을 받을 선생님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서로 가르치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입니다. 결핍에서 시작된 하브루타가 학습효율성 면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강의식 수업보다 18배의 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유대인의 경전 토라(Torah)는 히브리어로 ‘율법’을 뜻하는 말로써 구약성서의 창세기와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등 다섯 편을 의미하며, 보통 '모세 오경'이라고도 부릅니다. 토라에는 글로 쓰여진 토라(성문 토라, Written Torah)와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토라(구전 토라, Oral Torah)가 있습니다.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Talmud)는 히브리어로 ‘연구, 교훈, 교의’라는 뜻을 가진 토라의 주석서로써 토라와 관련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한 '토라의 참고서'같은 책입니다. 히브리어 탈무드는 20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쇼텐스타인 바빌로니언 탈무드 영어 번역본은 73권(63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탈무드는 미쉬나의 구조를 그대로 따라 6부, 63제, 525장, 4,187절로 되어 있습니다. 2,500편의 텍스트로 구성된 탈무드는 12,000 페이지에 250 만개의 단어가 실려 있으며, 무게가 75Kg이나 나갈 정도로 엄청난 분량의 책입니다.
토라는 '가르침', 탈무드는 '배움'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상호 보완 관계이며, 토라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는 탈무드를 펼쳐 보면 됩니다. 탈무드는 토라에 담겨있는 절대적인 진리를 어떻게 삶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친절한 안내를 해줍니다. 모세 오경을 '성문 토라', 탈무드를 '구전 토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토라는 신의 권위와 진리, 절대성, 삶의 원리, 전 인류가 공유하는 일반성 등의 특징이 있으며, 탈무드는 인간의 겸손, 질문과 토론, 상대성, 삶의 지혜, 유대인만 공유하는 특수성 등의 특징이 있습니다.
유대인은 하나님을 닮고, 그 분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 삶의 목표이자 사명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경전인 토라와 탈무드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습니다. 유대인들은 2,500편의 텍스트로 구성된 탈무드를 매일 한 편씩 읽고 토론하는데, 백과사전 같은 탈무드로 하브루타 독서토론을 하는데 7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유대인에게 탈무드(Talmud)가 있다면 한국인에게는 토탈무드(Totalmud)가 있습니다. 토탈무드(Totalmud)'란 'Total(전체/완전한)‘과 ’Talmud(연구/배움)‘의 합성어로써 문학과 비문학을 아우르는 ’인생 공부를 위한 완전한 텍스트‘란 의미입니다. 토탈무드는 350편(권당 16편X22권)의 인문고전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주에 한 편씩 읽고 토론을 하면 7년(50주) 정도가 걸립니다. 2020년 10월 현재 <10분 책읽기>라는 이름으로 11권까지 시리즈로 출간된 토탈무드(Totalmud)는 2022년 말까지 22권이 완간될 예정입니다.
유대인이 티쿤 올람 정신과 탈무드 하브루타 문화로 창의적 천재로 상징되는 노벨상 수상자 최다 배출 민족이 되었듯이, 한국인도 홍익인간 정신과 인문고전 독서토론 문화로 BTS, 봉준호, 김연아, 손흥민 등 예체능 분야의 창의적 천재를 배출해낸 것을 넘어 물리학과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경제학 등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빛낼 인재를 많이 길러내길 바랍니다.
<하브루타 일상수업/성안북스>, <유대인에게 배우는 부모수업/성안북스>, <독서토론을 위한 10분 책읽기/경향미디어>, <하브루타를 위한 10분 책읽기/마이웹>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