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정을 유지하는 기술
'가출한 마음' 달래 데리고 오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와 적을 때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바로 마음이 복잡할 때와 단순할 때로 구분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머리에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고 산만해지거나 복잡해진다. 이에 따라 감정도 롤러코스터를 타기 쉽다.
신체 감각도 호흡이 얕고 급해지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몸에 열이 나거나 반대로 한기를 느낀다.
스트레스가 적을 때는 어떤가. 머릿속이 단순해지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감정도 고요히 머물며, 신체감각이나 몸 상태도 편안해진다.
이런 상태를 평정(平靜)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peace, calm이다. 사실 이런 평정 상태가 행복이요, 성숙이다. 고대부터 모든 마음의 수련법은 이런 평정상태를 지향한다.
평정상태에 도달하고 유지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마음을 ‘지금 여기(now & here)'에 머무르게 만들면 된다. 마음이 지금 여기에 머물면 마음은 고요해지고 몸은 편안해지며 서서히 기쁨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 간단한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마음은 끊임없이 ‘지금 여기’를 벗어나 방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마음을 ‘지금 여기’에 머무르게 하는 게 어려웠다. 그러나 명상과 마음챙김을 해오면서 지금은 많이 마음의 근력이 늘어났다.
마음이 방황하려고 들면 잠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다. 들숨과 날숨... 그렇게 주의력을 호흡에 집중하면 마음은 ‘지금 여기’에 머물게 된다.
물론 마음은 끊임없이 ‘가출’하려고 한다. 마음이 가출했을 경우 그걸 알아차린 다음엔 가출한 마음을 불러 다시 ‘지금 여기’로 데려온다.
이런 반복을 통해 마음이 ‘지금 여기’에 머물게 되면 평정한 상태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호흡에 집중한 주의력을 내려놓고, 그저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불쾌한 생각이 떠오르면 따라가지 않고 그저 바라본다.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예전에는 불쾌한 생각이 떠오르면 참견하고 말리고 다투고 씨름하곤 했다. 그러다보면 결국 생각에 끌려다니게 되며, 마음은 복잡해졌다.
그러나 마음챙김을 배운 후에는 그저 바라보는 기술을 익혔다. 그저 관객처럼 바라만 볼 뿐이다. 즐거운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그러면 생각은 얼마 후 슬며시 사라지고 또다른 생각이 나타난다.
어렸을 적 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운동회를 떠올려보라. 당신이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운동회를 바라본다면 온갖 군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달리는 어린이, 던지는 어린이, 우는 아이, 웃는 아이, 먹는 어린이, 노는 어린이, 어머니와 손잡고 걸어가는 어린이, 어머니로부터 꾸지람 듣는 어린이....
그 모든 풍경을 그저 제3자 관객의 입장에 서면 마음이 흔들릴 지 않고 담담하게 (남의 일 보듯)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운동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 그중 한 어린이가 된다면 그때부터 당신의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나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바라만 볼 수 있는 능력, 마음을 ‘지금 여기’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면 당신은 예전보다 훨씬 침착하며, 스마트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편안함, 기쁨, 자존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선(禪) 스승인 스즈키 순류는 마음챙김을 이렇게 표현했다.
집 앞뒷문을 열어놓으세요.
그리고 생각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하세요.
단 생각에 차 대접은 하지 마세요.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