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남창동 최동호 詩 창작 교실 개강식 참가기.hwp
시인들이 그렇게 우러러 보일 수 없었다
수원 남창동 최동호 詩 창작 교실 개강식 참가기
'대한민국 수원에도 이렇게 앞서가는 동(洞)민들이 있구나! 주민들이 시 창작 교실을 주선하여 만들다니? 또 그런 제의를 흔쾌히 수락한 최동호 시인은 더 멋지다'
금요일 비오는 저녁 '수원 남창동 최동호 詩 창작 교실'에 참가하였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보고 전문가로부터 시 창작 강의를 듣고 제대로 된 시를 써보고자 화성행궁 사랑채를 찾았다. 국어교사 출신으로 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지만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시 창작에 대한 '확실한 그 무엇'을 배우려는 마음에서였다.
남창동 마을 주민부터 예비시인 60여 명 모였다. 한 편으로는 따분한 이론 강의도 있겠구나 하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개강식에 플롯 이중주 연주도 있고 남창초교 5학년과 6학년 학생의 자작시 낭송도 있다. 최동호 시 '나무의 기다림은 지상에 서 있다'를 초교생이 낭독한다.
그 뿐 아니다. 시극도 있다. 시극이란 시와 연극이 합쳐진 것이다. 최동호 시 '공놀이하는 달마'를 낭송하고 연극인이 그것을 1인극으로 보여준다. 일종의 퍼포먼스인데 풍선으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새로운 장르를 보았다. '아, 시를 저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새로운 느낌이다.
총 12강까지 진행되는데 강사진이 화려하다. 최동호, 맹문재, 박덕규, 권혁웅, 권성훈, 방민호, 김구슬, 신덕용 시인을 비롯해 정수자 시조시인, 오형엽, 이 찬 문학평론가도 강의를 맡았다. 그들은 시민을 위한 재능 봉사에 기꺼이 나선 것이다. 아마도 최 교수의 높은 뜻을 이해하고 문학적으로 가까이 지내는 분들이리라.
최 교수는 말한다. 50여년 문학의 길을 걸어오다가 정년 퇴직을 앞두고 '수원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위해 고민했다고.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수원에 대한 인문학 기여라고. 수원이 21세기 인문 문화도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200여 년 전 정조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한다고. 수원이 문학과 시 향기가 가득한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최 교수의 바람대로 석 달 후 시 창작교실 1기생들이 좋은 작품으로 등단을 할 것인가? 나아가 신춘문예에도 도전할 것인가? 첫 강의를 들으니 희망이 보인다. 최 교수는 엄격한 수료 기준과 달콤한 열매도 제시한다. 2회 이상 결석하면 결격사유가 되고 좋은 작품은 서정시학 본심 통과 작품으로 인정하겠다고 한다.
수강생에게 부탁사항과 함께 용기도 준다.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한다. 12회 강의 동안 열심히 집중해야 한다. 시작은 부족하지만 꾸준히 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꽃을 보고 아름답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 최 교수는 시론 강의 뿐 아니라 자칭 시를 쓰게 하는 교수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시인과 평론가를 배출했다고 한다.
서정시와 서사시 질문에도 답한다. 한국인은 서정적, 격정적이고 위기상황에 대처를 잘 하고 도깨비적 상상력이 있어 서사시보다는 서정시에 맞는다고. 그리고 현대는 서정시의 시대라고 한다. 스마트폰 한 면에 시가 나와야 한다고. 시는 짧고 간결하고 깊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습작시는 매주 가져와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한다. 그래야 실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시는 자기 마음속에 녹아 있는 것을 끌어내는 것인데 쉽고 단순하고 평이하게 표현하되 진솔한 감정을 아름답게 다듬어야 한다고 알려 준다. 시를 어렵고 장황하게 쓰면 안 된다고 가르쳐 준다.
시의 음악적 요소 질문에는 "시와 노래는 함께 출발했다. 한 때 시와 노래가 분리되었으나 다시 통합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시는 랩으로 부를 수 있어야한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시는 스마트폰 속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 "시와 음악이 하나가 되면 독자들은 더 크게 공감한다" "이제 음유시인의 시대가 와야 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최동호 시인과 함께 한 첫 강의, 성공적이다. 최 시인의 군더더기 없는 강의와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인상적이다. 교재 한 권도 받았다. 최동호 편저 '현대시 창작법'이다. 강사들의 강의 열정 못지않게 수강생들의 열의가 좋은 열매를 맺으리라 본다. 필자도 지금 과제로 제출할 습작시를 구상 중이다.
시민들의 시(詩) 창작 의욕 대단하다
지난 2월 1일,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바로 화성행궁 수원시문화재단에서 있었던 '수원 남창동 최동호 시 창작교실' 수료식. 이 자리에서는 시민 25명이 사단법인 시사랑협의회(회장 최동호)로부터 영광스런 수료증을 받았다. 이 수료증 아무나 받는 것 아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무려 세 달간(2012.11.16∼2013.2.1) 꼬박 창작교실에 출석해야 한다.
모인 사람들 나이를 보니 다양하다. 20대에서 70대까지 배움에는 나이의 구별이 없다. 50대인 필자보다 연세가 더 위인 분들도 많다. 이 분들 계속 출석할까? 최동호 교수는 결석 2회까지 허용되지만 그 이상은 아니 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오늘 수료식, 배움에 대한 열의가 유종의 미를 거두게 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시 창작 세계에 빠져야 한다. 습작시를 가져와 평가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의미가 깊었던 것은 강사로 나온 유명한 시인, 평론가, 시조시인 등이 그들이 실제 시 창작 체험을 바탕으로 시 창작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시의 세계에 다가가는 다양한 길을 안내해 주었다.
수강생들이 가져온 습작시가 아무리 많아도 강사들은 선험자 고수답게 시를 평가해 좋은 점과 고칠 점을 여유 있게 지적해 준다. 초보자에게 이보다 더 고마울 순 없다. 자신의 실력을 금방 평가 받는다. 어느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콕콕 짚어준다. 한 편의 완성된 시가 탄생하기까지 어려움을 직접 겪어본다.
전문 시인의 경지까지 오른 분도 수십 번 시를 고쳐가며 다듬는다고 한다. 아마추어일 경우, 몇 백 번을 고치고 고친다. 고치면 고칠수록 시의 의미와 맛이 달라짐을 느낀다. 그러면서 시의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다. 그러나 곧 한계에 도달하고 만다. 그래서 시 지도에 있어 스승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필자는 생활 속에서 시의 소재를 구해 보았다. 그래서 시도해 본 것이 병따개, 주말부부, 교장실, 싸리 채반 등. 그러나 작품을 완성하기가 어렵다. 시간은 몇 시간씩 흘러가는데 단 몇 줄을 이어가지 못한다. 시인들이 위대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를 형상화하고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 내는 힘은 수 년간의 수련과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로 하는 것이리라.
시 창작교실을 마치고 나서 달라진 점 하나. 수도권 전철 오류동 철교를 지날 때면 38년 전 대학 통학 때의 전동차 안에서 들었던 남녀 대학생의 대화가 생생히 떠오른다. 수원의 교동 고물상앞을 지날 때면 유년시절 빈병을 나르던 내 모습이 오버랩 된다. 생활 속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모습, 문득 떠오른 생각을 시로 연결시키려 한다.
수료식 기념강연에서 최동호 교수는 '남창동과 잃어버린 중학생 모자'를 이야기 한다. 자신의 중학생 시절 이야기다. 그러면서 문학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료식에서는 습작시에 대한 시상도 있었다. 장원 두 명, 차상 한 명, 차하 두 명이 선정되었다. 장원 작품에는 등단자인 김선양의 '여독을 풀어줘', 미등단자인 최정희의 '주름의 질감'이 뽑혔다. 장원으로 뽑히면 서정시학 예선 통과와 같다고 한다. 이렇게 5회 통과되면 등단하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모임을 만들어 주신 수원 출신 최동호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또 강사로 나와 시 창작법을 가르쳐주신 맹문재, 박덕규, 권혁웅, 오형업, 정수자, 이찬, 권성훈, 방민호, 김구슬, 신덕용 님께 고마운 말씀을 전한다. 시 창작교실을 주최한 남창동 주민들도 고맙다. 시인들이 그렇게 우러러 보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