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
저: 최성봉
출: 문학동네
독: 2015년 6월 18일
다섯살 때 고아원에서 도망 나와 10년을 대전의 유흥가에서 껌팔이를 하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나이트 클럽 계단에서 잠. 거리의 길고양이와 떠돌이 강아지가 친구. 주변 어른은 조폭, 양아치, 노점상인, 말보다 욕을 먼저 배웠고 밤에 활동, 포장마차 아줌마가 지어준 이름 지성이로 살다. 조폭에게 쫓기며 야학에서 기초수급자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열 네 살, 최성봉,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한글을 눈으로 깨치며 성악에 매료돼 성악 레슨 광고를 냈던 박정소 선생을 만나 레슨을 받고 신문팔이, 공사장 잡부로 밥벌이하다. 검정고시로 중 과정 마치고 대전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가 밤샘 아르바이트를 해 레슨비를 벌다. <코리아 갓 탤런트>에 출연해 세계 언론에 주목받고 강연과 공연 활동을 함. 최근 헐리우드에서 인생 스토리 영화화 준비 중
․ 돈에 대한 개념이 생긴 뒤 나는 접이식 칼 잭 나이프를 넣고 다녔다. 칼을 가지가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다. 칼은 고아원에서 탈출하려고 숨어 있었던 고무대야만큼이나 나를 안심시켰다. 어떨 때는 내가 칼을 품고 있는 게 아니라 칼이 나를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아줌마가 이름을 지어 불러주었을 때 나는 수많은 껌팔이 중 하나가 아니었다. 지성이라는 한 아이였다.
․ 교통사고가 나도 엄마, 아빠가 없다고 하면 그냥 두고 가버렸다.
․ 만난 적도 없는 하나님 앞에서 나는 착해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예종이 형 앞에서는 착해지고 싶었다.
․ 큐시트가 나왔다. 무대에 올라갔을 때 심사위원이 내개 물어볼 말이 적혀 있었다. 내가 뭘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거 안 하면 안 돼요?”
“괜찮아. 하는 게 좋겠어. 말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d;런 얘기 정말 하고 싶지 않은데...... .”
“얘기 안 하면 너 떨어질지도 몰라서 그래. 그냥 있는 그대로만 말하면 돼.”
심사위원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 외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객석에 앉아 있는 방청객과 심사위원들이 내 노래를 들으며 하나둘 눈물을 보이는 것이다.‘나를 동정해서 그러는 걸까? 혹시 연기일까?’
“잘했냐?‘ 예선을 끝내고 돌아오자 박정소 선생님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냥 노래하니까 거기 있는 사람들이 울었어요.”
“엉? 네가 노래하는데 사람들이 왜 울어?”
나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지역 예선을 만장일치로 통과해서 다음 부를 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울어서 칙칙한 분위기였으니까 편집될 거라고 생각했다.
․ 어떤 고아원 퇴소식에 초대받았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고아원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 막 사회에 나가려는 참이었다. 그곳에 가자 대환영이었다.
버려진 아이들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을 때 내가 느꼈던 외로움과 고민이 이 친구들에게도 고스란히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과 손을 잡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통하는 게 있었다. 그동안 말라버렸던 눈물이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던 이 친구들의 눈을 보자 흘러나왔다.
․ 한 방송국 캠페인 녹음을 의뢰 받았다.
“안녕하세요? 케이블 티브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성악으로 준우승한 최성봉이라고 합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얘기는 속담에만 있는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한순간에 성악에 매료되었어요. 짧은 순간의 감동, 그것을 기억하는 게 꿈이 아닐까요. 1등만 기억하는 사회, 알고 보니 2등이 더 좋은 게 많았어요. 일단 부담이 적어서 맘이 편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 더 열심히 해보자는 용기가 불끈불끈. 1등은 이런 느낌 모를걸요?”
․ 기술적인 건 못 배워서 화려한 테크닉은 없지만 타고난 목소리에 자신의 한을 녹일 줄 아는 게 성봉이의 강점이에요. 만약 성봉이가 길거리에서 죽었으면 이 귀한 생명이 사라져도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성봉이를 통해 사회에 경종을 울릴만한 사안이에요. 그렇게 쉽게 헤어지고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생명이 얼마나 귀하고 존엄한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 자기 인생을 책임지려는 에너지가 아주 강한 친구에요.
․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결핍을 돕는 게 자원봉사이고 기부입니다.
․ 힘없는 아이에게 사회는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인간의 이기심은 또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배우 차인표
․ 최성봉씨가 <넬라 판타지아>를 부를 때 눈물을 제어할 수 없었다. 어떤 보호도 사랑도 못 받은 환경에서 삶을 살아내주고 노래라는 생명줄을 잡고 걸어온 한 아이가 너무 장하고 고마워서.-현경(뉴욕 신학대학원 교수)
․ 처음 만난 최성봉은 눈을 마주치기도 어려워하는, 세상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청년이었다. 취재하면서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굴곡 있는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었는지 놀라웠다. 그런 긍정의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우리의 삶에 건강한 희망을 주지 않나 싶다. 우리 모두가 가진 축복의 의미를 일깨워준 그에게 오히려 감사하며, 그의 앞날에 그동안 겪은 어려움의 보상으로 많은 사랑이 있기를 기원하고 응원한다.-조주희 ABC News 서울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