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님의 황홀경이 토함산에서 빛났다면, 임정수군의 기타는 이 곡에서 날아다녔습니다.
송창식님이 역시 모든 사람을 선한 웃음을 짓게 하는,
'어러르르르 까꿍! 그 아가씨 웃었어...' 라든가,
'..공 울려서 1회전 끝났다.' 등등 애드립과 사람잡는 미소로 좌중을 휘어잡을 때,
임정수군은 거의 무아지경에서, 눈을 감고, 미소는 띠고,
피크와 손가락만이 기타의 여섯 줄과 지판 사이를 경계를 모르고 휘젓고 다님으로서
관객들의 얼을 빼어놓았습니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기도 하지만, 신명이 살아있는 연주가 맘에 들었습니다.
잉베이 맘스틴이나 레드 제플린이 별거던가요, 난 임정수군을 세계 최고로 꼽을랍니다!
그리고, 아마도 송창식님께는 죄송한 말씀이 될지 모르지만,
오래오래 임정수군을 데리고 함께 연주해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⑧ 선운사
역시 우리 테이블 석순님의 신청곡입니다.
선운사... 이 곡에는 얽힌 사연도 있지만, 공개 안할랍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혼 소유한 사람들... 이 곡, 싫어하는 분 없을 겁니다.
전에도 한번 언급했었지만, 미당의 선운사란 시보다도 더 아름다운 시어입니다.
절대 비교하고자 함은 아니지만요.
선운사 동구 / 미당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선운사 / 송창식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 곳 말이에요.
⑨ 고래사냥
역시, 마무리 휘날레곡으로 열창을 하셨습니다.(상세 설명은 록시방문기Ⅰ 참조)
님의 열창과, 임정수군의 반주와, 관중들의 열기가 신묘하게 어울리는 분위기입니다.
아... 두 분이 기타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금 시계는 10시 35분... 4분에 시작했으니 공연시간 30분을 넘기긴 했군요.
뭐라고 항의를 할 수도 없고, 안타깝습니다.
모든 분들이 넋을 잃고 감상을 했었는데...
⑩ 빼먹었습니다
지난번에 꽉 채운 10곡을 들었는데... 안타까웠습니다.
'한 곡 더 한 곡 더...' 를 외쳤지만, 위대한 가수는 앵콜을 받지 않는다는 뜻인지,
아니면 다음 스테이지 시간을 배려해서인지 너무도 매정하게 돌아서 기타를 거두어버렸습니다.
가수 분장실로 들어서시는 뒷모습을 보며, 그래도 미워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흐 속 상하는 거...
서비
서비님이 등장하셨습니다. 세곡 째를 부를 때 였나요?
커다란 키와 서글서글한 눈매가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오늘 약속이 있었지만, 우리 모임에 참가하려고 일부러 약속장소를 록시에 가까운 천호동으로 정하고,
비즈니스보다도 연신 미사리 방향을 쳐다보면서 마음을 졸이셨다는 서비님을 보면서,
아, 역시 송창식님을 좋아하는 분들은 우선 인물이 출중하고(^^), 인품이 받쳐주는 분들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예? 예에... 그럼 저는 빼겠습니다. 빼면 되잖아요!!
성현
오늘 가장 고생 많이 한 분입니다.
인자님의 작은 아들로 현재 홍익대학교 재학중이며 노래동아리에서 활약중이기도 합니다.
어머니를 모시러 10시까지 오랬더니,
커다란 차를 몰고 미사리를 동서로 왔다갔다하면서도 록시를 못 찾아서,
마악 노래가 끝나는 시각에야 정확히 맞추어서 등장했습니다.
신촌일대야 제 손바닥 보듯이 하겠지만, 하하... 강남은 좀 어렵지?
에필로그
그렇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제가 후기의 첫 머리에
'지난 9월 6일 첫 모임에서 록시를 다녀온 후
어느 정도 송창식님과 록시에 대한 신비감이 없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 커다란 무지의 소치였음을 고백합니다.
님의 세계는 접하면 접할수록 맛이 깊어지는 고전음악처럼, 아니 그 이상의 기쁨이었음을 밝힙니다.
아무리 들어도 물리지 않는.
오신 분들 정말, 감사드리고요, 담에 또 뵈어요.
우리의 마음 한 가운데 송창식님을 세우고,
항상 그의 순진무구하고(죄송) 천진난만한 웃음을 기억하면서 삽시다.
우리도 재밌게 삽시다.
다음 모임도, 잊을만하면...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내년(2003년) 송년모임은 록시를 통째로 임대해서 우리 회원들만으로 꽉! 채워보고 싶기도 하고,
안되면 2층은 일반손님을 받되, 1층만이라도 전체를 예약해서... 좋죠?
오늘 모임 주선하시느라 고생하신 총무 맑은 공기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박수... 짝짝짝 !!!
* 그간의 모임(매월 첫 금요일)과 참석자 *
1차 모임( 9/6) : 맑은공기, 오공손, 석순이, 돌돌이, 월남, 와우
2차 모임(10/4) : 맑은공기, 오공손, 와우
3차 모임(11/8) : 맑은공기, 오공손, 석순이, 인자, 스칼렛, 꽃귀녀, 서비, 성현,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