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DB하이텍이 테슬라 차량에 들어갈 고주파(RF) 칩 양산을 위한 최종 승인 단계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칩 품질 검증 과정을 거친 테슬라 관계자들은 최근 DB 하이텍의 생산라인 실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DB하이텍은 전날(11일) 주가가 8% 올랐지만, 장 마감에는 4% 상승으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DB하이텍의 지난 3년간 차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살벌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가가 매일매일 폭락했죠.
이 정도면 ㄹㅇ 누군가 뒤에서 DB하이텍을 붙잡고 수플렉스를 심심할 때마다 찍어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분명 투자지표를 보면 PER 6이고, PBR은 1도 되지 않는 저평가된 기업입니다.
그런데 과연 DB하이텍이 정말 저평가된 기업이 맞냐라는 것입니다.
자... 일단 DB하이텍의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K-디스카운트, 오너 리스크, 중국발 파운드리 굴기·TSMC의 고객독식 등....
사실 K-디스카운트에 오너리스크가 들어갑니다.
우리 김준기 전 DB 회장님은 예전에 성추행 문제로 언론에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주주환원에 별 관심이 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이번에 밸류업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게 지난해 내놓은 'DB하이텍 경영혁신 계획'과 비슷합니다.
DB하이텍 경영혁신 계획에는 배당성향을 기존 10%에서 10~20%로 확대하고, 자사주 비중을 기존 6%에서 15%로 확대해 주주환원율을 30%로 올리겠다는 동일한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또 소액주주들이 목이 빠져라 자사주 소각 좀 하자고 외쳤는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에 대해 입을 그냥 닫아버렸습니다.
지난 11월 DB하이텍은 DB하이텍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자사주 취득을 6%에서 15%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자사주 취득 항목에서 DB하이텍은 '소각 안 함(non cancellation)'이라고 표기했죠.
아주 조그맣게 'non cancellation'이라는 글자 보이시나요?
자사주는 주주돈으로 사놓고 소각을 안하다니..?
이거 뭐 주주돈으로 경영권 방어하겠다는 심보가 다 보이죠?
이를 두고 외국인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니까 뒤늦게 양승주 DB하이텍 CFO는 "표현이 미숙했다"며 "지금은 (자사주 소각을) 하겠다, 안 하겠다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렇게 주주환원이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김준기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지난해 34억원이라는 급여를 받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니 주주들이 화가 나서 DB하이텍 경영자들에게 소송을 건 것이죠.
OK... DB하이텍의 오너리스크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하룻밤을 꼬박 새워도 부족할 테니까, 가장 근본적인 사업 문제를 들여다봅시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꽉 잡고 있습니다.
세계 2위인 삼성전자마저도 점유율이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미국과 중국이 각종 보조금과 세제혜택으로 자국 기업을 대놓고 도와주면서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반도체 지원 법안을 만들어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현재 탄핵 정국으로 인해 물거품이 된 상황입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자금적인 규모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중국은 저가 공세로 파운드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반도체 업계에선 추후 2026년이 되면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량 부문에서 한국을 제칠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DB하이텍의 기술력입니다.
팬데믹 당시만 하더라도 반도체 시장에 호황이 불면서 구식으로 취급되는 8인치 웨이퍼가 재미를 봤습니다.
이에 DB하이텍의 실적이 좋았죠.
하지만 문제는 현재 반도체 시장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도체 기업들은 이제 구식보다는 첨단인 12인치 웨이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DB하이텍은 12인치로의 전환이 늦어져 비교우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뒤늦게 뛰어든 중국마저도 고부가가치 제품 제작에 유리한 12인치 웨이퍼에 6조원을 때려 넣어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중국이 밑에서 격렬하게 치고 올라오고, 위에는 TSMC와 삼성전자가 떡 하니 버티고 있기에 애매한 중간 사이에서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굳이.... 얘를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 정도입니다.
따라서 생각해보면 DB하이텍은 저평가된 게 아니라, 어찌보면 기업가치의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물적분할한다고 난리 칠 때 그냥 팔았어야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