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는 투박하고 남성적이다’라는 편견은 사람들의 무의식중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는 SUV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아름다운 SUV가 무엇인지를 소비자들에게 과시하고자 한다. 틀에 박힌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혹적인 멋을 풍기는 벨라를 시승했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외관 디자인은 유려하고 우아하다. 상위 차종인 레인지로버가 웅장하고 터프한 남성성을 과시한다면, 벨라는 여성적인 섬세함과 감성이 투영된 듯 부드럽고 온유해 더욱 매력적이다. 또한, 모든 램프에 세심한 LED 기술을 적용해 밝은 시인성과 더불어 최신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다.
헤드램프 좌우 끝단에서 시작된 곧은 선은 측면을 따라 이어지며 테일램프 시작점과 만나는데, 그로 인해 한층 더 고급스럽고 달리지 않을 때도 역동적인 속도감이 느껴진다. 측면은 선과 면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입체적이면서 볼륨감 있게 완성됐다. 루프라인은 후면으로 갈수록 낮아지게 설계된 덕분에 날렵함과 스포티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전면과 측면을 지나 후면부로 가면 테일램프를 기준으로 그 아래 하단부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어 소형 SUV를 보는 것 같은 시각적인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테일램프 디자인은 세로 높이가 극단적으로 짧고, 좌우로는 길게 뻗은 모습으로 완성되어 세련되긴 하지만 눈에 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백미는 외관보다 실내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장치 부분. 물리적인 버튼은 온도조절 다이얼 두 개만 남겨놨고, 위아래로 대형 LCD 패널을 적용해 차량 상태 및 공조장치를 조작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터치방식의 시스템은 종종 오작동을 일으켜 운전에 방해가 될 수 있는데, 벨라의 경우 큼직하면서도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편의성과 시각적인 만족감 모두를 충족시킨다.
1열의 착석감은 상당히 아늑하고, 전방시야는 개방감이 뛰어나 운전하기 편하다. 2열은 공간 자체가 여유로운 편은 아니지만 앉았을 때 자세는 상당히 안락하다. 가죽 등 실내 소재의 전반적인 품질이 상당히 고급스러운 것은 만족스럽지만 트렁크 공간은 차체 크기 대비 만족스럽지 못하다.
레인지로버 벨라 D240 모델에 장착된 2.0리터 4기통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발휘한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잘 차단되지만 정차 시 차체 진동은 적지 않다.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은 다양한 주행상황에서 운전자에게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과 편안한 주행질감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경쾌함은 다소 떨어진다.
가속 성능은 무난한 편으로 꾸준하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직진에서의 고속주행 능력은 상당히 안정적이지만 차로변경 시 좌우 롤링은 적지 않다. 전체적인 주행감각은 컴포트하게 세팅되어 있어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다. 브레이크 역시 성능 대비 부족함 없게 조율되어 적당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실제 주행 연비는 공인연비와 큰 차이 없는 9~10km/L 사이를 기록했다.
‘벨라’라는 차명은 라틴어의 ‘Velare’에서 유래된 것으로 ‘감추다’ 또는 ‘장막’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 의미처럼 레인지로버 벨라는 장막에 감춰졌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유려한 디자인과 우아한 기품은 지금까지의 SUV들과 분명 차별화된 모습. 다만 차별화된 아름다움이 어두운 장막을 찢고나와 본색(本色)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출처 : 카이즈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