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충남 당진에서는 세계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인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열렸습니다.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4월 11일 제례의식부터 14일까지 4일 동안 진행됐는데요. 축제현장엔 7만여명이 참여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체험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영산줄다리기, 밀양 감내게 줄당기기 시연과 줄다리기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려 유네스코 무형 유산의 품격을 높이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오늘은 국수봉당제와 용왕제와 마지막날 열린 줄다리기 축제 현장을 소개하겠습니다.
기지시줄다리기 제례의식은 국가무형문화재 공개행사인데요. 재난을 예방하고 풍년을 기원하며 지역주민들의 화합을 상징하는 당제와 용왕제, 마을기원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보존회와 신암사, 대성사가 함께 진행한 전통제례의식은 유교와 불교, 무속 신앙이 합동제로 진행되는 것이 큰 특징인데요.
국수봉 당제는 제단에 유·불·선 삼도의 습합축제로 올립니다. 당제의 순서는 유교식 제의로 시작해 불교식 제의, 무당의 축원으로 이어지는데요. 유교식 제의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다음으로 이뤄진 불교식 제의는 제수는 같지만 돼지머리는 쓰지 않았는데요. 신암사와 대성사 주지스님이 제의를 거행했습니다. 스님들은 불경을 외며 부처님의 자비를 기원하는데요. 이때 신도들은 스님을 따라 자신들의 소망을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당이 나와 축원굿을 올리네요. 악사들의 흥겨운 악기연주가 시작되고 만신이 등장합니다. 만신의 흥겨운 굿판이 벌어졌는데요. 굿판은 만신이 여러번 무복을 갈아 입으며 계속 됐습니다.
만신이 다섯가지 색의 깃발을 뽑아 운세를 점치기도 하는데요. 제례행렬에 참가한 관광객과 마을 관계자들이 깃발을 뽑아 운세를 점치고 있습니다.
국수봉은 한때 지방군의 군사훈련과 봉화로 통신연락을 하던 유명한 산이었다고 하는데요. 국수봉 정상에 오르면 주위의 아름다운경관이 일목요연하게 내려다보여 하늘의 신이 강림 할만한 곳이라 기도가 잘 응답되어 많은 무속인들이 찾던 곳이라고 합니다.
줄다리기 당제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기수단으로 참가해 수고를 했는데요. 자원봉사자들이 국수봉 당제를 마치고 인증샷을 찍고 대동우물제를 지내기 위해 이동합니다. 마을기와 농기를 들고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기수단으로 참가한 조찬용 해파봉사단장은 "깃발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어깨도 아프고 온몸이 땀에 젖었지만 마을의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젓먹던 힘까지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례행렬은 기지시 차부를 지나 마을 중심가와 골목골목을 지나 흥척동 대동우물로 향했습니다.
대동우물제는 유·불·선 삼도의 습합 축제로 성대하게 이뤄졌는데요. 초헌관은 지역의 덕망가가 맡고, 아헌관은 상수도관리 책임자가 종헌관에는 줄다리기 축제위원회 부위원장단에서 맡아 진행했습니다. 도집례와 대축은 보존회 전승자 중에서 선발해 우물제를 진행했는데요.
용왕제의 제물은 당제 제물과 같으나 단지 떡(편)만은 붉은 떡이 아니라 흰떡(백설기)으로 합니다. 흥척동 광장에 있는 대동샘 옆의 용왕제단으로 가서 유교, 불교, 민속신앙으로 농사와 생활에서 물의 풍족을 빌며 용왕제가 진행됐는데요. 용왕제가 끝나고 잠시 농악연주의 흥겨운 가락과 함께 유·불·선이 함께하는 제례의 막이 내렸습니다.
축제 마지막 날은 줄제작장에서 수천 명의 참여자가 무게 40t, 길이 200m, 지름 1m의 줄을 옮기는 '줄나가기' 과정부터 참여했는데요. "하나, 둘, 의영차~"
줄다리기 보유자의 진두지휘 하에 고임목을 빼 원형의 줄머리를 서서히 땅으로 내렸습니다. 줄을 이동하기 위해 수천의 시민들과 관광객이 질서정연하게 줄이동을 위한 만반의 준비 후 수줄(수상)과 암줄(수하)이 꿈틀대기 시작합니다. 4천여명이 곁줄에 달린 젖줄을 잡고 원줄을 끌어 줄다리기 박물관으로 향했는데요.
각 마을에서 몰려든 농악단의 신명 나는 사물놀이와 펄럭이는 각 마을 농기의 모습도 장관입니다. 농악단의 풍물공연으로 길놀이가 시작되자 건장한 청년들이 비녀장을 들고 뒤를 따르고 있네요. 1km의 도로를 따라 줄다리기 박물관까지 펼쳐지는 길놀이의 거대하고 장엄한 행렬에 관람하는 관광객들도 아낌없이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축제에는 주한대사,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일본, 몽골, 중국, 주한미군 등 많은 외빈들이 줄을 옮겨 눈길을 끌었는데요.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 거듭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40톤의 줄을 옮기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은데요. 지칠즈음이면 수상 수하 두목들이 각기 영기와 신호기를 높이들어 의여차~의여차~ 의영차를 외치며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독려합니다. 수줄이 앞장서고 암줄은 뒤에서 의연하고 흥겹게 행진을 하고 있는데요. 줄이 움직일때마다 바람과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 마치 용(龍)이 승천하기 위하여 용트림을 하는 것과 흡사한 장엄한 광경도 연출됩니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조선 선조 때 해일이 일어나 전염병 등 재난이 끊이지 않았는데 한 현자가 “윤년마다 줄을 만들어 당기고 제를 지내면 편안할 것”이라고 해 시작됐다고 전해지고 있는데요. 옥녀가 베를 짜는 지형이라서 줄을 만들었다는 설화, 지네 지형이어서 지네 닮은 줄을 만들어 당기면 땅 기운을 누를 수 있다는 설화, 낙방한 선비가 잠을 자는데 꿈속에 구렁이와 지네가 싸우다 죽은 뒤 선녀가 나타나 ‘줄을 당기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는 설화 등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지시(機池市) 지명도 능선 아래 좋은 샘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는 조선시대부터 500년을 이어오고 있는데요.기지시 마을에서 인근 사람들까지 모여 제사를 지내고 줄을 당기며 재난 극복과 나라의 평안과 안녕, 풍년을 기원해 오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한마음으로 줄을 힘겹게 옮기는 표정은 밝기만 한데요. 아무래도 오랜 전통의 민속놀이를 체험하며 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자부심 때문일 듯 합니다. 오후 2시경에 이동한 줄은 드디어 두 시간여 만에 줄다리기 경기장인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에 도착했는데요.
운동장엔 기지시줄다리기 마스코트인 줄동이와 말동이가 시민들과 인증샷을 찍으며 줄다리기의 추억을 더합니다.
수상(수줄)이 먼저 도착해서 줄 머리를 돌려 수하(암줄)을 기다리고 수하줄이 도착했는데요. 잠시 숨을 가다듬은 후 암줄과 수줄에 비녀장을 꽂아 두 줄을 연결합니다.
농악대의 응원 가락이 소란하고 참여마을 농기들이 펄럭이며 운동장은 축제의 열기로 가득한데요. “의여차” 큰 줄 장군이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자 “의여차” 젖줄을 잡은 시민들이 따라 외치며 몸을 뒤로 젖힙니다.
3판2승제인 기지시줄다리기는 수줄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하고, 암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참석자들은 한 해의 풍요와 가족 건강,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며 줄을 당겼습니다. 올해는 수줄이 이겼는데요. 해파봉사단 조찬용 단장은 “당제부터 줄 옮기기까지 참여했다. 오늘 우리 수하팀이 졌지만 수상팀이 이겼으니 나라가 평안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성환 당진시장은 “올해 축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앞두고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등 공동등재된 아시아권 나라가 참여해 의미가 컸다”며 “주한 외교사절, 주한미군과 일본 센다이시, 몽골, 타이완 외빈들도 방문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지시줄다리기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