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초는 가곡 제목이다. 동심초는 꽃이나 식물 이름이 아니다.
동심초는 바로 연서(戀書), 곧 러브레터를 의미한다.
'풀 초(草)'가 들어간 것은 종이는 풀로 만들기 때문이다.
러브레터 접는 방식도 바로 돗자리 짜는 풀의 매듭방식에서 출발한다.
이 가곡은 당나라 때 지금의 쓰촨성 성도에 살던 여류시인 설도(薛濤)가
지은 5언 절구 ‘춘망사(春望詞)’ 중 제3수이다.
가사는 김소월의 스승
안서 김억(金億)이 번역하고 김성태가 작곡한 노래다.
▶봄날의 소망(春望詞) - 설도(薛濤)
其一
화개부동상(花開不同賞), 꽃이 피어도 같이 즐길 이 없고
花落不同悲(화락부동비).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할 이 없네.
欲問相思處(욕문상사처), 묻고 싶어라. 그리운 님 계신 곳
花開花落時(화개화락시). 꽃 피고 꽃 지는 시절에.
其二
람초결동심(攬草結同心) 풀 뜯어 동심결로 매듭을 지어
장이유지음(將以遺知音) 그대에게 보내려 마음먹는데
춘수정단절(春愁正斷絶) 그리워 타는 마음 잦아질 즈음
춘조부애음(春鳥復哀吟) 봄새가 다시 와 애타게 우네.
其三
풍화일장로(風花日將老)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고
가기유묘묘(佳期猶渺渺) 꽃다운 기약은 아득만 한데
불결동심인(不結同心人) 한마음 그대와 맺지 못하고
공결동심초(空結同心草) 공연히 동심초만 맺고 있다네.
其四
나감화만지(那堪花滿枝) 어쩌나 가지 가득 피어난 저 꽃
번작양상사(翻作兩相思) 날리어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을
옥저수조경(玉箸垂朝鏡) 거울 속 옥 같은 두 줄기 눈물
춘풍지부지(春風知不知) 바람아 봄바람아 너는 아느냐.
[주석]
▶欲問, 묻고자 하다, 알고 싶다.
▶相思, 그리워하다. 그리운 님, 相思處는 그리운 님이 계신 곳.
▶攬, 잡아매다, 손에 쥐다.
▶將以, 장차 그로써.
▶遺, 주다, 보내다.
▶春愁, 봄의 근심, 이성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佳期, 좋은 기약, 만날 날.
▶結同心人, 마음을 함께한 님과 맺어지다.
▶堪, 할 만하다. 견디다, 감당하다.
▶玉箸, 옥으로 만든 젓가락처럼 흘러내리는 눈물, 눈물.
▶ 동심초 가곡 이야기
이 시를 지은 설도(768-832)는 자가 홍도(洪度)로 본래 지금의 시안(西安)에 해당하는 장안(長安) 사람이다. 아버지 설운(薛鄖)은 조정의 관료로 있었는데 학식이 연박(淵博·넓고 깊음)하여 어렸을 때부터 설도에게 글을 읽히고 시문을 짓게 하였다. 설도의 미래 운명과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즉 부녀가 집 정원에 앉아 오동나무를 바라보고 있다가 아버지가 먼저 한 구 읊었다.
정저일고동 용간입운중(庭除一古桐, 聳干入雲中)
‘마당에 있는 오랜 오동나무 한 그루, 줄기가 구름 속까지 치솟았구나.
그러자 설도가 대구를 달았는데 이러하였다.
지영남북조 엽송왕래조(枝迎南北鳥, 葉送往來風).
‘가지는 남과 북에서 오는 새를 맞고, 잎은 오가는 바람을 보내는구나.
부친은 이 대구를 듣고 그 재주를 기뻐하면서도 이 시구가 딸의 ‘동서남북으로 오가는 손님들을 맞고 보내는’ 운명이 예견되는 것 같아서 걱정을 했다고 한다.
◆부친 폄적 뒤 별세…악기(樂妓)의 운명으로
얼마 후 부친이 권력자의 비위를 거슬러 쓰촨 청두로 폄적(貶謫·벼슬을 떨어뜨리고 귀양 보냄)하게 되자 온 가족이 함께 이사를 왔는데 또 몇 년 되지 않아 설도 나이 14세에 아버지가 풍토병에 걸려 죽게 된다. 16세 되던 해 모친을 봉양하고 가사를 꾸리기 위해 음률을 잘 이해하고 언사(言辭)를 지혜롭게 풀며, 시부(詩賦)에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예견된 운명처럼 설도는 결국 악기(樂妓: 노래를 부르는 고급 기생, 수청은 들지 않아도 되었다고 한다)로 적(籍)을 올리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의 뛰어난 시적 재능은 785년 사천절도사로 온 위고(韋臯)의 눈에 들어 공문을 작성하고 장서를 관장하는 교서(校書)라는 벼슬자리를 추천받게 되고 사람들로부터 많은 중시를 받게 된다. 설도는 평생 위고 이래 총 11명의 절도사로부터 불려 다니며 많은 시문을 짓게 된다. 설도는 곧 시단에 널리 이름이 나 백거이(白居易.772-846), 원진(元稹.779-831), 두목(杜牧.803-852) 등 당시 명망 있던 시인들과 많은 시적 교류를 했다. 현재도 원진 및 백거이와 주고받은 많은 창화시(唱和詩)가 남아 있다. 설도는 느낀 바 있어 나중에 돈을 내고 악기의 적에서 탈퇴하여 자유롭게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