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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오지 팀 산행 계획 중 A 코스인 '장승고개 → 하령산 → 임도 삼거리 → 한석산 → 매봉 → 피아시계곡 입구'의 13.5km 오지를 5시간 30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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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산[寒石山]
높이: 1,119.18m
위치: 강원 인제군 인제읍 고사리
한석산은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고사리에 위치한 산으로 6.25 전란 때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수많은 희생자를 낸 전적지이며 정상에는 옛 군사 도로가 있고, 내린천 31번 국도 고사리 도로변에 6.25 전적비가 있다. 산행은 피아시에서 동북쪽 큰 계곡을 중심으로 왼쪽 능선을 타고 한석산에 오른 다음, 남릉을 타고 매봉(每峰 1,066m)에 오른다.
인제읍에서 현리 방면 31번 국도를 따라 약 10km 가면 왼쪽에 현재는 폐교된 고사리 초교가 있고, 우측으로 고사리 관광농원이 있다. 여기서 2km를 더 가서 피아시마을 입구의 오른쪽 언덕 아래 피아식당 토종닭집이 있고, 더 가서 왼쪽 마을 입구에 소형차로가 보인다. 여기서 31번 국도를 버리고 소형차로를 따라 들어간다.
드문드문 민가가 있는 길을 따라 1km를 가면 마을이 끝나면서 왼쪽 계류를 건너는 갈림길이 나온다. 31번 국도에서 17분 거리다.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 임도를 벗어나 왼쪽 계류를 건너서면 바로 양 계곡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의 계곡 길로 진행하여 묵밭 같은 지역을 지나 작은 계곡 안으로 들어가면 계곡을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30분 정도를 가면 산길이 희미해지다가 없어진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능선이 가까이 보이는 북동쪽으로 치고 오르면 15분 이내에 북동쪽 능선에 닿는다. 산길이 뚜렷해지며 능선에서 좌측으로 오른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서 오면 바로 왼쪽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만나서 북쪽의 능선길로 오른다. 북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서쪽에서 오르는 큰 주 능선과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소나무가 많은 흙산으로 상당히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왔다. 큰 주 능선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휘어진 뚜렷한 능선길을 따라 1시간을 올라가면 한석산 정상에 닿게 된다. 정상에는 넓은 공터에 '한석산 점령 50주년 기념비'가 있고 통신안테나가 있다. 북쪽으로 가리봉과 주걱봉이 가까이에 보이고, 매봉이 건너다 보인다.
하산은 동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옛날 군사 도로가 나온다. 군사 도로를 따라 동쪽 방면으로 100m를 가면 능선 왼쪽으로 돌아가는 지점이 나온다. 여기서 군사 도로를 벗어나 남쪽 매봉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초입에는 확실한 능선길은 없지만, 남쪽 주 능선만 따라가면 된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면 고개가 나온다. 계속 능선을 따라 직행하면 매봉 정상에 닿게 된다.
한석산 정상에서 1시간 거리이다. 매봉 정상은 협소하며 삼거리 갈림길이다. 하산은 서쪽인 우측의 지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길은 뚜렷하나 갈림길이 많이 나타나므로 양편 갈림길은 모두 무시하고 주 능선길을 따라 진행하면 된다. 약 2시간가량을 가면 674봉을 지나 589.5봉에서 능선길은 남쪽으로 휘며 이어지다 다시 서쪽으로 이어지면 피아시마을 입구로 내려서게 된다. - 한반도의 산하
1월 11일, 2024년 두 번째 목요 오지 산행은 오랜만의 천고지 산행으로 인제 한석산에 오른다. '한석산'은, 2022년 1월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구경하다가 발견한 산으로, 놀랍게도 높이 1,119m의 천고지 산이다. 해서 초면의 산을 만나면, 그것에 관해 알기 위해 찾아보는 '한국의 산하'에서 검색해 봤으나, 산 소개가 없어, 구글링으로 소개를 찾아봤다. 그리고 아주 당연히 회비를 입금하고, 버스에 좌석을 예약하는 거로, 한석산행을 신청했다. 하지만, 한국의 산하에 소개가 없을 정도로 이름 없는 산이라 그랬는지, 성원 미달로 취소됐다. 그렇다고, 다른 산악회가 넘겨받을 거 같지도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해 탐험하는 계획을 세워 놓고, 꼭 갈 만한 산이 없을 때 가려고, 한쪽으로 미뤄뒀다.
그러다가, 2023년 11월 초, 여느 때처럼, 목요 오지 산행으로 어떤 산행이 공지됐는지, 구경하고 있다가, 2024년 1월 두 번째 목요 산행이 ‘한석산’이란 걸 발견하고, 앞뒤 재지 않고 바로 신청했다. 산행 최고의 목표인 181개 천고지 중, 175개에 오른 후 고착에 빠진 목표에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산행이라,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면 되기는 하나, 안내산악회에 비해 서너 배는 번거로워 차일피일 미룬 거라, 더욱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 이틀 전인 2024년 1월 9일, 화요 무박으로 지리산 거대(거림, 대원사)종주 산행을 2023년 9월 14일 신청했다는 사실이다. 고로 지리산 거대종주 후 하루 쉬고, 천고지 한석산에 오를 수 있을지는, 나 자신도 확신이 없다. 하지만, 거대종주, 한석산 어느 하나 취소할 수 없는 산행이라, 거대종주가 성원 미달로 한두 달 뒤로 연기되기를 바랐다.
바람대로 산행 일이 가까워지자, 취소자가 속출해 성원을 간신히 채워, 연기가 거의 확실한 상황이라, 최소 한 달의 차이를 두고 두 산행에 다 참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지 전문 산악회와 목요 오지 팀을 오가며 오지 산행을 같이 즐기는 선배 산꾼과 하동 금오산 하산주에 관해 문자를 주고받다가, 우연히 거대종주 얘기가 나와, 성원 미달로 연기될 분위기라고 얘기하고 잊어버렸는데, 몇 시간 후 어떤 상황인지 거대종주 게시판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목요 오지 팀에서 두 명이 지원 사격 나와, 성원을 2명이나 넘겨 버렸다. 의사소통의 결정적 오류로, 허탈해지는 순간이다. 고로 화요 무박 거대종주 산행이 외롭지는 않으나, 수요일 하루 쉬고 목요일 그 인원 그대로 한석산에도 같이 올라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산행 당일 한석산과 가까운 설악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하 7도 사이, 바람은 5~6m/s, 구름이 약간 낀 날씨라는 예보로, 거의 한파 수준이다. 해서 산악날씨가 아니라, 지역 날씨로 한석산을 찾아보니, 기온은 영하 4도에서 영상 4도 사이, 바람은 5~6m/s 강하고, 종일 구름 낀 날씨다. 설악산에 비해 다소 양호한 날씨지만. 좋은 환경은 아니다. 더욱이 대설주의보까지 내릴 정도로 눈이 많이 온 다음이지만,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이 아니라, 러셀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산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와중에 이런 환경이라는 걸 깨달은 선배 산꾼이 산행을 취소하는 바람에 누가 러셀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해서 심설에 대비한 산행 준비에 다만, 점심은 배낭이 없는 상황이라, 대안이 없어, 사당역표 김밥이다. 그나마 다행은 예정 산행 마감이 15시 30분이고, 산행 후 바로 식당으로 이동할 계획이라, 얼음과자의 냉기를 따뜻한 국물로 보완할 수 있다.
2 – 1
6시 40분에 두타산으로 출발하는 버스 기사로부터 배낭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 시간대에 맞춰 기상했다. 그리고 누룽지를 끓이는 동안, 결명자차를 다시 끓여 보온병에 넣었다.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뜨거운 차가 든 보온병을 버스 내에서 사용할 물건이 든 보조 파우치에 넣었다. 그 보조 파우치만 들고, 5시 37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으로 갔다. 구산역에서 5시 47분 열차를 타고, 사당으로 향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받아 보니, 배낭을 가지고 있는 기사다. 다른 게 아니라, 6시 40분 출발이니 그 전에 와야 한다는 전화다. 다행히 그때가 동작역에서 막 출발한 이후라, 동작을 지나, 시간에 맞춰 갈 수 있다고 얘기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6시 29분경 사당역에 도착해, 승차장의 종합판매대에서 김밥을 샀다. 겨울 들어 여기서 처음 산 김밥이다. 그 김밥을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서둘러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가, 산악회 버스가 대기하는 곳으로 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영남알프스 제석산으로 향하는 차고, 사각지대에 두타산행 버스가 주차해 있는 게 보인다. 해서 서둘러, 두타산행 버스로 가 기사에게 배낭을 찾으러 왔다고 하자, 짐칸을 가리켜, 활짝 열린 짐칸으로 가자, 한쪽 구석에 누워있는 배낭일 보여, 꺼냈다. 그리고 기사에게 확인시켜 주고, 추위에 떨지 않게 배낭에서 조끼를 꺼내 입었다. 이후 아직 도착할 시간은 안 됐지만, 혹시나 하고, 한석산행 버스를 찾아봤다. 있다! 두타산행 바로 뒤가 한석산행 버스다. 기쁜 마음에 버스에 타서 보니, 승객이 산행 술 선배 한 명이다. 그에게 인사하고, 이번 산행에서는 필요 없는 버너와 코펠 등이 든 디팩을 꺼내 의자 밑에 넣고, 보온병을 배낭 옆 주머니에 넣고,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 실었다. 그리고 다시 버스에 타고, 조금 있으니, 늘 양재에서 타던 인솔 대장이 탄다. 무슨 일이 있나?
어쨌든 인솔 대장과 인사를 나누고 조금 지난 6시 58분경 승객이 다 타자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중간 정차지인 양재와 복정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는데, 한 명이 부족하다. 해서 대장이 좌석을 확인한 결과, 양재에서 한 명이 안 탔다. 물론 양재 출발 예정 7시 10분보다 4분이 늦은 14분에 출발해 산악회나 인솔 대장의 잘못은 없다. 다만, 왜 한 명이 빠졌는지 확인 결과, 애초 복정에서 타겠다고 한 사람이 양재에서 타는 바람에 머릿수가 맞아, 한 명이 부족한 걸 몰랐던 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회비까지 다 낸 한 명이 안 탔다. 나야 전날 폭음 덕에 기상을 못 해 두 번 산악회 버스를 못 탔는데,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그런 촌극을 본 후 책을 보다가 잠이 들어,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오고, 대장이 화양강 휴게소에서 20분간 쉬겠다는 방송에 잠이 깼다.
볼일이 급한 건 아니나, 비록 보온병에 뜨거운 차가 있으나, 만약에 대비한 생수를 사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에 들른 후 편의점으로 가 500mL 생수 한 병을 샀다. 그리고, 화양강이 보이는 전망대로가 화양강과 주변 산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버스로 돌아가, 산행 계획이 인쇄된 종이를 사진 찍은 후 자리로 가, 잠을 청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 주의 사항과 코스에 관해 설명한다. 먼저, 같이 산에 다니던 지인 사고 소식을 전하며[혹시? 이 기사], 겨울 산행의 위험성을 강조한 후, 코스 설명을 시작했다. 들머리가 700m가 넘는 높이고, 한석산 정상까지 임도라, 생각보다 쉬운 산행이나, 한석산에서 피아시계곡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등산객이 거의 찾지 않아, 길이 희미하고, 잡목이 우거져 그걸 뚫고 가야 해 쉽지 않으니, 길을 잘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석산에 들른 후 매봉을 거쳐 하산하는 A 코스는, 한석산에서 임도로 600m가량 되돌아와, 매봉 능선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매봉은 아예 등산객이 찾지 않는 봉우리라, 피아시계곡 하산보다 더 상태가 좋지 않으니, 잘 찾아서 가야 하고, 매봉을 지나 갈림길을 보면, 오른쪽 아래로 즉 피아시 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말로 A 코스 설명을 끝냈다. 그리고 정상까지 임도로 이어지는데, 임도가 싫은 산꾼은 화령산을 거치는 능선 코스로 올라가라고 했다. 그래봐야 3km 정도로 다시 임도와 만나지만. 대장은 임도로 한석산으로 바로 가고, 거기서 매봉을 거치지 않고, 내려가는 B코스 팀과 같이 한다고 했다. 그렇게 설명이 끝나자, 다시 실내등이 꺼져 잠을 청했다. 그리고 9시 30분경 실내등이 들어와 잠이 깨,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신고 스패츠를 착용하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이후 9시 41분경 들머리에 도착하자, 대장이 이번 산행의 최종 마감을 3시 10분으로 한다고 공지했다. A 코스 기준 5시간 30분을 책정한 거다.
2 – 2
버스에서 내려 등산 앱을 기동한 후,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며 보니, 옆 주머니에 꽂아 둔 등산지팡이가 없다! 누가 빼 간 건 아니고, 아침에 배낭을 회수할 때 짐칸에 홀로 실려 여기저기 돌아다녀서인지, 쓰러져 있는 걸 아무 생각 없이 들고 왔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등산지팡이가 빠진 거로 보인다. 고로 거대종주 산행 버스 짐칸에 있을 거다. 그런데, 어차피 한 짝밖에 없는 지팡이라, 다시 살 생각이었는데, 그걸 찾는 촌극을 벌이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더 싸게 먹힐 거 같다. 배낭을 회수할 때, 모든 게 제대로 다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A 팀이든 B 팀이든 임도를 선택한 빠른 산꾼은 벌써 눈 쌓인 임도로 저만큼 가고 있다. 그리고 능선을 선택한 산꾼은 능선 들머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등산 앱 기동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얘기한 대로 742m! 한석산 정상의 높이가 1,117m니, 표고 차는 375m에 불과하다. 와중에 정상까지 임도라, 천고지 오지라 부르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나마 임도가 아닌 능선을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도로를 따라 고개로 올라가며 오른쪽에서 들머리를 찾았으나, 안 보인다. 오히려, 같이 찾던 일행이 폰의 지도를 확인하더니, 거꾸로 내려간다. 해서, 따라 내려가 보니, 한석산으로 향하는 임도 왼쪽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구 임도가 보인다. 빠른 일행 몇은 벌써 구 임도로 가고 있어, 그 뒤를 따라갔다. 가다 보니, 지금 가고 있는 구 임도는 아래 포장도로가 만들어지기 전 도로였는지, 고개를 넘고 있고, 등산로는 오른쪽 급경사 능선으로 이어진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주변의 눈을 보고 아이젠을 바로 착용했지만, 급경사 심설이라, 착용한 아이젠이 제구실을 못 해 죽죽 미끄러진다. 이런 때를 대비해 한겨울에만 등산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데, 현재는 없다. 해서, 눈 속에 파묻힌 마른 가지를 주워 적당한 크기로 잘라, 지팡이를 만들었다. 그 지팡이를 이용해, 심설의 급경사 기슭을 따라, 9시 56분 능선에 올라섰다. 능선에 올라서서 보니, 예상대로 등산로가 있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이어진다. 고로, 도로를 따라, 계속 갔으면, 들머리를 찾았을 거다. 그런데, 능선 위 등산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앞선 산꾼 무리가 러셀 했다. 주말 폭설이 내리는 중에도 이 오지를 찾은 산꾼 무리가 있었다. 러셀 상태로 봐서는 최소 5명 이상이다. 러셀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앞선 산꾼 덕에 쉽게 갈 수 있게 됐다.
러셀 덕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어, 화령산을 향해가는데, 울창한 숲이라 보이는 게 없다. 그저 앞서가는 일행의 뒤만 보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앞이 딱 트인다. 벌목 지대다! 그런데, 잔뜩 낀 구름이 시야를 가린다. 옆이 설악산 국립공원 중 출입이 금지된 가리산인데, 구름에 가려 안 보인다. 그래도, 뭔가는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구름을 무시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는 동안, 일행이 모두 앞서 나가 졸지에 꼴찌가 됐다. 늘 이래서 산에 오를 때 꼴찌가 된다. 급한 거 없어, 제일 뒤에서 앞서가는 일행의 모습을 보며, 가는데, 이정표 따위는 없는 갈림길이다. 우리 일행은 왼쪽으로 갔다. 그런데, 갈림길에 이정표는 없으나, 나뭇가지에 '인제 천리길' 색동 리본이 오른쪽에 걸려 있다. 고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다. 해서 선두에게 소리치려는 순간, 돌아 나오는 게 보인다. 해서 길이 아닌 걸 알고, 돌아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그들도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화령산이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으니, 왕복해야 한다는 인솔 대장이 버스에 한 말을 기억하고 화령산을 다녀온 거다. 그럼, 나도 다녀와야 해, 좌회전해 가는데, 돌아 나오는 선두가 아무것도 없으니, 무언가를 매달고 사진을 찍으란다. 알았다고 얘기하고, 계속 갔지만, 화령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에 도착할 때까지 등산 앱이 반응을 안 한다.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등산 앱에도 기록되지 않은 산이다. 해서 사용 중인 두 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두 지도에 다 등산로가 없다! 그러려니 하고, 일행 중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산꾼이 나뭇가지에 자신의 고유 리본을 다는 걸 지켜보다가, 급조한 마른나무 지팡이를 뒤 나무에 세워 두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갈림길로 돌아 나와, 능선 위 등산로로 가며, 러셀 한 산꾼을 찬양하는 동영상을 찍었다.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한석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바라보며 가자, 또 갈림길이다. 이번에는 다들 '인제 천리길' 이정표와 리본이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향한다. 그런데, 왼쪽 멀지 않은 곳에 봉우리다. 이정표나, 표지될 만한 게 아무것도 없고, 등산 지도에도 없는 화령산이 지나온 봉우리가 아니라, 저 봉우리일 수도 있다. 해서 일단 좌회전해 봉우리 정상으로 갔다. 역시 앱은 반응이 없고, 역시 아무것도 없다. 도대체 어느 게 화령산일까?! 화령산이라 명명한 사람만 안다! 갈림길로 돌아 나와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일행의 뒤를 따라가자, 저 아래로 임도가 있다. 대장이 버스에서 능선으로 3km 정도 가면 다시 임도와 만난다고 한, 그 임도 갈림길이다. 이걸 선택한 일행은 벌써 지나갔다. 그리고 보이지도 않던 능선을 선택한 일행이 임도에 도착해 안내도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한석산이라, 기록으로 남겼다.
임도로 내려와 정체가 궁금했던 안내도가 뭔지부터 확인했다. '백두대간 트레일'이다. 백두대간 트레일이 한석산 아래를 지나고, 이번에 함께 한 안내산악회에서 구간을 나눠 열심히 달리는 중이다. 해서, 천고지 한석산에 오르기 위해, 이 트레일 종주 팀이 한석산 아래를 지날 때, 동행할 생각까지 했었다. 이번 산행에 참여하기 전까지 임도가 한석산 정상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어쨌든 이번 산행이 아니었으면, 트레일 팀을 따라나섰을 확률이 높다. 예상대로 백두대간 트레일은 임도 삼거리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즉, 현리 방향으로 간다. 한석산은 오른쪽 임도로 올라가야 하고. 안내도와 이정표, 끝으로 내려온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고, 제일 뒤에서 오른쪽 임도로 한석산을 향해 10시 55분 출발했다. 그런데, 임도로 올라가며 보니, 차가 러셀 했다. 하긴 '러셀'이라는 말이, 제설차를 만드는 회사니, 눈 쌓인 도로에 길을 내는 차가 러셀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차로 가지 않고 걸어 올라가고 있을까?!
임도로 15분가량 올라가자, 다시 갈림길인데, 일행은 안 보인다. 물론 산세로 보면,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임도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의 나뭇가지에 많은 산악회에서 리본을 달았다. 여기서 길을 혼동하는 초보자가 꽤 된다는 얘기다. 오른쪽 임도로 다시 10여 분을 올라가자, 왼쪽으로 벌목 당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침엽수 몇 그루가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이름을 알 수 있는 파도 치듯 이어지는 능선도!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일행 두 사람을 따라잡으려는 순간, 왼쪽 나뭇가지에 선두가 매단 안내산악회 리본이, 바닥에는 직진과 왼쪽으로 방향 지시 표지다. 여기가 매봉 갈림길이다. 고로 매봉에 가려면 한석산에 들렸다가, 여기로 내려와야 하고, 왕복 1.2km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한석산을 향해 가자, 11시 50분경 임도 옆 봉우리가 정상으로 임도의 끝이 보이는 지점에 도착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길을 재촉하자, 등산 앱이 한석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는데, 11시 53분경, 위에서 선두가 내려온다. 매봉으로 향하는 A 팀이다. 그런데, 능선이 아니라. 임도를 택한 A 팀원도 있다. 그럼, 능선과 임도의 시간 차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거다. 대략 5분?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왼쪽으로 내려간다. 개인의 고유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산꾼이 리본을 달려고 갔거나, 볼일이 급한 산꾼이라 생각하고 지나쳤다. 이후, 11시 55분경 두 명이 인증을 찍고 있는 정상석을 지나쳐, 정상 평지에 허물어져 가는 이글루와 50주년 기념비 등을 촬영하며, 가장 높은 곳 안내문을 확인하기 위해 올라갔다. 삼각점 안내문이다. 허탈했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게 아까워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내려가, 기념비, 누가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허물어져 가는 이글루, 정상석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매봉으로 가기 위해 유유자적 매봉 갈림길로 돌아가다가, 동영상을 찍기 위해 두고 온 지팡이를 회수했다. 그리고 매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기록으로 남기며 내려가는데, 12시 10분경 아래에서 매봉으로 갔던 일행이 다시 올라오며, 매봉으로 향하는 길이 없어, 돌아오는 거라며, 한석산으로 돌아가 B 팀을 따라가야 한다고 큰 소리로 알려준다. 응? 애초 대장이 길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다 돌아오는데, 혼자서 갈 수는 없어, 속으로 투덜거리며, 현재 위치를 기록으로 남기고, 한석산으로 돌아갔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까지 오면서 분명 선두가 매봉 갈림길이라 표시한 지역이 한석산에서 본 매봉 능선을 지나서 있는 게 의심스러워 혹시나, 오른쪽에 들머리가 있나 유심히 살피며 왔다. 와중에 의심스러운 몇 곳을 발견했다. 해서, 한석산으로 돌아가며, 그 지점을 다시 관찰했지만, 잘 못 본 거다.
다시 한석산으로 향하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정상의 모습과 매봉 능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선두에 서서 당연히 B 팀은 정상에서 임도로 반대편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하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처음 올라올 때 일행 중 한 명이 내려갔던 왼쪽에 뭐가 있나 살펴보니, 생각대로 리본이다. 그런데, 그 개인의 고유 리본이 아니라, 안내산악회 리본이다. 고로, 저 리본은 대장이 매단 거고, B 팀의 하산 들머리다. 우리 역시 내려가야 하는. 해서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 중 공식 선두에게 자리를 내주고, 그 뒤를 따라 좌회전했다. 그렇게 선두를 따라, 100여 미터를 내려가자, 심설에 발자국이 두 방향이다. 하나는 직진, 다른 하나는 낮은 언덕을 넘는다. 선두는 이미 직진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언덕을 넘어야 한다. 해서 조용히 언덕을 넘는 발자국을 따라, 3분가량 가자, 빨간 산악회 리본이 바람에 흔들린다. 제대로 왔다. 그럼, 직진한 선두와 그 뒤를 따르는 일행은?
선두는 산행 후 하산주 술꾼 멤버들로 산에는 익숙한 인물들이라, 곧 실수를 알아챌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발자국과 가끔 보이는 리본을 따라 내려갔다. 그러다가 왼쪽으로 보이는 매봉 능선을 발견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유심히 관찰했다. 아니, 저기를 못 가서 돌아오다니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우리 술꾼 멤버가 선두에 서지 않은 걸 한탄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우리가 능선을 택하는 바람에 한석산에서 매봉으로 내려가는 길의 선두는 임도를 택한 산꾼으로 바뀐 거다. 그리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심설에 러셀 하느라 고생한 산꾼의 흠모하는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산행 후 안 사실이지만, B 팀의 운봉이 고향이 수색대라는 별명을 쓰는 선배 산꾼이다. 물론 술꾼 멤버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품고 내려가는데, 배가 고프다. 해서 배낭을 올려놓을 수 있는 그루터기를 발견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사당역표 김밥을 꺼내, 한 조각을 먹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직 안 언 게 뜨거운 차가 없어도, 먹을 만하다. 그럼 멈출 이유가 없어, 먹으며 가자, 갈림길이다. 그리고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예상대로 선두가 따라오고 있다.
갈림길인데, 좌·우 양쪽 다 러셀 흔적이 있어,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안 온다. 해서 유심히 살펴보니, 좌는 심설, 우는 낙엽이다. 그리고, 좌의 나뭇가지에 앞선 일행이 매단 산악회 리본이 있다. 그런데, 길을 사이에 두고 두 개다. 산악회 리본을 두 개씩이나 매다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라, 이건 그 방향으로 가지 말라는 신호라는 생각이 들어, 우회전해 눈이 아닌 낙엽 쌓인 길로 갔다. 울창한 숲이라, 눈이 바닥까지 미치지 못한 숲속으로 가며, 수시로 뒤로 돌아 선두가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리본이 달린 왼쪽으로 가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역시 베테랑들이다. 그렇게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왼쪽으로 트인 조망 중 저 아래 백사는 아무리 봐도 임도다. 그럼, 매봉 능선을 넘어오는 거다. 거기서 100m 정도 내려가자, 햇볕에 반사되는 매봉 능선이 장관이라 그걸 사진 찍었다. 물론 바로 앞에 있는 매봉도.
능선 위의 바위를 우회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로 가며 보니, 저 아래로 임도가 보인다. 어차피 임도로 내려갈 거라면 급경사이기는 하나, 지금 내려가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앞선 일행은 계속 낙엽 쌓인 비좁은 길로 바위를 우회하고 있다. 해서 그 흔적을 따라가며 선두도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잘 따라오고 있어, 안심하고, 바위를 우회해 능선으로 다시 올라서자, 왼쪽 아래 임도 갈림길에 등산객이 보여 깜짝 놀랐다. 우리 일행은 아닐 거고, 백두대간 트레일 팀인가? 생각하며, 동영상을 촬영하며 임도 갈림길로 내려가자, 익숙한 얼굴의 여성 산꾼이 매봉을 다녀오는 건지 물어, 반대편 봉우리를 가리키며, 저게 매봉이라고 하자, 그럼 다른 산꾼도 이리로 내려오냐고 물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능선에서 내려오는, 나는 매봉을 다녀오고, 매봉을 포기한 다른 산꾼은 임도로 올 거로 생각한 거 같다. 어쨌든 그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인솔 대장이 B 팀이 주력을 끌고 아래에서 갈림길로 올라온다.
대장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나와 같은 능선으로 내려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모든 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20여 미터 뒤에서 따라오던 선두가 내려올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아예 보이지 않아, 소리쳐 불러봤으나, 묵묵부답이다. 와중에 B 팀은 임도 갈림길에서 능선으로 내려간다. 그러자, 대장이 내게 기다렸다가 A 팀을 수습해 데려오라고 하더니, 그들을 따라 내려간다. B 팀을 이끌 선두가 없으니, 대장의 그런 조치가 이해되기는 한다. 어쨌든 A 팀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가, 능선을 끼고 도는 고개 뒤로 일행 두 명이 보인다. 내가 고민했던 지점에서 임도로 내려간 거다. 해서, 여기가 길이라고 수신호를 보냈더니, 알아들은 듯, 앞쪽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움직임은 없어, 그리로 뛰어가서 보니, 이미 선두는 임도를 따라 반대편으로 200여 미터 간 상태다. 해서, 거기가 길이 아니라고 소리치자, 가까운 곳에 있는 몇이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 등산로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빠른 산꾼 한 명이 도착해 먼저 내려가라고 해, 임도를 벗어나, 낙엽 쌓인 능선으로 앞서간 인적을 자세히 살펴보며 내려갔다. 물론 수시로 선두가 따라오는지 확인하며. 가끔 미끄러지기도 하며, 급경사를 내려가자, 저 아래로 계곡이 보인다. 전쟁 당시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엄청난 사망자를 낸 피아시 계곡이다. 선두가 잘 따라오는지 다시 확인하고, 계곡으로 내려서자, 그나마 등산로처럼 보이는 길이 반겨준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선두가 제대로 된 산꾼이라면, 다른 계절보다 눈 내린 겨울이 길을 찾기는 더 쉽다. 선두가 눈 위에 남기 발자국, 러셀 한 길을 따라, 계곡을 내려가자, 1시 16분, 계곡이 흐르는 지점에 도달했다. 이 동네 사람은 여기서 잡히는 물고기는 안 먹는다지만, 물맛은 확인해야 해서, 배낭 멜빵에서 잔을 빼 두 모금 했다. 시원한 게 맛이 좋다.
A 팀 또한 대부분 계곡에 들어선 걸 확인했으니, 이제는 제대로 오고 있는지 뒤로 돌아 확인할 필요가 없어, 페이스대로 계곡을 따라가, 1시 30분 앞서가던 B 팀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계곡을 건너 둑으로 올라서자, 건물이 보인다. 다 왔다. 그런데, 막상 건물의 전모를 보고 깜짝 날랐다. 꽤 규모가 큰 건물 두 동을 짓다가 만 거다. 펜션은 아니고, 절집이라고 하기에도 무언가 이상하다. 용도가 뭘까? 그리고 왜 짓다 말았을까? 그런데, 그 앞 공터에서 잠깐 휴식 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임도로 하류로 내려가며 보니, 짓다 만 또는 사람이 살다가 지금은 안 사는 폐가가 계곡 주위로 듬성듬성 보인다. 설마 6·25 때 건물은 아니겠지?
입구를 막으면 탈출이 쉽지 않아 보이는 피아시 계곡이라, 엄청난 사상자가 나왔을 거라는 일행의 말은 다르게 해석하면 볼 게 없다는 얘기라,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보이나, 상태는 양호한 임도로 내려가자, 일행 모두 자기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진다. 하산하다가 지팡이를 하나 더 만들어 두 개를 이용해 내려왔으나, 이제는 필요가 없어 임도 변 땅에 박고 기념 촬영을 했다. 자연의 것은 자연으로! 그리고, 150여 미터를 내려가자, 오른쪽 계곡 합류점에 건물이 보인다. 사람이 사는 건물로 카페 겸 민박이다. 계곡을 건너가자. 이제는 구 임도가 아니라, 마을 관통 포장도로라, 제설했고, 햇볕이 잘 들어, 눈이 다 녹았다. 고로 걷는데, 아이젠이 방해돼, 그걸 벗어 손에 들로 가다가, 계곡으로 들어가, 깨끗이 씻은 후 파우치에 넣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거리가 먼지 투덜거리며 내려가는데, 저 앞으로 빠른 속도로 차량이 오가는 도로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 2시 13분 세 명의 일행이 짐을 정리하고 있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3
날머리에 도착은 했으나, 버스가 안 보인다. 혹시 날머리가 다른 곳인지 의심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 외에는 버스가 주차할 곳이 없다. 그리고 다들 날머리로 여기고, 배낭을 정리하고 있다. 날은 추운데, 바람을 피할 곳도 없다. 아직 버스 도착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시간을 확인했다. 2시 15분이다. 산행 마감까지 55분 남았다. 적어도 한 시간 전부터 버스가 기다리는데, 아직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대장이 도착할 때까지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주변을 서성거리며, 주변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2시 반경 대장이 도착해 일행과 A 팀이 매봉에 오르지 못한 것과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대장이 하는 얘기의 핵심은 원래 매봉은 길이라는 게 없으니, 길을 만들며 가야 했다는 거다. 내 예상대로다. 고로 우리 선두 술꾼 팀이 앞장섰으면, 매봉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분위기를 보니 다 도착한 거 같아, 인원을 확인하니, 27명으로 전원 도착이다. 해서 대장이 기사에게 전화하자, 150m 아래에 있다는 거다. 여기에 주차해도 되는데, 왜? 그런데, 아래가 좌인지 우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정표가 될 만한 것도 없어, 기사와 열심히 통화 후 계곡이 흐르는 아래로 향했다. 이번에도 돌아오는 실수가 없게 도로에 서 있던, 나와 운봉이 고향이라는 산꾼 둘이 먼저 내려갔다. 그리고 2시 41분경 저 아래 주차해 있는 빨간 버스를 발견하고, 후미에 따라오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길을 건너, 버스가 있는 방향으로 가며, 계곡을 바라봤다. 그런데, 계곡이라기에는 너무 큰 게 강이다. 이 주변에 강이 있었나? 해서 찾아보니, 소양강으로, 그 유명한 내린천이다. 그리고 다리를 짓는지 교각 공사가 한창이다. 그럼, 반대편은 터널이라는 얘기다. 엄청난 길이의 터널이 될 거로 보인다. 어디와 어디를 연결하는 도로일까?
2시 43분경 버스에 도착해, 먼저 배낭을 짐칸에 넣고, 차에 타자 후끈한 것이 살 거 같다. 그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버스에 오르는 모든 일행이 한마디씩 한 말이다. 이후 의자 밑에 두었던 버너와 코펠이 든 디팩을 들고,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 있는 배낭에 넣었다. 등산지팡이와 같이 실수로 놓고 가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2시 55분, 인원 점검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해, 인제로 갔다. 버스는 인제 입구 주차장에 세워놓고, 들머리로 이동 중 미리 주문을 받은 손두부 집으로 향했다. 두부전골과 두부조림이 주요 메뉴로, 11,000원이라 가격은 비싸지 않은데, 역시 1인분은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 어쨌든 식당 방향을 잘 몰라 되돌아오는 촌극을 두 번이나 벌인 후 3시 9분 식당에 도착했다.
아침에 전골 4인분과 조림 20인분을 주문해, 등산화를 벗고 식당으로 들어가자, 이미 식탁에 밑반찬이 깔려 있고, 버너에는 냄비가 올려져 있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4명씩 자리를 잡고 앉고, 술꾼 넷도 식탁 하나를 차지했다. 그리고 내가 냉장고로 가, 맥주 한 병과 이슬이 세 병을 들고 왔다. 이후 버너에 불을 붙여, 옆 식탁의 여성 산꾼의 도움을 받아, 두부를 졸여 그걸 안주로 이슬이를 마셨다. 처음에는 이게 안주가 될지 의심스러웠으나, 두부조림과 이후 그 조림 양념에 들기름을 잔뜩 뿌리고 볶은 밥 또한 훌륭한 안주다. 물론 밑반찬도 예술이고. 해서 두부조림, 볶음밥, 밑반찬을 안주로 이슬이 다섯 병과 맥주 한 병을 비웠다. 그리고 3시 50분경 식탁별로 계산하고 나가, 4시에 서울로 출발했다.
4시 51분경 가평휴게소에 들러 10분 동안 볼일 보고, 다시 서울로 출발해 6시 11분, 양재에 도착해 버스에 내렸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기 전 인솔 대장이 일찍 도착했으니, 2차를 하자고 하는 바람에 대장 포함 여섯 명이, 치킨집으로 가 2차를 했다. 치킨을 안주로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나눈 대화의 주 내용은 이번 산행에서 매봉에 가지 못한 이유다. 결론은 여기 모인 여섯이 선두에 있었으면, 길을 만들며 갔을 거라는 거고. 그런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 후 8시경 치킨집에서 나와, 집으로 향해 9시 20분경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목요 오지 팀 한석산행 계획 중 A 코스인 '장승고개 → 하령산 → 임도 삼거리 → 한석산 → 피아시계곡 입구'의 13.8km(램블러) 오지를 4시간 34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4시간 28분, 휴식 6분!
181개 천고지 중 176번째 오른 한석산이다. 올해 안에 남은 다섯 산에 오르는 게 목표다.
예보와는 달리 구름이 잔뜩 낀 날씨라, 보이는 게 없어, 조망은 꽝이고, 정상까지 임도로 이어져 있어, 화령산 능선을 택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할 뻔한 산행이다.
매봉에 오르지 못해 아쉽지만, 다시 갈 기회가 있을 거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