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바람이 살랑 살랑, 우면산 오르다.
축복이 가득한 주일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삶이 사랑에 사랑이 더하고, 은혜 위에 은혜가 넘치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나이가 들며 하루, 하루를 살면서 신체 기능이 조금씩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아름답게 수용하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해 오는 흐뭇한 말 ‘쑥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쑥떡같이 얘기해도 건성으로 듣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영상의 날씨입니다.
산 오르기가 좋은 포근한 날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우면산을 올랐습니다.
땅이 질퍽해서 등산로는 오르지 못하고 산 밑에서 중턱까지 나이는 무장애 숲길을 걸었습니다.
힐체어를 이용하는 보행 불편한 사람도 좌측에 280m, 우측에 120m가 데크로 길리 잘 되어 있어
힐체어를 타고 룰룰랄라~ 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서초구에서 많은 돈을 들여 아주 넓게 튼튼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전망대를 만들어 풍경을 감상하며 오를 수 있었습니다.
나뭇잎, 풀잎들이 풀죽은 갈색 세상이지만 봄과 여름이 되면 온통 도시와 격리된 녹색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지난 번에 폭설로 많은 소나무가 부러져 베어낸 곳도 있지만 아직 상처 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 마음이 짠~ 합니다.
가지를 베어냈다고 해도 아름답지 못한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산에 오르다 보면 초목들의 성장하고 생명을 다 한 나무들이 쓰러져 누워 썪어 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인생의 한살이를 견주어 보게 됩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 나이 들면서 눈에 띄며
이생과 이어진 저편 생을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분명 생각이 적을듯하고 말 없는 나무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을 건너는 틈새가 더욱 힘들고 애처로울 것만 같습니다.
아직도 겨우내 얼은 도랑물이 하얀 얼음을 이고 있습니다.
데크 길이 다리와 연결되는 곳은 받침이 높아 언듯 <콰이강의 다리>가 생각나
영화의 내용을 생각하며 휘파람으로 영화 음악을 불어 제치는 재미도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일이나 자연물을 의미를 가지고 바라보면
모두 아름다워 보이고 사랑하고 싶어지는가 봅니다.
데크 길도 어느 구간은 맨발로 걷기 위해 붉은 진흙을 깔아 놓은 곳은
무척 질퍽이며 오고 가는 사람들이 곡예를 합니다.
젊은 사람은 손쉽게 빨리 뛰며 건너지만 나이가 든 노년은 엉거주춤합니다.
노인장 부부는 손을 잡고 ‘어, 어, 어~ ’소리를 내며 서로 조심하라고 합니다.
걱정은 되지만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해로동굴(偕老洞窟)이라고 하던가요.
나이가 들어도 두 부부가 건강하게 손을 잡고 산을 오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까요.
우리 대학 동기들은 우리 함께 100살까지 두 발로 걸어서 산에 오르자는 의미로
<백두산 걷기> 모임을 만들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수요일마다 수도권 산을 오릅니다.
곧 500회를 맞이하며 큰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부부끼리, 모녀끼리 오르내리는 다정한 모습도 볼 수 있지만,
원색 등산복을 입고 산 정상을 올랐다가 줄지어 내려오는 등산객 무리들이
씩씩한 모습이 역전의 용사 같습니다.
집에 ‘방콕’하고 있으면 땅이 꺼질까,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이 부풀어 오르지만
집을 나서면 볼거리, 듣는 것이 많아 근심 걱정을 사라지고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더군다나 사시사철 변화를 주는 산을 찾으면 더욱 신바람이 납니다.
오늘도 이럭 저럭 혼자 천천히 2만 보 넘게 걸었으니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이었습니다.
첫댓글 아직 겨울은 겨울이라서 냇물이 얼어 흰 빙판을 이루고 있고 나뭇가지들도 앙상합니다만
서초구는 구민들을 위해서 우면산에 휠췌어를 타고도 갈 수 있을만큼 넉넉하게 데크길을 잘 만들어 놓았네요.
맨발걷기 황톳길도 있으나 눈이 온지 얼마 안되어서 눈이 녹아 질퍽한 황톳길이 미끄러워서
두 손을 잡고 가는 노인 부부가 참으로 정스럽게 보였을 것 같습니다.
우면산을 2만보나 걸으셨다고 했는데 본인의 건강에 맞게 잘 걸으실 것으로
참으로 재중님의 건강이 부럽고 또 부럽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