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필과 수녀들은 정월 대보름의 밝은 달빛을 받으며 밤새 산길을 걷고 걸어서 오감산 김광석의 기도처에 도달하였지만 아직 날이 새지 않았다. 이현필은 김공이 아직 자고 있을지 모르니 여기서 기다리자 하면서 대보름의 밝은 달 빛 속에서 함께 찬송을 불렀다.
산중에서 혼자 기도하고 있던 김광석은 갑자기 어디서 찬송가 소리가 들려왔지만 설마 이 깊은 산중에 사람이 와서 찬송하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기가 기도한데 대한 하나님의 응답으로 천사가 온 줄 알았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늘의 천사를 영접하려고 천막의 문을 열고 절을 계속하며 고개도 들지 못하고 걸어 나왔다. 천사로 여겨지는 그림자 앞에서 엎드리는데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김공, 얼마나 고생하시오.”
깜작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뜻 밖에도 이현필선생이 서 계셨다. “어서 들어갑시다.” 이현필은 제자를 재촉해 방에 들어가자마자 떡을 내놓으면서 “김공, 어떻게 지내시오?”하고 물었다. “네, 시래기에 고구마나 토란 등 먹고 지냅니다.” “그럼 시래기 국물 좀 끓이시지요.” 하며 끓인 시래기 국에 가지고 온 떡을 대접했다. 그리고 함께 간 제자들과 감격에 겨운 찬송을 불렀다. “아, 십자가. 아, 십자가. 갈보리 십자가는 저를 위함이오”라는 찬송가를 목청이 떠나가게 부르며 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