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 박명숙
찔레꽃이 지고 나니, 어느새 하얀 밤꽃이 앞산에 흩어져 있다. 간간이 부는 바람결에 밤꽃술이 산들산들 흔들린다. 산책길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날리는 밤꽃 향기에 취했는지 발길을 멈추고 나무들을 올려다본다. 잘 여문 밤송이를 잠시 상상했을까? 멀어져 가는 그들의 발걸음이 더 활기차게 보인다.
이처럼, 기대하는 것이 있어야 힘이 날 건데 갈수록 글쓰기가 벅차다. 열심히 할 것처럼 등록은 서둘러 해놓고, 이번 학기에 서너 편을 올린 게 전부다. 그마저도 마감 날 새벽에 급하게 적어서, 벼락치기 숙제 내듯 한다. 이 버릇을 언제쯤 고칠까? 글이 좋아질 수가 없는 습관이란 걸 알면서도 오늘도 몇 자 긁적거린 형편없는 글을 읽어 주라고 내미는 뻔뻔한 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붙잡고 있는 건 무슨 욕심인지 모르겠다.
최근 3개월 동안 집안에 일이 많았다. 친정아버지가 천국으로 가신 후 이별과 그리움이 어떤 것인지도 조금 알 듯하다. 새록새록 아버지가 생각나서 하늘을 자주 우러러본다. 또, 이사하느라 힘들었다. 주택에 널브러진 많은 짐을 모두 버리면 좋겠는데, 남편은 아직 쓸만하다며 실랑이하는 데 당해 낼 방법이 없다. 또, 새집에서 같이 쓸 물건을 고르는 것도 나를 지치게 했다. 가족의 취향이 모두 달라 모양이나 색깔을 선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이다. 지금껏 맞춰서 산 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다. 이제는 그만 쉬고 싶었다. 그래서, 교육이 있기도 해서 겸사겸사 서울로 떠나버렸다.
서울 길을 모르는 나를 배려해서 친구가 고맙게도 교육 장소까지 와 준단다. 직장에서 반차 휴가까지 내서 달려왔다. 그녀는 내가 시댁으로 들어가면서 만났으니 30년이 다 돼가는 인연이다. 그 친구도 시댁에서 딸들을 키우던 터라, 아이들 나이가 비슷해 더 빨리 친해졌다. 거기에다 둘 다 시부모와 같이 살다보니 통하는 점이 많았다. 젊은 사람이 드문 시골에서 우리는 여러가지를 서로 나누며 재밌게 지냈는데, 10여 년 전에 서울로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면서 점차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됐다. 거의 3년 만에 만난 우리는 묶어뒀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도시에서 자격증을 준비하느라 바쁜 그녀를 보니 시골에 사는 게 다행이다 싶었다. 유명하다는 시장도 구경하면서 연인처럼, 고른 손수건을 정표로 주고받으며 우리 우정이 변하지 않기를 바랐다. 내려오는 기차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근처 창경궁에 들러서 역사 공부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으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간만의 휴식으로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씻긴 기분이다. 지하철을 못 타서 헤맬 때 ‘서울쥐와 시골쥐’ 같다며 깔깔거리던 그 시간도 추억의 한 장으로 남는다.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 수다떨다보면 복잡했던 생각이 단순해진다. 굳은 마음도 부드러워진다. '일상의 글쓰기'도 벗이면 좋겠다. 오래 같이 있어도 편한 사이. 친구에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처럼 편하게,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품어 본다.
첫댓글 글 좋은데요?
저도 막차 타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나고 나면 흩어져 버릴 생각이 정리되는 그 느낌이 좋아서
또 글쓰기에 도전한답니다.
힘내요. 선생님!
네, 고맙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바쁘면 넘기기도 해야지요.
애쓰셨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친구에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처럼 편하고 자연스럽게 쓰기. 콱 박히네요. 부드럽고 따뜻한 글. 늘 잘 읽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하하,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네, 고맙습니다.
무엇이든 다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 참 좋으시겠습니다. 예쁜 집에서, 마음 편한 날들만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네, 고맙습니다.
자연스럽게 잘 쓰십니다. 자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글이 좋아서 그랬나 봅니다.
네, 고맙습니다.
맞아요. 친구가 좋더라고요. 저도 친구있어요. ㅎㅎ
네, 때론 남편보다 친구가 더 좋아요하하.
선생님 글도 잘 읽혀져 좋습니다. 매주 기다려지는데 간혹... 앞으로도 열심히 하게요.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