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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문학 - 주지주의, 이미지즘, 아방가르드(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모더니즘 문학이란 현대문학의 여러 경향 중에서 기성 문학의 형식과 관습에 대해 반발하는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경향의 문학을 가리킨다. 상징주의를 비롯하여 주로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표현주의, 실존주의, 이미지즘, 주지주의 등의 다양한 유파가 모더니즘의 범주 속에서 논의되며, 아방가르드 운동도 이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서구에서 모더니즘 운동이 일어났던 시기는 크게 1890년부터 1945년까지로 잡을 수 있지만, 그 전성기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와 1930년대로 규정된다. 당시 모더니즘 운동의 바탕에는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 등의 사상가들에 의해 제기된, 기존 사회 체제와 종교, 도덕, 자아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깔려 있었다. 여기에 인명 살상과 정치 질서의 붕괴를 초래한 제1차 세계대전은 조화로운 사회 질서와 현대 문명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흔들어 놓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문학예술 분야에서는 기존의 지배적인 예술적 관습, 특히 19세기 후반에 융성하였던 리얼리즘의 방법론이 더 이상 혼돈과 허무에 빠진 세계를 묘사하는 적합한 문학적 형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과 실험을 강조하는 다양한 운동과 조류가 대두되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가들로는 에즈라 파운드, W. 루이스, D. H. 로렌스, 제임스 조이스, 프란츠 카프카, T. S. 엘리어트 등을 들 수 있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즈』, 『피네건의 경야(經夜)』와 같은 작품에서 이야기의 연속성과 통일성을 깨뜨리고 전통적인 인물 묘사 방법을 이탈하면서,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서사적 스타일을 실험하였다. 그리고 극작가이자 시인인 T. S. 엘리어트도 『황무지』에서 수많은 고전의 인용과 인유를 구사하며 전통적인 시 형식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단편적이면서도 고도로 함축적인 구성과 이미지를 통해 현대문명의 황폐함과 정신적 공허를 그려내었다.
이처럼 모더니스트들의 작품들은 대개 혁신적인 형식과 언어를 통해 개인의 소외와 고독, 정체성 등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것은 이들이 물질주의와 산업주의에 기반한 현대문명을 부패하고 파편화된 세계로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이 파편화된 세계에서 인간들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고, 개인의 극심한 소외는 자아정체성의 혼란으로 나타난다. 또한 현대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관점을 기조로 하는 이들의 작품에서 미래는 흔히 반유토피아적인 묵시록적 세계상으로 그려진다.
우리나라에서 모더니즘 문학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퇴조하고 일제의 군국주의가 노골화되던 1930년대 초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김기림, 이양하, 최재서 등이 주로 영미 주지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과거의 한국시를 자연발생적인 센티멘탈리즘으로 비판하면서 지성과 시각적인 이미지를 중시하는 이론을 펼쳤다. 정지용, 김기림, 김광균, 장만영 등의 시인과 소설가 이상, 박태원 등이 당대의 모더니즘 작가로 분류된다.
그리고 1949년을 전후해 모더니즘 운동이 다시 일어났는데, 후반기동인(後半期同人)으로 불리는 김규동, 김경린, 박인환, 조향, 김수영, 이봉래 등이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펴낸 것이 그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이들은 나름의 편차에도 불구하고, 당대 한국 시단의 주류를 이루던 주정적인 서정시를 거부하고 현대도시와 기계문명을 제재로 한 주지적인 경향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후에도 1950년대 후반과 60년대의 송욱, 김춘수, 박남수, 문덕수 등의 작품들이 모더니즘 계열로 평가되며, 1980년대의 해체시나 1990년대의 메타시까지 모더니즘의 범주에 포섭해서 이해하려는 견해도 있다.(전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