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놓치니 않고 뒤늦게라고 본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 영화는 재미와 볼거리가 충분한 오락영화이다.
오락영화라고 해서 그냥 재미있게 보고나면 남는 것이 없는 그런 영화는 아니였다.
비주얼은 좋아도 내용을 별로일 것으로 생각하고 보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햄릿을 차용한 이야기를 더 재미있고 복잡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만들어서 긴박감이 넘쳤다.
애절한 사랑이야기에 욕망이 더해진 이야기가 재미있고,
춤과 춤추는 것처럼 한껏 멋을 부린 칼싸움등의 아름다움의 극치여서 정말 볼 만 했다.
완과 황태자 우 루완과의 검의 대결은 영화 <형사>에서 슬픈 눈과 남순이의 마지막 칼싸움을 보는 듯 했다. 물론 <형사>에서의 대결이 더 멋지지만.
이 영화의 사랑이야기들이 무척 애절하다.
황태자 우 루안을 사랑하지만 우 루안의 아버지와 결혼하고 또 아버지를 시해한 작은 아버지와 결혼하였지만, 끝내 우 루안을 잊지 못한다. 황제 리의 사랑에 흔들리지만 그래도 우 루안을 사랑하는 완.
아버지와 또 작은 아버지와 결혼한 완을 잊지 못하고 죽어가면서, 의식을 잃어가면서 완을 부르는 우 루안.
우 루안이 완을 사랑하는 줄 알면서도, 완과 사랑을 이루지 못해 외로워하는 줄 알면서도 우 루안을 사랑하는 칭누. 외로운 우 루안을 위로하려는 칭누.
마지막 궁중연회에서 우 루안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춤, 사공의 왕자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민요를 각색한 춤을 추면서 애절하게 죽어가는 칭누.
정말 이 춤 공연은 너무 슬프다.
사랑의 애절함을 잘 드러내면서도 너무 아름다운 춤이었다. 슬픈 공연이었다.
황제의 완에 대한 사랑도 너무 간절하다. 완이 그를 사랑하지 않았음을 알았음에도 사랑하는 그의 사랑이 더 애절하다.
특히 황제는 그는 "내 어찌 그대가 주는 잔을 거절하겠소."하고 자진해서 독주를 마시고 사랑하는 완의 품에서 죽는다.
충분히 황태자를 쉽게 제압하고 황제로서 완과 살 수 있으련만.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살아야할 의미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자살을 한다.
완을 사랑하여 형을 살해하고 황제가 되었던 그가.
사랑하는 완을 우 루안에게 양보하고 깨끗이 독주를 마신다.
형을 죽인 악행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랑의 이름으로 멋진 사나이다.
장쯔이와 유 게(葛優)의 연기는 대단하다.
유게는 제천영화제에서 본 평샤오강 감독의 <천하무적>에서도 소매치기 두목으로 나와 유덕화를 압도하는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었다.
너무 아름다워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칼싸움과 춤을 보러
예쁜 장쯔이 보러,
유 게의 연기를 보러,
광주롯데시네마에 갔다.
그런데 롯데시네마 역시 영화를 보기전에 사정사정했음에도 엔딩크레딧을 확실하게 잘랐다.
그래서 나는 하미시네마와 광주롯데시네마에서 두 번이나 영화를 보았음에도 영화를 마지막까지 볼 수 없었고,
그리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슬픈 노래를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라디오 스타> ★★★★☆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고 싶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월의 김양의 다방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동강국밥집에 가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싶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월에 정말 한번 가보고 싶다.
이야기 틈틈히 영월관광홍보영화처럼 영월의 여기저기를 찍어놓았다.
이 영화는 꼭 돈을 벌기 위한 영화가 아닌 것 같고,
영월을 홍보해주기 위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이 영화는 정이 매마른 사회에서 너나없이 정없이 삭막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로하여 주기 위하여 만든 영화다.
왕년의 가수왕 최곤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의 관계는 마치 속이 하나도 없는 마마보이와 그를 지극히 챙겨주는 엄마의 사이와 같다.
박민수가 없으면 최곤은 담배 하나 꺼내서 피울 수 없을 정도이고, 박민수는 마누라와 새끼보다는 최곤이 걱정되어서 항상 곁에서 챙겨주어야 한다.
그러니 그들은 서울의 잘 나가는 매니지먼트회장이 유혹하여도 헤어질 수 없다.
지금은 인기가 한물간 가수와 그런 가수를 끝까지 챙겨주는 매니저, 이 둘 사이의 오래 묵은 후훈한 정은 관객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최곤은 영월에 와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는 스타라고 하늘의 별처럼 지상에 일과는 유리된 채 상관없이 살아왔지만,
영월에서 경험한 많은 일들이 자신도 영월의 일반 소시민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사는 것이 진정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스타라는 것은 한 때의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퇴물 가수, 짜장면집 배달총각, 다방의 아가씨, 이웃집 세탁소 아저씨, 동네 락밴드 등 소박한 서민들을 등장시켜서,
따뜻한 사람들의 정을 느끼게 하는 감동적인 영화, 아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 만든 감독의 솜씨가 훌륭하다.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이런 태도는 정말 아름답다.
이런 따뜻한 영화로 팍팍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그 자세가 마음에 든다.
<타짜> ★★★★
<타짜> 만화를 안 보아서 더 그러했겄지만 영화는 아주 재미있었다.
좋은 원작과 실력있는 감독, 연기에 실력있는 많은 배우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든 영화이니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결정적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의 힘인 것 같다.
화툿판은 낭만이 부재하는 장소다.
낭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자는 거지가 되거나 살아남을 수 없는 비정한 곳이다.
노름꾼 그들은 모두 한결같이 악인이다.
낭만적인 평경장이나 고광렬이부터 악녀 정마담까지 나쁜 것의 차이가 한끗발 차이다.
거기에서 거기다.
화툿판에서는 한끗발 차이는 판돈의 전체가 왔다갔다하는 큰 차이이기도 하지만.
도박꾼 그들이 모두 악인인 이유는
그들은 영화에 나오는 교수나 사장같은 어리숙한 사람들의 돈을 따먹는다.
이 영화에 나오는 교수나 사장같은 사람의 돈이야 상관없겠지만(영화에서는 그렇게 생각이 들도록 해 놓았다.) 어리숙한 순진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패가망신시키는 것이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도박판에 입문하면서 이미 가정을 파탄을 냈을 것이고,
가족들은 걱정시키고 고생시키면서 그러고 다니니 좋은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도박판에서는 이 영화처럼 타짜들끼리 붙는 일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타짜라면 기술의 실력차가 이미 서로 판단이 서 있기 때문에 도박판에서 서로 붙는 일은 없다.
정보가 어두울 때에 붙어서 깨지는 경우야 있겠지만.
타짜의 돈을 따 보아야 뒷탈이 있을 수밖에 없는 돈이니까 판이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출연 배우 모두 연기를 잘하지만, 그 중에서도 압권은 김혜수의 연기다. 그녀의 교태에 살아남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죽여준다.
백윤식도 적역을 맡았다. <지구를 지켜라!>부터 그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싸움의 기술>, <천하장사 마돈나> 그리고 이 영화 <타짜> 등의 배역이 같은 스타일의 연기다. 이제는 변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식상하려고 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이 영화의 전편에 깔린 맛깔스러운 대사들이 긴 상영시간이 지루한지 모르게 지나간다,
화투의 묘미를 보여주는 제일 재미있는 장면은
고니가 따라지를 잡고도 5억을 배팅하여 상대를 누른 장면이다.
화투판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것은 고니가 따라지를 잡고도 5억을 배팅한 기(氣)에 있다.
그러나,
고니가 고수가 되고부터 너무 뺀들거리는 태도,
고니가 차를 전복시켜서 자기는 살고 상대만 죽는 것,
아무리 정마담이 극악무도한 악녀라고 해도, 고니를 차지하기 위해서라지만 평경장을 죽이는 것 등의 이야기가 조금 무리인 것 같다. 사랑에 눈이 멀면 그럴 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정마담이 고니를 사랑했을까.
요즈음 우리나라 영화들은 재미가 있다. 감독들의 실력이 좋아져서 실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게 되었다.
제발 관객들도 이제는 영화를 보는 눈을 조금 높여 관객들을 유치하게 웃기려하는 졸작들은,재미가 조금 있다고 해도 외면하몄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이제는 관객들도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서지 말고...
영화의 흥행도 운칠기삼(運七技三)인 것 같다. 감독의 솜씨가 30% 흥행운은 70%이다.
영화만 잘 만들어 놓으면 관객이 많이 들 것 같지만 좋은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한 것을 보면 운(運)의 비중이 크다.
이 <타짜>의 매력은 기술과 운을 믿고 고수들이 많은 추석이라는 큰 판에 뛰어든 그 기(氣)에 있다.
PS - 섯다학습
영화를 이미 보았지만,
식구들이 영화에 나오는 '섯다'를 모르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가 쉽지 않아(감독은 화투를 몰라도 되게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이제라도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집에 화투가 없어서 할 수 없이 화투 한 목을 사서 '섯다'를 학습시켰다.
그리고 돈 대신에 생밤깎아주기를 하였는데
제자들이 훌륭하여 내가 밤을 16개를 깎아주어야 한다.
가르친 김에 '도리짓고 땡'과 '가기'도 가르쳐 주었다.
참고로 두 제자 중 한 명은 '민화투'만 알고 있고
한 명은 생전 처음 화투를 만졌다.
첫댓글 짝짝짝..혹시 평론하시는 분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 글솜씨네요..그리고, 타짜 진짜 재미있는 학습법이네요.특히, 섯다 학습 저도 배우고 싶어요..
앗..올만에 카페 들어왔떠니 진작에님 글이...음..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 군요..
스포일러지만 나름 일관성이 있네요^^
아롱님/ 언제 한가하시면 연락하세요. 제가 가르쳐드립니다. 무료로... 잘하시면 장학금도 드리고..... 빨간낙타님, 슈팅스타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나도 라디오스타보고 짜장면 먹고싶었는데~~
너무 잘 적어놓으셨네요. 저도 아연을 놓칠까봐 부랴부랴 CGV에 가서 봤었는데 역시 CGV는 사람들이 다 나가도 끝까지 엔딩을 틀어주더라구요. 전 거의 마지막까지 음악 다 듣고 나왔어욤.^^
야연, 라디오스타, 타짜. 이 세편의 영화 정말 지금 개봉하는 영화들 중 추천작들이네요.^^
저도 야연, 라디오 스타는 너무 보고 싶고 타짜는 정말 봤는데 입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주고싶은 별점하고 똑같네요.ㅎㅎ저도 타짜보단 라디오스타에 별한개더~~
평을 보고나서 한층 더 영화가 업그레드된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