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둥지에 사랑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신천을 걷다
봄비가 내리니
산수유가 노란 웃음, 옥매화가 한얀 웃음, 홍매화가 빨간 웃음
봄 햇살이 두텁다
정자에 앉아 봄을 즐기며 옥매화 꽃 하나 따다 손주장에 뜨우며 봄을 즐긴다
버들가지 솜털이 보숭보숭, 버드나무 잎이 입을 버린다
물오리가 자맥질 하고, 비둘기가 먹이를 먹고, 두루미가 날개 짓하고, 새들의 비상
물고기들이 힘찬 물차기를 볼 수 있다
새들은 새봄을 준비하고 살이 통통 올라있다 알까기를 위한 준비이다
숫놈의 예뿐 비상으로 암놈들은 유혹하며 짝짓기의 사랑의 이야기를
나눌 준비를 기다리고 있다
우연히 나뭇가지 사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까치 한 쌍을 보았다.
부리 가득 마른 나뭇가지를 물어 오고 그것을 가지 사이에 끼워 넣으며
틀을 다지는 모습이다. 삭풍에 둥지가 흔들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둥지를 쌓아 갔다.
이들이 처음부터 짝이었을까. 까치는 일부일처제 성향이 강한 새다.
짝짓기에 앞서 짧지 않은 구애 과정이 있었을 터.
사랑함직 하네
서로의 울음소리를 듣고, 깃털을 부풀려 건강을 과시하고,
먹이를 나누며 신뢰를 쌓았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둥지 속에서 작은 생명이 신비를 간직한 채 온기를 머금고 있을지도 모른다.
까치는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헌신이 시작된다.
어쩐지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우리 또한 누군가를 만나 신뢰를 쌓으며 평생을 함께할 인연을 찾지만
요즘은 결혼을 망설이고 출산을 두려워하는 시대다.
신천을 운동하러 오가면서 완성된 까치 둥지를 올려다보았다.
그 안에 있을 작은 알을 떠올리며 바람에도 끄떡없는 둥지처럼
인간 세상에도 생명이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낮부터 내리던 봄비가 어둠이 내려도 그칠 줄 모른다.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가 생각나는 밤이다.
비가 저절로 시절을 알아 바람 따라 찾아와 소리 없이 내린다.
마른 땅을, 만물을 촉촉이 적신다. 땅속 깊이 스며들어 잠자고 있는 생명을 흔들어 깨운다. 겨울잠에 빠져 있던 개구리와 두꺼비, 고슴도치도 기지개를 켜고
달팽이도 천천히 세상 구경을 나온다.
깊은 산속 동굴 속에서는 곰이 하품을 하고 박쥐 떼가 하나둘 날갯짓을 할 것이다.
봄비 맞은 매화나무는 꽃눈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땅속에서는 봄비를 기다려온 씨앗들이 온 힘을 다해 새싹을 밀어 올리고 있다.
통나무 구멍에서 웅크리고 지내던 동박새가 갓 피어난 동백꽃을 찾아 나선다.
달콤한 꿀을 생각하면서 동박새는 긴 겨울을 버텼을 것이다.
봄비가 그리운 것은 시인도 마찬가지다.
이해인 시인 '봄비'라는 제목의 시는 그리움이 아프게 다가온다.
"진달래 꽃망울처럼 /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 말없이 터뜨리며 / 나에게 오렴"
봄비가 어둠을 타고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한없이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모든 생명을 흔들어 깨운다.
메마른 땅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새싹을 밀어 올린다.
봄비가 세상을 깨우는 것은 자연의 섭리며 하늘의 뜻이다.
그래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자는 흥하고 역행하는 자는 망한다고 했다. 順天者興 逆天者亡.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다. 하루 종일 세상은 시끄러웠다.
민심은, 천심은 어디를 향하는가.
봄비를 닮아 겸손해야 한다.
위만 바라보지 말고 아래도 내려다보고 惻隱之心측은지심으로 손을 내밀자.
봄비는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가 고귀한 것이라고.
너의 이기적인 말과 행동이 얼마나 많은 생명에게 위협이 되는지 아느냐고.
생명있는 것들은 仁義의 아름다움을 움틔워야 한다고 자연은 가르친다
봄은
세가지의 덕(德)을 지닌다고 합니다.
첫째는 "생명"이요,
둘째는 "희망"이며,
세째는"환희"입니다.
봄은 생명의 계절입니다. 안병욱
땅에 씨앗을 뿌리면 푸른 새싹이 나고,
나뭇가지 마다 신생의 순이돋고,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밀레와 고호는 "씨뿌리는 젊은이"를 그렸습니다.
우리는 마음의 밭에 낭만의 씨를 뿌리고,
내 인격의 밭에 성실의 씨를 뿌리고,
내 정신의 밭에 노력의 씨를 뿌리면 어떠실까요?
봄은 희망의 계절입니다.
옛사람들은 봄 바람을 "혜풍(惠風)"이라 했고,
여름 바람은 "훈풍(薰風)"이라 했고,
가을 바람은 "금풍(金風)" 이라 했고,
겨울 바람은 "삭풍(朔風)"이라고 했습니다.
봄은 환희의 계절입니다.
우울의 날도 비애의 날도
절망의 날도 모두 가는 날입니다
고목처럼 메말랐던 가지에
생명의 새싹이 돋아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얼어 붙었던 땅에서
녹색의 새 생명이 자란다는 것은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입니까?
창 밖에 나비가 찾아오고,
하늘에 이름모를 새가 지저귀고,
벌판에 시냇물이 흐르고,
숲속에 꽃이 피는 창조물을 둘러보세요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모두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봄이 오는 길
실바람이 사뿐사뿐
물수제비 뜨며
강물을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깃털처럼
봄이 살포시 내려온다.
"봄 인사"/ 이해인
새소리 들으며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 인사드립니다.
계절의 겨울 마음의 겨울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 짓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 높이 올라가자
절망으로 내려가고 싶을 때
모든 이를 골고루 비추어 주는
봄 햇살에 언 마음 녹이며
당신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