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이나 상담 쪽에 종사하는 심리학자들은 내담자들을 분석하면서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좀처럼 남에게 도움 요청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적절히 도움 행위를 주고 받으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나는 남들의 부탁을 거의 들어주는 편인데 (에너지 소모)
정작 내가 힘들 때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버텨내려고 한다면 (에너지 소모)
이런 사람들은 에너지 관리에 실패함으로써 더 쉽게 번아웃에 빠지게 될 겁니다.
결국, 멘탈이 박살나면서 살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빌리게 되는 것이죠.
이런 연유로,
심리학자들은 그들의 내담자들에게
부탁을 하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니
당신 혼자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남들과 나눔으로써 좀 내려놓으라고 조언하는 것입니다.
남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인지 치료와 훈련, 연습을 통해서 쉬워질 수 있습니다만,
"어떤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남들의 도움을 받는 것을 몸서리치게 거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끝까지 부탁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독자 노선을 걷게 됩니다.
HSP의 기질적 독립성
초감각을 타고난 사람들,
즉, HSP(Highly Sensitive Person)들은 불편감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감각의 민감도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향이 있는데,
예민한 아기들은 배변이나 수면, 식생활 등에서 무언가 불편감이 느껴지면
"빽빽" 하고 울어제끼기 때문에 양육자들이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반면,
둔감한 아기들은 애당초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즉, 불쾌한 자극들이 인풋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감, 잠자리가 불편해도, 배고파도 멀뚱멀뚱 가만히 있음)
부모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키우기가 수월한 편이죠.
이런 식으로 애기 때부터 쭉 불편감에 민감한 나날을 보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편감을 예방하고 회피하고 제거하려는 행동 패턴을 보이게 되겠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초예민성을 타고나는 사람들의 레이다는 그 범위가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확장되기 때문에,
일정반경 안에 있는 사람들의 내적 상태까지도 비교적 정확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가령, 내 친구가 속으로 엄청 긴장하고 있으면 그러한 내밀한 정보까지 내 레이다 망에 잡혀버리고,
그 긴장감이 마치 내 것처럼 급속하게 전이가 되요.
그럼, 나는 내 일도 아닌데, 친구를 따라 잔뜩 긴장하고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죠.
결국, 이러한 초강력 감정 전이 현상으로 인해,
HSP들은 내 불편감 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남들의 불편감까지도 회피하고 제거하고자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HSP들은 불편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살면서 불편한 상황에 대한 정보들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차곡차곡 "리스트-업" 해놓게 됩니다.
이를테면,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 계획을 짜듯이,
불편감을 예방하고 회피하고 제거할 수 있는 나만의 지침들이 각자 준비돼 있는 것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자'인데,
이유인즉슨, 그 피해가 결국엔 고스란히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서 계속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나중에는 예방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고통이 예상되는 지점을 미리 파악해 이를 피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HSP들이 처음부터 친사회적이고 이타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불편한 게 싫어서 한 때는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 남들이 피해를 입고 그로 인해 내가 더 많은 고통을 받게 된 역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손해보는 게 차라리 낫지,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 안되겠구나라는 명제를 학습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HSP들은 워낙에 민감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의 범위가
보통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일들까지도 상대방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고 간주하게 됩니다.
가령,
나로 인해 누군가의 시간이나 돈, 에너지를 소모하게 됐다면, 피해로 간주합니다.
또는,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게 됐다면, 피해로 간주합니다.
HSP인 내가 불편감에 대한 역치가 너무나도 낮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불편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피해의 범위 또한 내 경우를 따라서 과도하게 넓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HSP의 특징 중 하나가 스스로에게 너무할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감을 덜 느끼기 위해서는,
그만큼 불편감을 회피하는 일들에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완벽하게 회피해낼수록, 그만큼 나의 정신적 웰빙이 잘 유지될 수 있으므로,
스스로의 수행에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돼요.
남들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들의 불편감이 금방 나에게 전염되므로)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서 극복하고 해내야 하며, 힘들다고 징징대서도 안 돼는 것입니다.
호의를 받는 일조차,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를 소모시킨다는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 없고, 앞으로 갚아야 할 정신적 채무처럼 여기게 되죠.
결국, 이러나저러나 사람들과 엮일수록 불편해질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예민한 사람들은 오히려 극내향적인 사람들보다도 더 혼자인 상태를 선호하게 됩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읽으면서 우와! 이러면서 읽었어요
몇년전부터 조금씩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래! 그럼 이번에 네가 내! 등등)
쉽진 않아요
늘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HSP에 대해 여러번 글을 올려주셨는데
저한테 말씀 주신 내용도 있고.. 다시 다 정독해봐야겠네요
이거 진짜 딱 저여서.. 일이 느려터지게 진행돼도 혼자 하는 스타일.. ㅜ
제 얘기가 여기에 적혀잇군요 우왕
유아기때는 몰라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경험 등에 비춰보면 태생적인 HSP 성향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사회생활 하면 모든 상황이 통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사람과는 무슨 일이든 어찌됐든 엮이니 안 되는 건 그냥 좀 놔버리는 게 편합니다
완전 제 이야기네요!! HSP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딱 제 이야기라 흥미롭게 봤습니다^^
많이 공감하고 나만 이렇지 않다는 것에 위로도 받습니다
딱 저군요! 머리속이 복잡해서 잠도 푹 못자요. 피곤한 일을 줄이기 위해 인간관계는 몇명의 지인들만 유지하려고 하죠.
HSP끼리 모임 한 번 하면 꼭 나가겠습니다ㅎ
저는 HSP+INTP라는 미친 조합의 인간입니다ㅋ
소름입니다.........와..... hsp는 대체 어찌해야하는가....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