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나무들의 슬픈 이야기
지구상의 50여 만종의 나무 중에서
나는 원래 야생으로 태어났습니다.
떡잎도 두 개 뿌리도 있는
식물 중에서 고등식물로 자랐습니다.
지상부의 가지가 뻗은 만큼
지하부의 뿌리도 뻗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사를 해서 제대로 살려면
지상부의 가지가 뻗은 폭 만큼 땅을 파서 옮겨야 제명대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털 빠진 원숭이들이 조경수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름으로
원뿌리만 남겨 둔 채
곁뿌리 털뿌리 다 잘려 버리고
고무줄과 철사 줄로 묶인 채
“무학자이 아파트” 조경수로 강제 이주 당했습니다.
종족유지와 본능적 습성으로 살아남기 위해
지난 2여 년 동안 사막보다 척박한 토양에서 악착같이
삶의 의지를 불태웠으나
전봇대 같은 가지에
모지랑 빗자루 닮은 뿌리에
설상가상으로 뿌리는 공사상 철사 줄과 폐-튜브 고무줄로 묶인 채
대부분 죽어가고 있습니다.
밑둥치가 잘린 채 뿌리만 남아 풀로 덮여 있는 우리들의 몰골을 보았는지요.
그런데도
이곳에 심은 자도 관리 책임자도
아파트 주민들도 어느 누구하나 거들 떠 보지도 않습니다.
나는 조경수이기 때문에 죽어야 하는 사실이 슬픕니다.
우리들이 죽어가는 고통을 수억 짜리 아파트 주민들이
몇이나 알고 있을까요.
나무도 엄연한 생명체 입니다.
동물은 없어도 나무는 살지만
나무(식물)가 없으면 동물은 3분 이내로 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나무도 죽을 때 죽어도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고 싶습니다.
그것이 인간들이 이야기하는 오복의 마지막 고종명(考終命)입니다.
나무도 생명이 있고 가지가 짤 릴 때는 아파서 크게 웁니다.
미국에선 나무가 우는 소리를 증폭시켜 자연보호 운동도 한답니다.
그렇게는 못할지언정 제발 고무줄과 철사 줄을 풀어 주세요.
바람은 차고 날은 춥고 땅속 물을 빨아올릴 힘도 이제 없습니다.
지난여름 영양실조 노란 잎새도 떨어진지 오랩니다.
털 빠진 원숭이들에게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심은 수백의 조경수의 뿌리에 달린
죽음의 줄을 풀어주시길 애원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주세요.
2011년 11월 25일
무학자이 조경수 대표 느티나무 올림 (정문 큰 도로 우측 세 번째 느티나무)
첫댓글 인간으로 살면서 참으로 부끄러운..무어라 어떤 말을 해야할까요...사람들은 왜 모를까요? 나무들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알고도 하는 걸 까요?ㅠㅠ
가슴에 와닿는 나무의 노래같기도 합니다... 나무에 대한 범죄중 몇번째 안에 포함되는 사항이기도 할겁니다. 조경수란 이름으로 포장된 나무의 삶, 이미 길들여진지 오래된 나무들에 대해 털없는 원숭이들은 직심으로 책임을 느껴야 할것입니다.
미안하고 슬퍼지네요.
사람들이 너무 자기들 생각만 하니 그게 문제겠지요,
하기야 사람 사이에서도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해져 있으니 참 마음 아픈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