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와 어머니
수양산을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를 하난 것가
비록애 푸새엣거신들 긔 뉘 따해 낫더니
고등학교에서 배운 성삼문의 詩다.
상(商)나라를 배반한 주나라 땅의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수양산에 들어가 채미(採薇 고사리를 꺾다)를 하다가 굶어죽었다는 고사에 근거한 詩이지만, 묘하게도 단종을 폐위한 수양대군을 빗대어 힐난한 시이기도 하다.
또 어떤 시인은, 고사리를 먹으려 뜯었겠나, 그 꼬부라진 심사가 어떻게 생겼나 펴보려고 뜯었겠지 하고 재미있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고사리는 양치식물로, 그 잎의 가지런함이 양의 이빨을 닮았다하여 그렇게 분류되었고, 약 2억5천만년전 고생대부터 지구상에 출현한 식물이다.
호주의 블루마운틴이란 곳에 가보면 가로등 높이만한 크기의 고사리를 볼 수가 있는데, 무슨 고사리가 이렇게 클까 하다가도, 태백에서 본 고사리 화석을 떠올리곤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주로 장성광업소에서 발견되는 까만 괴탄(塊炭) 덩어리 중에 어쩌다가 고사리 화석이 출토되는데, 그 굵기가 성인의 넓적다리 굵기만 하고 비늘 모양의 무늬가 있고 나무 토막처럼 굵게 끊어져 있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호주는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동식물의 진화과정이 대륙과는 다르다. 유대류 동물이 많은 것도 호주의 특성 중의 하나이다.
고사리는 불이 난 산에서 제일 먼저 살아는 풀이다. 악명 높은 강원도 산불이 난 자리도 2~3년만 지나면 고사리가 올라오는 것을 볼 수가 있기에, 불에 탄 산은 고사리 채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기있는 장소가 된다. 화산섬인 제주에
고사리가 많이 나는 것도 ‘불’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연구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어머니는 40도 안되어서 동갑인 어버지를 먼저 보냈다.
생각해 보면 너무 이른 나이다. 그 나이에 6남매를 두셨으니 맨 위의 누님은 중3 때였고, 막내는 이제 겨우 두 돌을 넘은 때였다.
봄이 되면 어머니는 삼가동 방면으로 해서 소백산 자락에 오르셨다.
거기서 온갖 나물을 뜯어오셨는데, 수리취, 개미취, 언어리(어수리). 삐둑바리(눈개승마), 그리고 보들 보들한 참나물!
산타기를 평지가듯 한 분이라, 나물도 많이 뜯었고, 따라서 나물 보따리도 컷다.
어려서는 동생과 함께 나물마중도 가곤 했는데, 한번은 어머니는 안오시고 하늘은 곧장 소나가가 쏟아질 듯하여 동생이 울먹일 무렵에 소낙비 사이로 나물짐을 지고오는 어머니를 반갑게 맞이하던 기억도 난다.
소백산 자락을 하도 누비다 보니 산삼을 캔 것도 두 번이나 된다.
모두 손자들이 먹었는데, 그걸로 무슨 효과를 본 것으로는 기억되지 않는다.
나는 한약을 취급하는 관계로 산삼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는데, 그럴 때는, 그냥 고추장 찍어서 술안주나 하라고 답한다. 달짝지근한 맛이나고 쓰지는 않다.
내가 산삼을 무시하는 것은, 산삼이 발견되는 이유는 대부분 빨간 열매(삼딸기) 때문인데, 이때는 삼이 한창 자랄 때이고, 더구나 열매를 맺는 시기라, 영양성분이 거의 없고 속살도 물러서, 만약 이를 말리게 되면 쭈글쭈글해져서 아주 볼품없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인삼 도는 산삼은 처서가 지나고 보름 정도 지나야 채취하는 것이 옳기에 여름 삼은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좀 곁으로 샛지만, 어머니는 당신이 뜯어온 나물 중에서도 유독 고사리를 좋아하셨으니, 그 고사리를 삶고 손실하고 말려서 묵나물로 하여, 제사상에 탕으로 올리거나, 반찬하기를 좋아하셨다.
삶아서 말린 고사리는 물에 불려서 잘 볶고, 거기에 약간의 참기름과 깨소금을 쳐서 먹으면 구수하고 쫄깃한 것이 참 맛있다.
특히 반찬거리가 마땅치 않은 여름철에 볶은 고사리 반찬은 두고 먹을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거기에 구운 생선 한 마리 있으면,
강릉에서 멀지 않은 정선군 임계라는 곳이 있는데, 산지이긴해도 서쪽 태백 방면으로는 너른 들이 있어서, 콩이며 감자, 각종 채소등을 강릉에다 공급해주는 고마운 곳이 있다. 두릅을 비롯한 각종 산나물도 많이 나는 곳이다.
거기에 사는 귀먹은 할머니 한분이 있는데, 해마다 그분이 고사리를 뜯어서 내게 공급해준다.
두 둥치만 있으면 두고두고 일년은 먹는다.
통통한 것이 하도 맛이 있어서, 명절에 볶아서 가면 가족들에게 젤로 인기가 있다.
오늘 아침상에도 올랐다.
나이가 들어서 소백산을 멀리 오르지 못할 나이가 되어서도, 어머니는 가까운 곳에서 다래순을 따고 머위나물을 해오셨다.
나는 미끄거릴 것 같고 별 맛이 없는 머위나물은 잘 먹지 않지만, 묵나물로 무친 다래순은 참 좋아한다. 대보름 오곡밥에도 잘 어울린다.
어머니가 소백산에 오르지 못하자, 집에서 해바라기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경로당에 나가는 것도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두가 아파트 생활을 하는 자식들에게도 가있기 싫어했다. 땅을 딛지 못하는 생활은 감옥이었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소백산이 그리웠던 분
나는 어머니가 산이 좋고 나물이 좋아서 소백산에 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삼가동 뒷산에 오르면, 그 아래 공원산 정상에, 오래전에 가 계신 아버지를 – 그립디 그리운 남편을 먼 발치에서라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오늘 아침 고사리를 먹으면서.... 왜 이제야 할았을꼬?!
甲辰年 末伏을 앞두고
豐 江
첫댓글 어머니 이야기는 무엇이든 가슴 찡하네요.
어머니도 소녀였고 새각시,새댁이었지요.
지금 옆의 아내도 그렇답니다.
ㅎ 마지막 말만 빼고 다 옳은 이야기
우리 시어머니도 소백산을 내 집 드나들듯 하셨는데
소백 산 참 나물은 왜 그렇게 맛이 있었는지요.
산삼도 케 오신 적이 있는데 맏 손자 먹이시더군요..
언제라도 애틋한 옛 추억이지요..
이웃에 사시던 모친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사리 볶는 법
잘 불린 고사리에 스테이크나 불고기 양념을 하고(이마트)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첨가합니다.
가을 꽃게를 사면 사이다에 갖은 양념을 하고 게를 무치면 됩니다..- 양념게장
붉은 풋고추 푸른 풋고추 고춧가루 소금 밤 당근채 양파 파 마늘 등등
60년 주부보다 더 잘 아네요..ㅎ
고사리는 더 맛있게 볶지만,
내륙이라 양념꽃게 무침은 참고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