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의 이론과 마인드맵의 시쓰기 / 김기덕 (시인)
1.배치
시는 적절한 배치에 의해 그 차원을 달리한다. 배치는 사건이나 계열화와는 달리 어떤 개개의 의미를 포착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연결된 전체를 포괄하려는 개념이다. 배치 안에서 각 항은 접속하여 새로운 이미지와 상징을 만든다. 여러 접속으로 만들어진 배치가 다른 것들과 관련하여 하나의 커다란 상징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접속항이 달라지면 절단, 채취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다양체를 형성하게 된다.
하나의 시 속에 많은 다양체가 형성된다면 그 시는 입체성을 띄게 된다. 현대적 시쓰기는 수채화적인 글쓰기보다 피카소적인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예술의 차원은 복잡도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차원은 소재나 재목을 통해 “얼마나 많은 다양체를 보여줄 수 있느냐”이기도 하다.
다양체는 다양한 종류의 나열과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소재나 제목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미지나 상징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느냐이다. 평면적인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은 단순하지만, 입체적인 대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은 다양하다. 밑면을 보고, 윗면을 보고, 안과 밖을 보듯 느낌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입체적 글쓰기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치를 통해 많은 상징과 이미지를 표현해야 한다.
‘진달래꽃’하면 김소월이 생각날 것이다. 진달래꽃이 김소월의 시에서처럼 길과 접속한다면 이별이나 영접을 상징할 수 있다. 만약 진달래꽃이 여자의 머리와 접속한다면 장신구가 되거나 정신이상이 될 것이다. 진달래꽃이 병이나 도자기와 접속한다면 진달래주가 될 것이고, 쌀가루나 밀가루와 접속한다면 화전이나 꽃밥으로 전환될 것이다. 총이나 군화와 배치한다면 전쟁으로 인한 죽음이나 피를 상징할 것이다. 또한 바람과 배치하면 낙화와 같은 허무를, 강물과의 배치는 자살과 같은 이미지나 상징을 만들게 될 것이다.
질 들레즈는 접속항이 달라지면 절단, 채취로 흐름의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이를 기계로 표현한다. 입은 먹는 기계이고, 말하는 기계이고, 섹스의 기계이고, 토하는 항문의 기계가 되기도 한다. 하나의 붉은 깃발이 배치되는 바에 따라 구조신호가 될 수 있고, 혁명군이 될 수 있고, 위험신호가 될 수 있듯이 배치에 따라 새로운 상징과 이미지가 탄생한다. 시의 첫줄을 읽고 마지막 줄을 읽어 그 의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라면 평면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진화된 시쓰기는 변화이고, 새로운 의식의 물고를 트는 것이며, 다이아몬드의 다양한 각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작업일 것이다.
2. 유목적 시쓰기 배치를 통한 시쓰기는 정주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새로운 접속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리좀적 글쓰기이다. 유목적이란 단순히 정주성에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사고의 확장과 무한한 연결 가능성을 통해 다양체를 추구한다. 서정시에서의 유추나 상상력을 통한 사고의 확장은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한계 내에서 직유적, 은유적, 상징적 기법들을 통해 구현되어 왔다.
이러한 의식의 확장을 위해 유사성이나 인접성의 원리가 적용되었고, 아이러니나 패러독스 같은 방법이 동원되었다. 직유나 은유는 본의가 비유의 대상인 유의와 1:1의 관계를 이루고 본의와 유의가 드러난 상태이지만, 상징은 1:多의 관계를 형성하며 유의만 남고 본의는 숨어있는 것이다. 표면에 드러난 유의 속에 숨겨진 본의는 명백하거나 확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신 되거나 암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징은 다양체가 내적으로 숨겨져 있는 것이며 관념성을 통해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다양체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유목적 글쓰기에서의 다양체는 첫째, 차이가 차이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동일자의 운동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차이가 어떤 하나의 중심, 일자로 포섭되거나 동일화 되지 않는 존재여야 한다. 이러한 원리로 볼 때 다양체는 서정시의 비유나 상징적 기법에서 쓰이던 인접성과 유사성의 끌어오기 기법에서 더욱 멀어진 의미의 관계망을 요구하고 있다. 서정시는 예를 들면 화폐의 척도나 획일적인 발견을 통해 이질적인 것이 나타났을 때 다양체 확장 계기보다 사고의 다양성을 묶는 단순화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원리로 환원되지 않는 이질적 집합을 이루고 하나의 추가가 전체의 의미망을 크게 다르게 할 수 있는, 접속되는 항들에 따라 그 성질과 차원수가 달라질 수 있는 글쓰기를 유목적(리좀적) 글쓰기라고 말 할 수 있다.
3. 리좀이론 rhizome은 뿌리줄기라는 말로 하나의 중심뿌리에서 중간뿌리로, 중간뿌리에서 잔뿌리로 연결되는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줄기에서 옥수수나 보리의 수염뿌리처럼 중심뿌리가 없이 분기되고 접속되는 관계를 말한다. 둥치에서 큰 가지가 뻗어나가고 큰 가지에서 잔가지가 뻗어서 잎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 단번에 근원에 닿아있는 구조로써 모양이 다를 뿐 모든 것이 똑같은 실체인 것이다. 고전적 글의 구성방식은 뿌리(결론)로 귀착되는 나뭇가지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좀적 글쓰기는 하나의 결론으로만 끌고 가지 않는 모호한 집합의 다양체이며 언표행위의 집합적 배치이다.
질 들레즈의 『천개의 고원』에서 언급하고 있는 리좀적 특징을 본다면 나무의 뿌리와 달리 리좀은 어떤 지점에서든 다른 지점과 연결 접속한다. 반드시 자신과 동일 본성을 가진 특질과 연결되지 않으며, 하나로도 여럿으로도 환원될 수 없다. 리좀은 단위로 이루어지지 않고 차원들 또는 방향들로 이루어져 있다. 리좀은 시작도 끝도 갖지 않고 중간을 가지며 중간을 통해 자라고 넘쳐난다. 고른 판 위에서 펼쳐질 수 있는 선형적 다양체를 구성하며, 자신의 차원을 바꿀 때 본성이 변하고 변신한다. 리좀은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대일의 대응관계의 집합에 의해 정의된다. 분할선들 성층작용의 선들이 여러 차원을 이루고 도주선 탈주선을 따라 본성이 변하며 변신한다. 리좀은 변이, 팽창, 정복, 포획, 꺾꽂이 등을 통해 나아간다. 항상 분해될 수 있고 연결 접속, 역전, 수정될 수 있는 지도와 관련되며 나무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모든 관계이다. 말하자면 모든 종류의 생성(되기)이다.
논리를 세우고, 존재론을 뒤집고, 기록을 부숴버리고, 시작도 끝도 무화시키는 방법으로 사물들 사이에서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가거나 반대로 가는 위치를 정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출발점도 끝도 없는 시냇물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4. 리좀적 글쓰기의 활용 리좀적 이론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글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무한히 분할 증식해 가는 중간줄기와 같은 글쓰기는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개체들의 나열과 같아서 의미나 형태의 수직적 관계를 이루기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만든다. 하나가 여럿이 되고, 여럿이 하나가 되는 관계가 아닌 1:1의 접속관계를 만드는 관계는 나열적 수평관계를 만든다. 대등한 관계는 상하관계가 될 수 없으며 속하기도 하고 포괄하기도 하는 크고 작은 관계가 없다면 밋밋한 바닥, 의식의 층이 상실된 평평한 판에 불과할 것이다. 무한히 증식하고 번식해 나간 잔디밭과 같은 것으로 의식의 확장, 다양체의 생성은 가능하나 깊이와 높이를 따지고, 하나의 개체에 속한 크고 작은 기관들, 그 기관을 구성하는 미세적 요소와 같은 의식의 수직적 관계망을 엮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보리나 옥수수와 같은 식물이 수염뿌리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이 수염뿌리 전체를 하나나 둘로 잡아주고 묶어줄 수 있는 줄기가 있을 때 수염뿌리의 증식은 의미가 있다. 다양체의 존재는 이 다양체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철학이나 메시지,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보다 큰 이미지나 배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다양체의 존재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로 아무런 연관 없이 연결된 이미지들을 보고 우린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다양체를 묶어줄 수 있는 줄기는 눈에 보이지 않되 존재해야 하는 것이며, 그것은 결국 하나로 통일된 주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생명력이 강한 다육식물, 그리고 꺾꽂이나 휘묻이 할 수 있는 식물은 결국 뿌리를 만들고 줄기를 만들고 잎을 만들어 통일성을 추구한다. 그러므로 온전한 리좀적 글쓰기만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으며, 구현한다 해도 산만하기 쉽고 그 깊이를 보여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리좀적 요소를 하나로 묶어주고 큰 틀을 형성해 줄 수 있는 줄기 같은 것, 즉 숨겨진 철학적 요소, 아니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적 요소(주제나 이미지)가 필요하다.
5. 진화된 시쓰기의 목표 진화된 시쓰기는 기존의 수목적 시쓰기의 틀에서 벗어나 유목적 시쓰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유목적 시쓰기는 배치를 통해 다양성를 추구하며, 리좀적 이론을 활용하되 증식하고 확장하는 수염뿌리를 묶어줄 수 있는 줄기와 같은 철학이나 주제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주제나 철학은 보이지 않게 묻혀 있는 매몰된 관념이 되어야 하며 커피 속의 프림처럼 녹아 있어야 한다. 다양체의 선정과 확장의 방법은 유사성, 인접성의 연결과 상징, 욕망의 선 및 탈주선의 활용, story의 변화, 주역적 접속점 찾기 등을 통해 그 방법을 모색한다.
상이한 접속점들의 연결방법은 꼴라쥬 기법이나 파워포인트 기법, 데칼코마니 기법, 마블링 기법, 시퀜스 기법, 주역점의 기법 등을 통해 짜깁기 형식을 취함으로써 단순한 사진찍기에서 벗어나 양탄자를 직조하듯 언어의 직조와 사고의 직조를 꾀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의 구체적 직조방법은 마인드맵을 통해 지도화(地圖化) 한다면 한 눈에 전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표현의 방법은 설명이나 관념을 없애고 이미지만을 추출하여 이미지의 결합을 이루어야 한다. 그 이미지를 결합하기 위해 이미지에 속하는 단어만 시어라인을 통해 구별하고, 언어의 상징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표면적 이미지의 결합뿐만 아니라 이면적 상징, 의미의 결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빙산이론’인데, 수면 위에 보이는 것은 이미지이지만 수면 속에 잠긴 부분은 이미지에 담긴 상징성이나 관념을 의미한다. 시를 쓰는 것은 수면 위의 빙산을 보여주는 것이고, 수면 속에 잠긴 빙산은 숨겨져서 지식과 경험의 척도에 따라 독자가 파악하고 느껴야 할 부분이다. 시의 내용이 시인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고 독자가 리더하고 주역이 되는 객관적 시가 되어야 한다.
구체적 표현을 위해 문장 구성을 위한 선명한 이미지의 명사를 선택하고 동사의 많은 대등항 속에서 살아있는 생선처럼 펄펄 뛰는 언어 선택이 필요하다. 또한 설명의 문장을 표현의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표현의 내용적 연결을 추구할 수 있다.
진화적 시쓰기의 중점은 얼마나 많은 접속점을 찾아 자신이 원하는 모양대로 연결하고 표현하느냐이다. 블록놀이처럼 연결점이 많을수록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듯이 언어에서도 많은 연결점을 찾아 다양하고 자유로운 이미지의 창출과 시적 의미의 확장을 꾀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런 다양한 접속점의 발견을 위해 기존의 신화‧역사적인 시각, 철학적, 종교적, 과학적, 예술적 시각 등등의 시각에서 한국의 꿈풀이 및 주역적 시각을 추가하여 무한한 접속점의 발견으로 다양체의 생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체의 생산은 수평적 시쓰기의 형태에 머물지 않고 수직적, 횡단적 시쓰기가 되어야 하며, 클릭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맘껏 끌어올 수 있는 컴퓨터적 가상공간의 시쓰기가 되어야 한다.
마인드맵을 이용한 시쓰기
1. 논리 마인드맵의 필요성 인간의 두뇌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들은 복잡한 신경세포로 연결되어 정신활동을 지배하고 있다. 좌뇌는 언어학(말하기, 읽기, 계산, 작문), 논리적, 계열적 과제에 우세한 반면 우뇌는 비언어적, 공간적, 창의적 능력 및 음악, 얼굴 익히기, 자유로운 연구 등에 우세하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러한 능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한 편의 시 속에 옷감을 직조하듯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상상력, 음악적, 미술적 요소 및 모든 능력을 총 집결하여 하나의 주제나 사물을 개인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동안 시는 개인적 감정의 흐름대로 써온 것이 주류였다. 시는 개인적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기에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쓴 시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각,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에 치우친 시는 한 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친 나무와 같다. 지나친 의욕으로 가분수가 될 수도 있고, 시심을 뒷받침 해주지 못해 미성숙의 시나 절름발이 시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구상을 통한 구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를 쓰게 되면 첫째로 흘러가는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고, 둘째는 중간에 막히게 되면 그 막힌 것을 뚫고 나가기가 쉽지 않게 된다. 셋째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적절한 조화와 배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논리 마인드맵 기법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시를 쓰기 전에 충분히 자료를 모으고, 방향을 설정하고, 다양한 시각의 변화와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다.
집을 짓는데 필요한 재료를 미리 준비해서 정리를 해 놓고 집을 짓는 것과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구해서 짓는 것은 차이가 크다. 또한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정리가 되지 않고 여기저기 널려있다면 집을 짓기 위한 시간보다 재료를 찾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다양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쓰기 전에 다양한 시각적 사고가 있어야 하며 그 분야에 대한 자료 찾기가 필요하다. 써나가는 과정은 직선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전후좌우를 돌아보며 취사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쓰기 전에 얼마나 많은 다양성의 재료와 변화 있는 설계가 있느냐에 따라 평면적 시쓰기가 아닌 심층적 시쓰기가 이루어 질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시각으로만 사물을 보면 자신의 감정과 지식, 경험에 의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시각을 버리고 정해놓은 여러 개의 구멍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면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게 된다. 철학적 시각의 구멍으로 사물을 보라. 그 사물은 인생의 의미를 던질 것이다. 음악적 시각의 구멍으로 들여다보라. 언어의 운율과 사고의 리듬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미술적 시각으로 바라보라. 구조와 대칭, 색조의 아름다움을 보게 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을 통한 통합된 감정 및 이미지, 의미의 재료들을 총동원하여 한 편의 시를 건축한다면 그 시는 짓다 만듯한 집이나, 엉성한 집이 아니라 그 방향, 그 분야에 최고의 예술성을 간직한, 균형과 조화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2. 마인드맵의 정의와 시에서의 접목 마인드맵은 두뇌의 기능을 파악한 후 그 기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학습에 이용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활용해 공부하게 되면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쓰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책 한 권의 분량을 A4용지 한 장에 정리하여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을 압축할 수 있다. 둘째는 마인드맵을 그릴 때는 이미지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기억이 잘 되고 설명적인 것을 이미지화시키는 습관을 갖게 된다.
시쓰기는 이미지화 작업이다. 시는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볼 때 마인드맵은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끌어오고 조합하여 그림의 설계도를 그려준다. 설계도가 잘 그려져야 훌륭한 집을 지을 수 있듯 하나의 소재나 주제를 선택하고 창조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미지를 끌어와 그물망처럼 엮다보면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히 설계도를 그렸을 때 시를 쓰는 시간은 단축될 수 있다. 그리고 시를 쓰다가 막혀서 중단하는 일이 없게 된다. 어쩌면 시를 쓰는 시간보다 마인드맵을 통해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여 전체적인 방향과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훨씬 중요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작품에 대한 욕심과 급한 마음으로 마인드맵을 소홀이하고 성급히 시작(詩作)에 임하면 더 많은 시간적인 낭비와 완성의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마인드맵의 과정을 통해 선명한 소재나 주제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시각을 동원하여 뒤집어보고 파헤쳤을 때 심도 있는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자신의 감정에 끌려 안일하게 시작한 방향적인 시쓰기가 아닌 다양한 절도와 천의 시각에서 한 편의 시 속에 엑스레이처럼 뼈 속까지 표현해 내는 다양체의 글쓰기가 필요하다.
3. 마인드맵의 구조 마인드맵의 구조는 나무의 형태를 취한다. 첫째 쓰고자하는 핵심 소재나 주제를 항상 중심 이미지로 놓고 시작한다. 곧 나무의 둥치가 되어 이 둥치로부터 많은 생각이 뻗어가게 해야 한다. 시를 쓰기 위한 중심을 잡을 때는 가급적 이미지가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제를 먼저 잡으면 생각이 경직되고 주제의 한계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소재를 선택하고 이미지를 선택할 때 그와 연관된 이미지를 뽑을 수 있고, 이미지를 만들며 생각의 줄기를 뻗어갈 수 있다.
둘째는 중심 이미지에 관련된 주요 이미지는 둥치에서 뻗은 줄기처럼 연결하여 표현한다. 둥치에서 나온 줄기는 가지와는 다르게 개략적인 것으로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줄기가 튼튼하고 균형을 잘 잡아주어야 하듯 풍성한 이미지를 뽑고 다각도의 시각으로 조명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에만 몰입된 시쓰기는 한 쪽으로 치우친 나무처럼 쓰러지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감정을 가진 사람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보다 객관적이고 심도 있는 다양체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가지들의 연결은 핵심 이미지와 핵심 단어를 통해 확산된다.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무수한 가지들은 다양한 이미지들의 집합이다. 줄기와 연관된 모든 이미지나 단어들이 여기에 속한다. 유사한 것들과 연관된 것들, 그리고 속한 모든 것들을 이미지로 뽑아야 한다. 관념으로 뽑으면 나중에 그림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이 뽑은 것 같지만 정작 시를 쓸 때는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무성한 가지를 만들어 놓아야 많은 사고의 집을 지을 수 있다.
넷째는 계속 이어지는 이미지들은 나뭇가지의 마디마디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 듯한 구조를 취한다. 표면적 이미지의 크기나 생각하는 내용물의 대소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세밀하고 깊이 있게 접근하느냐의 분류에 따라 가지들은 더 미세하게 뻗어가고 분기된다. 세밀한 가지까지 그려준 나무형태의 마인드맵을 그릴 때, 시는 풍부해지고 다양해진다. 막상 시를 쓸 때 찾은 재료를 다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쓰는 시와 모르고 쓰는 시에는 차이가 있다.
이상의 네 가지 형태를 설명했는데, 나무의 형태를 취했기 때문에 수목형 시쓰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마인드맵으로 찾은 내용을 순서대로 쓴다면 물론 수목형 시쓰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재료들을 찢어 붙이는 꼴라쥬 기법처럼 다양하게 자신이 그리고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뿌리와 뿌리들이 서로 분기‧접속하는 리좀적 시쓰기가 가능하게 된다.
4. 마인드맵의 구성요소 1) 둥치 둥치는 첫 번째 잡은 시상이다. 이 시상을 가장 중심에 놓고 이 시상으로부터 뻗어가는 생각을 그리게 된다. 시상은 시가 될 만한 씨앗이어야 한다. 관념을 선택한다면 씨앗을 싹틔우고 줄기와 가지를 뻗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관념은 죽은 씨앗이다. 파종하기 위해 실한 씨앗을 보관하듯 싹이 틀만한 이미지를 잡아야 한다. 또한 마인드맵은 한 알의 은행이 싹이 터서 천년 묵은 열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되듯, 하나의 생각 덩어리를 중심에 놓고 생각의 줄기를 뻗고 가지를 내고 잎을 피워 열매를 따는 과정을 하나의 백지 속에서 이루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둥치를 결정하는 하나의 씨앗에서 천년의 은행나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심미안으로 소재를 보고 마인드맵의 둥치를 정했을 때 산 같은 시, 바다 같은 시를 쓸 수 있다. 시의 성패는 둥치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둥치는 많은 생각의 줄기와 가지를 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관념을 둥치로 선택했을 때 많은 이미지를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바다라는 이미지를 끌어온다면 바다에 대한 많은 이미지를 끌어와서 줄기와 가지를 쉽게 그려갈 수 있을 것이다.
2) 줄기 줄기는 둥치로 정한 하나의 씨알을 싹 틔워 사방으로 뻗어가게 하는 방향설정이고 분야를 쪼개는 다양한 시각이다. 하나의 사물을 상, 하, 동, 서, 남, 북의 시각으로 나누어 묘사한다든지 하나의 대상을 철학적, 예술적, 역사적, 과학적, 종교적, 음악적, 미술적 또는 天 • 人 • 地 등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구분을 말한다. 시상으로 잡힌 하나의 이미지나 대상을 이렇게 나누어 본다면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많은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다. 나누어 보지 않고 전체를 본다면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생각은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쪼개고 나누어 생각할 때 새로운 줄기, 새로운 가지와 무수한 잎을 피울 수 있다. 줄기는 다양한 분야를 제시하고 내용에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평면적이고 확산적일 수 있지만, 심층을 만드는 계단이기도 하다. 모양은 시계 속의 숫자와 같으며 진행 방향도 같다. 시계 속의 숫자는 하루가 도면처럼 펼쳐진 것이지만, 시간 속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은 취하지 않는다.
다양한 생각의 줄기를 만들어야 한다. 환타지든, 리얼이든, 형이상이든, 형이하든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과감히 줄기를 만들고 자료를 채취해야 한다. 이미지가 없는 자료, 관념과 지식적인 자료는 시에서 대부분 쓸모없거나 방해자가 된다. 풍경이 그려지는 자료, 오감을 자극하는 자료를 꺾어야 한다. 유사한 이미지를 찾고 인접한 것들을 모아야 한다. 별처럼, 불가사리처럼, 십자가처럼 뻗어있는 뿔은 전 세계, 전 우주로 향한 무한대의 상징인 것처럼 줄기는 사고의 무한대로 향하는 화살표이며 풍향계이다.
3) 가지 가지는 줄기에서 나누어지는 세부적인 사항으로 보편적이지만 특수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식적인 내용이나 지식적인 구체성을 띄어야 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과 연결고리를 걸고 있어야 한다. 그 연결고리는 접속점으로써 크게 표면적 접속과 이면적 접속으로 나눌 수 있다. 표면적 접속은 유사성이나 인접성으로 나타나며, 이면적 접속은 상징성이나 욕망의 선, story 등으로 나타난다. 가지는 자세하고 세밀해야 하며, 확산적이면서 심도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가지를 만드는 데는 통찰이 필요하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고 그려야 한다. 나뭇가지 끝들은 미세해져서 하늘과 연결되듯이 마인드맵의 가지들은 하늘처럼 배경이 되는 철학이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주제의식이나 철학의 관념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 배경 속에 녹아서 보이지 않지만 설탕물처럼 맛보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가지는 그러한 배경과 연결되지만, 이미지로 얽혀야 한다. 이 가지 저 가지가 얽혀서 부채모양을 만들고 기린모양을 만들고 우산 모양을 만들 듯 무질서한 것 같지만, 큰 틀의 질서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큰 틀의 질서를 위해 생각의 가지는 자르지 말아야 한다. 마인드맵의 과정은 큰 틀을 초월해 있는 것이지만, 시를 쓸 때는 큰 틀 안에서의 취사선택이다. 큰 틀은 결과이지 사전에 정해 놓은 경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큰 틀은 처음 보는 모양이 될 수 있고, 존재하지 않는 모양일 수도 있다. 가지를 뻗을 때 어떤 모양을 생각하고 뻗는 나무는 없다. 맘껏 뻗다보니 자연스러운 각각의 모양이 되었다. 시도 이런 자유분방함 속에서 높은 예술성이 탄생한다.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차원을 만들 수 있다. 가지는 지상의 리좀이며 생각의 그물망이다. 맘껏 접속하고 분기하여 촘촘한 이미지의 그물망을 짜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숭어떼 같은 상징들이 가득해야 한다.
4) 잎 많은 가지들을 찾은 후에는 잎을 만들어야 한다. 잎은 가지 위에 있는 이미지를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를 주어로 하여 목적어, 동사를 찾아 문장을 완성시켜야 한다. 이 때 문장은 표현이 되어야 하는데, 표현을 위한 언어, 곧 시어로써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시어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반드시 이미지어와 관념어를 구분해서 써야 한다. 표현은 명사와 동사에서 결정된다. 명사는 관념어 대신,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물이나 상황이 되어야 한다. 동사는 구체적이며 살아있는 언어이어야 한다. 또한 여러 대등항 중에서 가장 적합한 동사를 선택해야 하는데, 적합성의 기준은 살아있는 이미지를 표현해 주되 둥치와 연관시키기 위한 표면적, 이면적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의 문장은 둥치를 연상시키거나, 둥치를 보조해주거나, 둥치를 풀어주거나, 묘사해주거나, 표현해 줄 수 있는 문장이어야 한다. 아무리 철학적인 문장, 아무리 금언의 문장이라고 해도 둥치와 연관성이 전혀 없다면 그것은 이미 낙엽이며, 시의 나무와는 상관없는 존재일 뿐이다. 표면적인 연결이든, 상징적인 연결이든 아주 미세하더라도 둥치로부터 영양분을 받고 또 광합성을 한 영양분을 둥치로 보내 의식의 저장, 철학과 주제성을 몸통에 비축하는 하나하나의 잎들이 전체적인 시의 나무를 장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장에서 부사와 형용사는 최대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불필요한 수식은 무조건 빼야 한다. 군더더기는 건강한 문장을 갉아먹는 벌레와 같다. 싱싱한 잎, 건강한 잎을 가지마다 달아야 한다. 이런 건강한 잎들이 연결 문장을 만들고, 연결 문장이 모여 하나의 단락을 이루고, 단락들이 모아져 한 편의 짜임새 있는 시가 된다.
5. 마인드맵을 통한 시쓰기 시쓰기는 가지마다 매달린 많은 문장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연결시키는 것이다. 마인드맵은 시의 씨알인 둥치에서 줄기가 나고, 줄기에서 가지들이 분화하여 영양분을 둥치를 통해 잎으로 전달하는 확산운동이다. 하지만 시쓰기는 그 반대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잎의 문장들을 모아 가지로 이어진 문장을 만들고, 여러 가지의 문장이 만나 줄기의 단락을 만들어 하나의 시가 완성된 둥치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은 곧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만들고, 그 양분을 모아 가지와 줄기를 통해 둥치에 모아져 거목이 되듯, 주제의식, 철학의 양분이 결집되어 완성된 시의 나무를 보여주어야 한다. 시쓰기에서는 분기하고 확산하던 사고들이 모아져야 하고, 구심점을 향해 결집되어야 한다. 그것은 마치 태극이 양의가 되고, 양의가 사상이 되고, 사상이 분화하여 팔괘가 되고, 육십사괘로 나뉘어 세상만물로 분화된 것이 다시 모아져 태극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바로 시쓰기이다. 완성된 시는 하나의 개체가 되고, 사물이 되고, 인격이 되어 만물 속의 일부로 다시 돌아간다. 하나의 시 속엔 우주만물의 비밀이 담겨 있고, 시가 완성되는 과정은 곧 우주만물의 변화 주기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 『詩文學』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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