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아로 선인장 (Saguaro Cactus)
감호길
투닥, 투닥, 투닥... 온 생애를
야생마처럼 휘젓고 살아온 내가
몇백 년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번 뿌리내린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한 평생 견디며 살아온 너를 생각한다.
팔랑거리는 이파리 대신 가시옷을 두르고
악어보다 더 질긴 갑옷을 걸치고
이글거리는 태양과 맞서 순응인지, 저항인지
오래 죽지 않고 살아온 너를 생각한다.
막막한 세월 외로움이야 없었으랴,
하많은 세월 죽고 싶었던 절망감이야 없었으랴.
후두둑 소낙비 내리면 물 한 모금 적시고
산마루에 걸린 무지개를 즐길 때도 있었느니,
목숨을 부지하는 일은 고난과 고난의 연속이라
어찌하랴, 체념을 뿌리로 딛고
오직 하늘을 우러르는 구도자가 되어
한 뼘 한 뼘 생의 탑을 올렸으리.
후두둑 후두둑 소낙비 지나간 어느 날이면
온 몸에 후두둑 후두둑 불꽃 봉화도 피웠으리.
어느 고행의 철인이 지나간들
네 생의 훈장과 비교할 수 있으랴,
오, 눈부신 생의 자리, 가시관의 성자,
인고의 화신이 된 생불을 보노라,
너 사구아로 선인장아!
(김호길 산문집 : '멀고 먼 파라다이스' 中)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5.08.01 23:33